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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다이’ 홍준표는 왜 화가 났을까

등록 2018-10-18 20:02수정 2018-10-19 13:52

성한용 선임기자의 막전막후 234
하루 두 개씩 ‘페이스북 정치’ 재개
“당내 일부 시비에 침묵하지 않겠다”
‘저격수’-‘독고다이’ 기질 다시 뿜어내
당내 반향 없고 언론 관심도 못 받아
“퇴진 위기 본능적으로 느끼는 듯”
대안부재 명분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
일러스트 김영훈 기자.
일러스트 김영훈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996년 여당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2년도 지나지 않아 야당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1997년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야당 의원이 되고 보니 홍준표 의원은 여당보다 야당이 훨씬 더 잘 어울렸습니다. 검사 출신답게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1998년 한나라당이 대정부투쟁에 나섰을 때 홍준표 의원은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특히 그의 연설은 매우 선동적이었습니다. 전국 순회 연설에서 이회창 총재 바로 앞 순서에 연단으로 올라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1999년 선거법 위반 대법원 판결 하루 전 그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직 사퇴 발언을 하고 국회를 떠났습니다. 다음날 한 신문 만평의 제목은 ‘디제이 저격수 가다’였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저격수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자서전에 이 얘기를 썼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조직과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유명한 싸움꾼이었던 ‘스라소니’와 닮은 데가 있었습니다.

그는 검사 시절 검찰 조직의 눈치를 보지 않았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수사, 파친코 사건 수사에서 정권과 검찰 상부의 압력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기질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2017년 대선에서 지고 얼마 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칼럼에서 그를 ‘독불장군’이라고 비판한 일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저는 독고다이이지 독불장군은 아닙니다. 독불장군은 부하라도 있지만 저는 부하 한명 두지 않는 독고다이입니다. 이 나이 되도록 독고다이 정신으로 강인함이 없이 살았다면 저는 검사 때 이미 한국 사회에서 매장되었을 겁니다. 언제나 주변의 조언을 듣고 결정하고 결정하면 머뭇거림 없는 독고다이입니다.”

‘독고다이’는 일본어로 '특공대'를 뜻하는 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조직과 상관없이 별도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독고다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자신을 독고다이로 규정한 것은 꽤 일리가 있는 분석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월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월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오래전 얘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홍준표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열심히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두 개씩 올리기도 합니다. 가히 페이스북 정치라고 할 만합니다. 최근 사흘 치를 읽어보겠습니다. 이미 보신 분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10월16일/

최근 당내 일부에서 나를 두고 시비를 거는 것을 보고 여태 침묵하였으나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당을 위해서나 나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어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나는 친박-비박으로 당이 붕괴되어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된 후 4프로 밖에 되지 않던 정당을 맡아 대선에서 단기간에 24프로 정당으로 만들었고, 대선 패배후 1년간 도미 유학을 하기로 하였으나 당원들의 요구로 23일 만에 귀국하여 책임당원 74프로의 압도적 지지로 당을 맡아 혁신, 우혁신하여 지방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까지 가담한 남북 평화무드에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약속대로 당대표 임기를 1년 남기고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지방 선거에서 우리당 지지율은 28프로로 더 상승을 했습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지면 공천 책임을 진 내가 사퇴하고 기초단체장, 기초·광역의원 선거에서 지면 해당 공천을 책임진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책임지기로 약속했으나 선거후 해당 당협위원장들이나 국회의원들이 단 한명도 책임진다는 말을 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는 기억 합니다.

2011.12. 당대표 할 때에도 우리당이나 나 자신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던 디도스 파동 때 나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당 대표를 사퇴한 일이 있습니다. 정치적 책임은 행위 책임인 사법적 책임과는 달리 결과 책임이기 때문에 그때도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습니다.

나는 언제나 책임 정치를 해온 사람입니다.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YS나 DJ가 선거에 졌다고 모든 것이 끝이 났습니까?

