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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김병준 분란 속 실권 잡은 김성태, 11월이 바쁜 까닭

등록 2018-11-23 11:52수정 2018-11-23 23:39

김성태 원내대표, 임기 한달 남기고 ‘분주’한 까닭은

국회 보이콧 강행 ‘국조 수용’ 돌파
아동수당·선거구제 당론에 영향
중도보수·대여투쟁 캐릭터 강화
차기 당권주자설도 ‘솔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예산안 심사를 앞둔) 연말엔 1분1초가 다급하다.”

원내대표 임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그 어느때보다 바쁜 11월을 보내고 있다. 그는 국회 보이콧을 불사하며 국회를 엿새간 파행시킨 끝에 지난 21일 발표된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회 국정조사를 포함시켰다. 이 과정에서 ‘1분1초’가 급한 예산안 심사와 국민 생활에 밀접한 민생법안 처리를 막는다는 비난도 감수했다. 그는 아동수당의 ‘선별 지급’을 주장했던 기존 입장을 바꿔 아동수당 전면 확대를 발표하는가 하면, 중대선거구제 전환 등 당 내 반발이 일 법한 정책 이슈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김성태 TV’도 발족했다. ‘들개’(본인 별명)와 ‘혼수성태’(일부 누리꾼들이 붙여준 별명)란 양극단 표현 사이에 선 그는, 원내대표 임기 종료를 앞두고 왜 이렇게 분주한 행보를 하는 걸까.

■ “싸움박질도 해본 놈이 잘한다” 김 원내대표의 지난 1년

1년 전인 2017년12월1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당시 김 원내대표는 ‘가까스로’ 결선투표행을 피하는 ‘극적 승리’를 거뒀다. 2017년 5월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지 7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는 112명 중 10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을 1표 넘긴 55표를 얻었다. ‘중립지역’을 표방한 한선교 의원이 17표, 친박근혜(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35표를 받았다. 1표만 다른 후보에게 이동했다면, 상위 1·2위가 겨루는 결선투표를 다시 치러야 했다.

그는 2010년 김무성 원내대표 시절 수석부대표를 맡은 뒤 탈당부터 복당까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 온 ‘김무성계’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정국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소속으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때 “새누리당의 양심”이라 불린 적도 있다. 당 내 ‘정통파(적통파)’를 자처하는 범 친박계 의원들로선 ‘김성태 원내대표’란 그림이 달가울 수가 없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별명이 ‘들개’일 정도로 ‘야성’ 있는 노동계 출신임을 강조하며 ‘강한 야당’ ‘투쟁’ ‘대여협상력’ 등을 내세워 의원들을 설득했다. “싸움박질도 해본 놈이 잘한다”는 그의 말은 연말 예산 심사에서 지역구 예산 등을 챙겨야 하는 의원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그의 취임 일성은 “그동안의 아픔과 상처를 뜨거운 용광로에 모두 집어넣고 문재인 정권의 전횡을 막아내는 전사로 서겠다”는 것이었다.

‘거리의 야당’을 자임한 원내지도부는 출범 직후 청와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여는 것으로 ‘투쟁’을 시작했다. 올해 초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대화 때는 서울 광화문에서 의원총회와 거리집회를 열고 통일대교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며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대통령 개헌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격돌했을 때,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강원랜드 채용청탁 문제로 위원장 사퇴 요구를 받았을 때, 방송법 개정안 처리 문제로 여야가 충돌했을 때, 김 원내대표는 수시로 ‘국회 또는 상임위 보이콧’으로 맞섰다.

지난 5월3일부터 9일간 “조건없는 드루킹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김 원내대표가 벌였던 단식투쟁은, 극한 대치 상황까지 끌고 가 대여 협상력을 높이는 그의 전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당시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장외투쟁’을 시작했지만, ‘출구없는 투쟁’의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단식 카드를 꺼냈던 것이다. 이를 두고 “그때 자유한국당이 유리한 상임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상의 없이 단식투쟁을 시작했다”며 전략적으로 미흡했던 점을 아쉬워하는 당 내 목소리도 있다.

