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골든 크로스’는 주식 용어입니다. 중기 이동평균선(75일선, 13주선 등)이 장기 이동평균선(150일선, 26주선 등)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는 현상입니다. 대세가 강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입니다. 반대로 ‘데드 크로스’는 중기선이 장기선을 위에서 아래로 뚫고 나가는 현상입니다. 대세가 약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입니다.
주식에서 사용하는 개념과 용어를 곧바로 대통령 국정 지지도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저는 좀 의문입니다. 어쨌든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질렀습니다. 언론에서는 일제히 ‘데드 크로스’라고 보도했습니다.
12월 22일 치 <중앙일보> 사설이 가장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목부터 ‘1년 7개월 만의 데드 크로스’였습니다. 국정 지지도 하락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 자세히 읽어 보았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지율 추락의 위기를 맞은 건 무엇보다 고용, 투자 등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으로 인해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 의욕과 활력은 떨어지고 있는데 혁신성장을 이끌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골수 지지층 진영과 노조의 눈치만 보며 끌려다니고 있으니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식어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잘못된 정책과 노선은 과감하게 수정하고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방식을 바꿔 소통과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국정 지지도 하락의 원인이 바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주장입니다. 기업 편을 들지 않고 노조 편을 들었다는 비판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포기하라는 압력입니다. 자유한국당의 논평을 찾아보았습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이 21일과 22일 잇따라 논평을 냈습니다.
“이제라도 문재인 정권은 허울 좋은 소득주도성장, 반기업 친노조정책을 폐기하고 진정으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이라도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질 듯 강조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결실을 맺은 것은 없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과정은 오히려 요원해지고 있다.”(21일)
“민생은 외면한 채 오로지 남북관계로 보여주기식 정치만 하고 있으며 인사는 물론 각종 분야에 ‘내로남불’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비일비재하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더 이상 인기영합주의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고집불통 독주 대통령이 아닌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진심을 읽어 내는 대통령으로 환골탈태하기를 당부한다.”(22일)
경제와 한반도 정책을 모두 다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경제를 어떻게 해야 살릴 수 있고 북한의 비핵화는 어떻게 해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정책 대안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집권 경험을 가진 정당의 논평으로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중앙일보> 사설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그냥 포기하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책과 노선은 정치인과 정당의 존재 가치입니다. 정권을 잡았으면 선거에서 내세운 정책과 노선을 실현해야 마땅합니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당에 정책과 노선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정권을 내놓고 퇴진하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른바 보수 신문과 보수 야당의 문재인 정부 비판은 부당하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이 심각한 현상인 것은 사실입니다. 지지도 하락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리더십 훼손을 의미합니다. 국정을 이끌어 가는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인상적입니다.
“동이 터오고 있다. 데드 크로스라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아지는 여론조사가 어제 나왔다. 이제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 지켜야 할 것을 위해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에 거의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기 싸움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지방선거에 참패했습니다.
2019년 2월말~3월초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새로 뽑히면 자유한국당이 달라질까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 들립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재벌사 공익법인 의결권을 제한하고, 공정거래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안, 국정원 국내 부문을 폐지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 개혁안 등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개혁은 모두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어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이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지금 자유한국당 태도를 보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이제 물 건너간 것일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국정 지지도가 왜 떨어졌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지지도 추가 하락을 막고 반등시킬 수 있을까요?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처방할 수 있습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의원 몇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편이면서도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진단과 처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상식적이면서도 꽤 깊이가 있었습니다. 저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략 세 가지로 간추려서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국정 지지도 하락의 원인은 경제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문제가 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경제가 나빠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나쁜데 정부는 경제가 좋다고 주장할 때 정부를 비판합니다. 경제 분야의 성과 그 자체보다 정부의 경제에 대한 인식과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더 문제 삼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발언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언입니다.