대선, 지선 등 두번의 선거를 하는 동안 나는 이 당의 힘만으로는 다시 집권을 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여전히 친박-비박의 갈등이 남아 있고 정책 역량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해야 할 일중 가장 시급한 일은 보수 우파 진영이 재집권 할 수 있는 기반을 새롭게 닦는 일입니다. 웅덩이 속의 올챙이처럼 오글거리며 당 안에서 서로가 엉켜서 서로를 할퀴는 어리석은 행동은 당을 더 어렵게만 할 뿐입니다.

지금은 보수.우파 진영 모두가 힘을 합쳐 나라 체제 변경을 시도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때입니다.

10월17일/

동지 의식은 간데없고 계파 의식만 있는 당은 미래가 없습니다.

서민경제는 파탄 지경인데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유럽 순방이나 하는 정권을 그냥 두고 야당 역할 한다고 할수 있습니까?

국정감사 중입니다. 당력을 모아 문 정권에 대항하십시요. 내 자리 차지는 그다음 일입니다.

10월17일/

나는 23년 정치 하면서 계파에 속하거나 계파를 만들어 본 일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국민 대표기관이지 어느 계파의 대리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소신 때문입니다. 소위 언론에서 만들어낸 친홍계 라는 것은 내가 당대표를 할 때 같이 일하던 당직자들일 뿐입니다.

2011.7. 전당대회 때는 친이-친박이 무리지어 총동원 체제로 당권 장악에 나섰지만 결론은 무계파였던 내가 압승을 했습니다.

2012.11. 경남지사 보궐선거 당내 경선 때는 친박들이 총동원 체제를 갖추어 나를 저지했어도 내가 이겼고, 2014.4.경남지사 당내 경선 때는 청와대까지 나서고 경남 국회의원들이 거의 대부분 친박 진영에서 활동했어도 내가 이겼습니다.

당시 친박 사무총장은 경선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경선 현장에서 재검표를 지시하여 재검표를 두 번이나 했어도 내가 이겼습니다.

나는 당원과 국민들을 보고 정치를 하는 것이지 국회의원들에게 기대어 정치를 하지는 않습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소신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무리를 지어 파당 정치를 한 결과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고 정권을 좌파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20대 새누리당 출신 국회의원들은 당시 의원이 아니었지만 나를 포함해 모두 역사의 죄인들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일신의 안위보다는 선당후사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오죽하면 당원도 아닌 분들이 당에 들어와 혁신을 주장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이미 그 당은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입니다. 내 자리보전보다 이제는 모두가 하나 되어 문 정권에 대항할 때입니다.

10월18일/

북한을 가족 같은 나라라고 어느 민주당 중진의원이 칭찬했다고 합니다.

가족을 고사포 총으로 쏴서 시체도 없이 분해하고 국제공항에서 세계가 보는 와중에 가족을 독살하고 수십만을 정치범 수용소에서 가두어 인간 이하 노예 생활을 하게 하는 나라가 가족 같은 나라입니까?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지금 나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10월18일/

해방 이후 대북정책의 흐름을 보면 이승만-박정희-노태우로 이어지는 현실주의 노선과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낭만적 민족주의 노선이 있습니다.

낭만적 민족주의 노선은 국제정치의 흐름을 무시하고 민족이라는 혈연 공동체에 호소하면서 우리 민족끼리 라는 북한의 전략에 부응하는 그런 노선이지요.

이러한 낭만적 민족주의 노선은 19세기 유럽의 약소국이었던 독일이 게르만 민족의 통합이라는 명제로 출발한 것입니다.

그런데 야릇하게도 낭만적 민족주의 노선은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면서 평화를 내세우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 주면서 일시적으로 호응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낭만적 민족주의와는 다르지만 평화를 내세우면서 국민들을 기만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었습니다.

1938.9. 영국수상 채임벌린이 뮌헨 회담 후 귀국하면서 공항에 운집한 런던 시민들에게 조약서를 흔들면서 여기에 평화가 있다고 했을 때 영국 국민 80프로는 환호를 했습니다.

그러나 몇달 후 히틀러는 세계 2차대전을 일으켰고 체임벌린은 세계 외교 사상 최악의 선택을 한 지도자로 비난을 받으면서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1938.9. 체임벌린을 맞는 런던공항의 시민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흐름을 무시하는 이 노선은 19세기 조선시대 대원군의 쇄국정책과 유사한 시대착오적인 정책으로 결국 전체주의로 가게 됩니다.

