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43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도 개편 관련 합의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초안)
2.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2.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실제 합의문)
2.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2.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려면 증원 불가피 자유한국당, 국민 반대 명분으로 증원 반대
더불어민주당 입장표명 없어···의원들 ‘신중’
문재인 대통령, 국회의원 시절 증원에 찬성
정치학자 다수 찬성···언론계도 찬성 늘어나 반대론 뒤엔 재벌·관료가 유포한 반정치주의
현직 기득권 축소 꺼리는 국회의원들도 반대 의원정수에 대한 언론계의 의견은 찬성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중앙일보> 논객 중에는 찬성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진국 칼럼니스트, 서경호 논설위원 등이 확실한 찬성론자입니다.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는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도 최근 “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확대해 비례대표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의원 특권을 없애고 국회 예산을 법률로 동결하는 게 해법”이라고 칼럼을 써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도 찬성론자입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여러 차례 글도 썼고 말도 했습니다. 반면에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없애고 지역구 하나에서 3~4명을 선출하는 특이한 방안을 제시한 일이 있습니다. 의원정수 확대 찬성론과 반대론의 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찬성론은 두 가지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은 너무 적습니다. 1948년 제헌의회 국회의원은 200명이었는데, 당시 우리나라 인구는 2000만명이었습니다. 대략 인구 10만명당 국회의원 한명씩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는 5163만명입니다. 산술적으로는 국회의원이 510명이어야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너무 적습니다. 국회의원 숫자가 너무 적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국회에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라는 상임위원회가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있습니다. 상임위원회 이름이 이처럼 긴 것은 소관 업무가 너무 넓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예산 및 법안 심의가 졸속으로 이뤄지는 이유도 국회의원 숫자가 너무 적어서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합니다. 독일은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이 ‘1 대 1’입니다. 중앙선관위는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을 ‘2 대 1’로 제안했습니다. 현재 국회 지역구 의원은 253명, 비례대표는 47명입니다.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묶어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지역구 의원을 50명 이상 줄여야 합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이런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할 수 없습니다. 의원들이 악당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든 자기 자리를 없애는 개혁을 할 수 없습니다. 의사가 자기 팔이나 다리를 자르는 수술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지역구 의원 숫자는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늘려야 합니다. 의원정수 확대 반대론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앞에서 몇 차례 말씀드렸듯 반대론의 근거는 간단합니다. ‘국민의 반대’입니다.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다수의 정서적 반감을 거역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론’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반대 의견을 존중하지만 동의하지 않습니다. 반대 의견의 근거인 ‘국민의 반대’ 배경에는 정치 혐오증, 특히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서 유포시키는 반정치주의가 깔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정치주의에 대한 정의는 정치학자 박상훈씨가 명확하게 한 바 있습니다. “정치를 경멸하고 조롱함으로써 일반 시민들이 정치에 기대를 걸지 못하게 하거나 정치의 가능성에 대한 냉소주의를 강화시키는 태도나 경향”입니다. “반정치주의로 이득을 보는 세력이 존재하고 그들에 의해 끊임없이 생산되고 확산된다는 점에서 반정치주의는 분명한 권력 효과를 갖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정치 혐오증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서 퍼뜨리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입니다. 기득권 세력은 누구일까요? 여러 집단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재벌과 관료입니다. 이들은 정치를, 특히 국회와 정당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공격함으로써 공직선거 투표율을 떨어뜨리고, 그렇게 해서 방치된 권력을 자신들이 좌지우지하려고 합니다. 재벌과 관료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국회의원 중에도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겨레> 김규남 기자가 ‘김규남의 스냅 샷’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거나 오히려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쓴 일이 있습니다. 최근 원내대표 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진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은 300명을 200명으로 줄이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현재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아서 의원 개인의 직무에 대한 사명감과 윤리의식이 미약해지는 측면이 있고, 국민의 국회의원들에 대한 감시 기능이 소홀해지는 문제도 있다고 보인다”고 했습니다.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은 “좌우,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큰 박수를 받으려면 ‘국회의원 정수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하면 된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360명까지 의석수를 늘린다? 글쎄요, 저도 의원이지만 이런 것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은 “자꾸 국민 설득하자 하는데 국민이 설득이 되겠습니까”라며 “적어도 우리 당에서는 많은 의원들과 토론을 해본 결과 현재 의석을 늘리는 선거구 제도나 선거법 제도는 반대한다, 그런 입장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의원정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국회의원들의 명분도 한결같이 ‘국민의 반대’입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진짜로 그게 다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의원정수를 확대하면 자신이 받게 되는 수당이나 보좌진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누리는, 말 그대로 ‘기득권’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때 기존 법조인들이 강하게 반대했던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이 상고 허가제나 상고법원 설치를 요구하면서도 대법관 증원에는 손사래를 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국회나 여론조사기관, 언론사 등에서 여론조사도 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의원정수 확대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결론을 내리기 전에 두 가지만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혹시 나도 모르게 반정치주의에 물들어서 기득권 세력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본주의는 1원이 한표입니다. 민주주의는 1인이 한표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득권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민주주의입니다. 정치입니다. 우리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1인 한표로 직접 선출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입니다. 둘째, 의원정수 확대를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문제에 관해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의 판단을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선거제도 개편은 이제 시작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은 국회의원 밥그릇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정치개혁 과제입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논의 과정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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