성과보다 인식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외환위기 와중에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사를 낭독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인 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과 고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라는 대목에서입니다. 국민은 대통령과 공감했고 그 힘으로 외환위기를 일찍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던 2017년 가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한반도의 주인인데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며 여러 차례 무력감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국민은 그런 문재인 대통령을 나약하다고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고통과 고민을 함께 나누며 공감했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매우 어려운 일임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만들기 성과가 부진함을 인정하고 경제 살리기의 어려움을 자주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참모들은 좀 다른 차원에서 대대적인 각성이 필요합니다. 경제는 심리입니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가지면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참모들은 기득권 세력과의 논쟁에서 패배했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경제가 어려워진 이유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가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했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그때는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금 양심적인 사람들은 “너무 급속한 인상은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 조절에 나섰습니다. 그런데도 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제가 나쁘다고 떠들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참모들은 방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가 12월 11일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위기의 본질이 결코 아니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이미 읽어 보신 분들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인사를 마치자마자 물어오는 것도 경제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입니다.
내 기억에 1997년 말의 외환위기 이래 20년의 세월 동안 우리 사회에서 경제위기라는 말이 자취를 감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요즈음처럼 많이 입에 오르내리던 때도 없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때를 만난 듯 당장이라도 나라 경제가 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요란을 떨어댑니다.
우리 경제가 (어떤 동화에 나오는) 수수깡으로 만든 오두막집도 아닌데 그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리겠습니까?
당장 망하기라도 하는 듯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그리되기를 원하느냐고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마치 악의 축(axis of evil)처럼 매도되는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입니다.
모든 위기의 뿌리가 마치 그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있는 듯 몰아세우는 걸 봅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의 본질이 그보다는 훨씬 더 근본적인 요인과 끈 닿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지난번 글에서 밝혔듯, 나도 현 정부가 너무 서둘렀고 그 결과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근로시간의 제한 같은 조치에 대해 시장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실책을 저지른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오히려 더욱 어렵게 만든 점이 있었습니다.
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고쳐야 할 점은 흔쾌히 고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체면 차리는 데 급급해 너무 과격한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에 애써 눈 감는 것은 용기 있는 자세가 아닙니다.
시장이 말하는 바에 겸손하게 귀 기울이고 고칠 데가 있으면 서슴지 않고 고쳐나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결코 아닙니다.
한때 우리를 먹여 살렸던 조선업, 철강업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자동차산업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휴대폰마저 무너지면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하나?
선진국은 멀리 도망가고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국은 숨 가쁘게 따라오는데 우리는 지금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바로 이런 우리 경제의 근본적 취약성이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의 본질인 것입니다.
실업률이 몇 % 포인트 올라갔다거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것이 위기의 본질은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게 만드는 데 일조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결코 아닙니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 말대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면 최저임금을 현 정부 출범 이전의 수준으로 돌려놓음으로써 우리 경제는 즉각 위기에서 벗어날 것 아니겠습니까?
정부가 체면이 깎이는 수모를 무릅쓰고 그런 조치를 취했다고 가정해 보기로 합시다.
자영업자의 부담이 조금 가벼워지고 미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약간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적 측면에 이렇다 할 개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주력 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을 뿐입니다.
오늘의 위기는 문재인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투자 부진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면 그 문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부터 계속 이어져 온 것이 아닙니까?
더 멀리는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생겨난 문제라고 볼 수 있구요.
이 정부가 해놓은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해놓은 일 중 여러분들 기억에 남는 게 하나라도 있습니까?
고작 했다는 것이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국토를 망쳐 놓은 일과 부동산 투기 부추겨 서민들을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든 것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단기적 부양에만 목을 매달고 있었을 뿐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습니다.
외환위기 이래 20여 년 동안 우리 경제는 줄곧 투자 부진의 문제로 시달려 왔지만 이를 시원하게 해결한 정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초에는 청와대에 초청된 재벌들이 투자 많이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서는 곧 흐지부지 해버리고 마는 일이 계속 반복되어 왔습니다.
내 기억에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정부가 하나도 없습니다.
구조조정의 부진으로 인해 좀비 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활력을 좀먹고 있지만 그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잖습니까?
매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만 늘어놓았지 구체적으로 이루어놓은 실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역대 정부의 그런 안일함이 오늘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 분명할진대 왜 임기의 절반도 안 지난 이 정부의 탓만을 하는 건가요?
규제철폐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입만 열면 규제철폐를 부르짖지 않았습니까?