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4일 오전 농성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4일 오전 농성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특검 요구하며 단식… 수시로 공전한 국회

‘들개’를 자처했던 그는 ‘들개 조련사’로 변신도 해야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와중에 “위장평화쇼” “청와대 주사파” “빨갱이” 등 과격한 색깔론 발언으로 국민적 반감을 샀고, 반발하는 원내 중진들에겐 “연탄가스” “고름” 등 폭언을 퍼부었다. 반면 “트럼프와 김정은의 전향을 환영한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던 김 원내대표는 6·13 지방선거를 석달 남겨뒀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소개하며 ‘홍준표발 설화’를 진화하려 시도했다. “친숙하고 사랑받는 야당이 되도록 이미지 개선”을 하자던 이 프로젝트는 “웃기는 짓 하고 있다”는 홍 전 대표의 일축으로 한발도 떼지 못했다. 배현진 현 혁신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영입했을 때는 ‘들개 조련사’를 자처하며 정치신인 교육도 맡았다.

자유한국당에선 김 원내대표가 당의 주도권을 더 강하게 쥔 계기가 된 시점을 ‘6·13 지방선거 이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홍준표 전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당의 실권은 당대표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에게로 급속히 기울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원내대표는 상임위 배정이나 보직 등에서 의원들을 챙겨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당 대표가 없고 김병준 위원장은 바깥에서 강연을 하고 다니는 가운데, 김 원내대표가 실무 하나하나 꼼꼼히 직접 챙겨가며 그립(주도권)을 세게 쥐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을 맡았던 전원책 변호사가 문자해촉되는 사태가 일며 김병준 비대위가 타격을 입었지만, ‘정치적 아마추어들 간의 분란’이 되면서 김 원내대표가 오히려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도 있다. 한 초선 비례 의원은 “하청끼리 싸울수록 시행사는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5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여야정 협의체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맨오른쪽)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5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여야정 협의체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맨오른쪽)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채용비리 국정조사’ 따내며 차기 당권주자 발판?

지난 1년간 자유한국당이 대안 정당의 모습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이는 데 김 원내대표가 일조했다는 비판도 있다. 김 원내대표가 임시방편 구원투수 역할은 했지만, 그 이상의 비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비박계에선 “아쉬움도 있지만, 지난 1년간 이만큼 당을 끌어온 것은 김 원내대표의 ‘전투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반면 친박계에선 “(강한 대여 투쟁을 내세웠던) 홍준표 때처럼 (당을 대표하는) 메신저가 희화화될 우려가 있다” “이젠 투쟁보다 비전을 갖춘 지장이 필요하다”고 견제한다. 어쨌거나 “임기 막바지 이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원내대표는 없었다”는 데는 당 안팎 의견이 일치한다.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해야 하는 연말 예산정국 시기에 보이콧을 불사하며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따낸 김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과 지지층에게 보여줄 또 하나의 ‘투쟁 성과’를 추가한 셈이 됐다.

김 원내대표는 부인하고 있지만, 차기 당권을 노린 ‘자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강하게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내년 2월 전당대회 때 선출되는 당 대표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 친박·비박 계파의 정치적 생사가 걸린 문제다. 비박계에선 김무성 전 대표의 출마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제1야당의 투쟁을 이끌어 온 김 원내대표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가 1년간의 원내대표직을 발판 삼아 당권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중립파에 가까운 의원들에겐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있다”며 “(탈당했다가 돌아온) 복당파나 ‘김성태 리더십’에 불만도 있지만, 현 정부에 맞설 마땅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 원내대표의 ‘보이콧’ 투쟁은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고 짚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 “지금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취재진 앞에서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바른미래당 김관영(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취재진 앞에서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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