그들이 집권한 9년이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인데, 만약 그들이 충분한 정도의 규제철폐 실적을 올렸다면 왜 지금 새삼스레 규제철폐가 가장 긴급한 현안 과제라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결국 말만 앞세웠지 해놓은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규제 때문에 기업 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요?
이렇듯 우리 경제가 앓고 있는 병폐의 뿌리는 길고 깊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오래 묵은 고질병이라는 말인데, 이것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본질적 측면을 무시하고 애먼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만 몰매를 가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차분하게 위기의 본질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으려 하는 자세입니다.
나라 경제가 곧 망한다는 식의 선동적인 발언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그런 선동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 보면 건설적인 대안은 하나도 제시하지 않고 그런 무책임한 말만 늘어놓기 일쑤입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은 한 정부의 임기 안에 끝낼 수 없는 길고 끊임없는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구조조정이나 규제철폐 같은 당면과제뿐 아니라 연구개발 환경의 개선이나 교육 개혁을 포함하는 전방위적 혁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모든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더욱 넓혀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입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마녀사냥은 정부, 여당을 궁지로 모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지 몰라도 위기의 본질적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위기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이에 알맞은 대응방안을 찾아내야만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준구 교수의 말은 쉽고도 간명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참모들 가운데 이런 정도 상식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왜 없을까요? 아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목소리는 왜 잘 들리지 않는 것일까요?
치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득권 세력과의 맞짱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참모라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싸워야 합니다. 논쟁에서 밀리면 안 됩니다. 그게 문재인 정부를 살리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너무 억울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내부 기류를 아는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과 정부가 부당하게 공격받는 것에 대해 무척 억울해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가 나쁘지 않은데도 우리나라만 경제가 나쁜 것처럼 공격을 받고, 대통령과 정부가 선의로 한 말과 행동이 악의적으로 왜곡되는 상황을 힘들어한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억울해하는 심정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김의겸 대변인이 사용하는 단어에서도 드러납니다. ‘미꾸라지’, ‘불순물’, `디엔에이‘라는 말이 그런 것입니다. 김태우 사건 해명 와중에 나온 몇 개의 단어가 야당과 언론에 의해 말꼬리가 잡혔습니다. “사람을 어떻게 미꾸라지에 비유할 수 있느냐”, “선민의식을 가졌다”는 등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윤영찬 수석과 김의겸 대변인은 신문기자 출신입니다. 신문기자들은 핵심을 찌르는 단어 선택과 비유에 능한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공격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억울함과 신문기자 출신 두 사람의 이런 성향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실수가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리 억울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영광스런 자리지만 동시에 누구보다도 욕을 많이 먹는 자리입니다. 꼭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그렇게 야박한 것도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찍은 사람은 “내가 찍어줬는데 왜 그것밖에 못 하냐”고 욕을 할 것입니다. 찍지 않은 사람들은 “그것 봐라. 그래서 내가 안 찍었다”고 욕을 할 것입니다.
국가대표 축구팀이 져도 대통령 욕을 하고, 양심적 병역거부 사법부 판결이나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대통령 욕을 하는 것이 우리 국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금 여유를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관계가 명백히 왜곡된 정치 공세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겠지만, 반 발짝만 느리게 판단하고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똑똑하고 게으른’ 지도자가 최고라는 말도 있습니다.
윤영찬 수석과 김의겸 대변인도 스타일을 좀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신문기자의 언어와 청와대 대변인의 언어가 같을 수 없습니다. 김태우 사건에 대해 자세히 해명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청와대 당국자들의 몫이 아닙니다.
좀 답답하고 둔해 보이더라도 가급적 평범하고 무리 없는 투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필귀정’ 같은 단어는 구태의연한 것 같지만 불필요하게 말꼬리를 잡히지는 않습니다.
셋째, 개편입니다.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제에서는 국정 피로감이 종종 찾아옵니다. 피로감은 활력을 떨어뜨립니다. 인적 개편이든, 조직 개편이든 주기적으로 개편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고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정상입니다.
과거 대통령들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가끔 대대적인 당정개편을 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때까지 그랬습니다. 당을 개편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정당 지도부는 당원들이 선출합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개편할 수 있는 조직은 청와대와 행정부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인적 개편의 타이밍을 잡는 판단이 좀 느린 편입니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교체는 ‘투톱 불화’로 인한 부작용을 겪을 만큼 다 겪은 뒤에 이뤄졌습니다. 인적 개편의 요체는 예상보다 반 박자 빠른 정확한 타이밍에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를 교체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입니다. 장관들의 경우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을 교체할 수도 있지만, 교체의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청문회 정국을 앞당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분위기 일신을 위해 인적 개편을 할 수 있는 곳은 청와대뿐입니다. 민주당 의원 중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정무 참모들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진작 바꿨어야 하는데 차일피일하다가 최근 이런저런 사고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저녁 관저에서 청와대 참모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지치지 말고 일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당분간 교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걱정입니다. 벌써 1년 7개월이 넘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계속 청와대에 붙잡아두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1년 정도 하고 그만뒀습니다. 당시 사직의 변입니다.
“건강도 많이 상했습니다. 근래 점점 거세지는 출마 압력도 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습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체력과 정신이 고갈되어 저는 이제 힘에 부치는 무거운 직책을 내려놓고 저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청와대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중에는 1년 7개월을 근무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닥친 사람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의 뜻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바꾼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인 2019년 5월까지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나쁩니다. 내년 설은 2월 5일입니다. 늦어도 내년 설 연휴 전에는 청와대 정무 참모들을 개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데드 크로스’ 국면에 눈길을 끈 진단과 처방이 몇 개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두 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맹목적인 비판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담긴 논평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글입니다.
'부르터스 너마저~'
갤럽마저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데드 크로스입니다.
오늘 갤럽 조사에서 45 대 46!
최근 3개 여론조사기관의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다음 선거에 나오실 일도 없지만, 지지율은 역대 정부 집권 2년 차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지금도 높습니다. 집권 2년 차에는 정부 여당 여러 곳에서 문제가 터집니다. 이것 또한 당연사이고 늘 있는 일입니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셔야 합니다.
지금 다잡고 가야 개혁에 성공하고 잔여 임기 3년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전기를 위해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과감한 감동적인 인적 개편을 검토 바랍니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삽니다.
우리 역사의 불행한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두 번째는 이기명 <팩트 티브이> 논설위원장의 글입니다. 이기명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냈던 사람입니다. 82살의 나이에도 정치에 대해 날카로운 글을 정기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전략) 민주당은 좋아할 거 하나도 없다. 민주당 역시 변하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 지금 집권여당이라고 해서 희희낙락할 처지가 아니다. 지지자들이 여론조사 결과 보기가 겁난다고 한다. 넘어졌다고 그냥 엎드려 있으면 끝장이다.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도 다시 기어 올라가면 된다. 민주당은 왜 지지율이 하락하는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언론의 왜곡 편파도 있다. 언제는 우호적이었는가. 뚫고 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말한다.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면 인정하고 고쳐야 한다. 옛날 왕은 미복 차림으로 민정을 살폈다. 직접 민심을 살피는 것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얼마나 민심을 제대로 살피겠는가. 내 눈으로 봐야 한다.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이 수행원 없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시장에 나가 보라. 얼굴 팔리는 게 창피하면 3만원짜리 선글라스 끼면 된다. 시장은 민심의 바다라고 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지푸라기나 오물들도 다 보인다. 오물을 봤는데도 그냥 두면 자격 없다. 그들의 민정 살피기가 계속되면 민심도 달라진다. 사이비 언론이 아무리 왜곡 보도를 해도 국민은 진실을 알게 된다. 진실처럼 설득력 있는 것이 어디 있는가. 대통령의 신뢰가 흔들리면 큰일 난다. 정신 차려라.
언론의 불공정 보도로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정치인이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언론은 아니라고 할 것인가. 조·중·동도 인정할 것이다. 한국당도 맞다고 할 것이다. 국민들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속이 상할 것이다. 그렇다고 박정희·전두환 시절처럼 잡아다가 주리를 틀고 방송 신문사 사장 맘대로 갈아 치울 수는 없다. 방법은 민심의 바다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41.08%를 득표했습니다.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유승민 6.76%, 심상정 6.17%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다른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높아졌다고 하지만, 어쩌면 대통령 선거 때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출발해도 절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데드 크로스’가 아니라 ‘골든 크로스’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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