냉전시대에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서유럽 12개국으로 출발한 나토가 소련이 붕괴된 냉전 이후에는 동구권도 참여하는 29개국 공동 방위체제로 발전한 것도 이제 세계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방위체제로 전환하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좌파들이 말하는 전시 작전권 환수도 낭만적 민족주의의 소산 입니다.

세계에서 단독으로 나라를 지킬 능력이 있는 나라는 미국.영국.러시아.중국.프랑스 정도에 불과합니다.

한미 동맹을 미 제국주의에 복속하는 것으로 매도하고 한일 협력을 친일이라고 매도하는 것도 모두 북한의 주장에 호응하는 좌파들의 낭만적 민족주의의 소산입니다.

걱정은 11.6. 미국 중간선거 이후 럭비공 같은 트럼프의 선택입니다.

그때는 중간선거를 의식한 미.북 평화쇼도 통하지 않을 테고 과연 북핵 폐기를 위해 어떤 선택을 트럼프가 하고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참으로 걱정스러운 요즘입니다.

17일 페이스북 댓글에서는 팔로워와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팔로워) 계파는 만들지 않은 것은 진실하신 것으로 믿습니다. 한데 이명박 계파에 속하지 않으셨던가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문재인을 축출하는 데는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멸공 ^^

(홍준표) 친이계였다면 장관, 총리도 했을 것이고 당대표 선거 때 MB가 나를 밀어주었겠지요. 나와 MB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맺어진 것이지 계파는 아닙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14일 대구 앞산 공원 전망대에 올라 찍은 사진. 홍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전 대표가 14일 대구 앞산 공원 전망대에 올라 찍은 사진. 홍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어쨌든 홍준표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읽어보면 그의 오래된 별명인 ‘저격수’, 그리고 스스로 붙인 별명인 ‘독고다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페이스북 글의 내용이 대부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총질이거나, 자신은 당내 계파를 만든 일이 없다는 항변, 두 가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궁금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갑자기 페이스북에 글을 많이 띄우는 이유가 뭘까요? 16일 글에 단서가 들어 있습니다. “최근 당내 일부에서 나를 두고 시비를 거는 것을 보고 여태 침묵하였으나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당을 위해서나 나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어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라는 대목입니다. 쉽게 말해 나는 자유한국당을 살려낸 사람이니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조강특위 위원 전원책 변호사가 10월11일 <시비에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자인 김현정씨와 이런 대화를 나눈 일이 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왜 이 질문 드리냐면. 예를 들어 홍준표 전 대표 같은 분도 당협위원장 아닙니까? 이런 분한테도 칼을 휘두를 수 있습니까?

◆ 전원책> 당연하죠. 기준 만들어놓으면 나중에 점수 공개하자. 이 얘기 나옵니다. 지금 이게 무슨 수능 시험 치는 것도 아니고. 저는 기준 없는 것이 기준이다. 이 말씀을 드릴게요.

◇ 김현정> 누구도 다만 예외는 없다. 홍준표 전 대표 아니라 누구라도 예외는 없다.

◆ 전원책> 지금은 제가 조강위에 김용태 사무총장부터 사무부총장 두 분 다 참가하지 마라. 이 결정에 개입하지 마라. 이 말은 이 조강위의 생명은 바로 공정성이에요. 이게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나중에 모든 원망은 제게 다 쏟아집니다. 그런 걸 알기 때문에. 기준에 예외가 있을 수도 없고 또 친소 관계가 작용할 수도 없습니다.

(중략)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괜히 역정 내지 마시라. 그 얘기 하신 거고 그러면 뭐 통합 전대가 됐든 아니면 그게 잘 안 돼서 한국당만의 전당 대회가 됐든 전당대회는 치러질 겁니다. 치러지는데 이때 당 대표 출마 자격을 좀 제한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구시대의 인물이라든지 선거 결과에 책임이 있는 인물들은 제한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그런 구시대 인물들이 다 당 대표 하겠다고 나올 거다. 이런 얘기가 당내에서 나와요.

◆ 전원책> 우리 김 앵커가 참 노련합니다. 거기에 예컨대 김무성, 홍준표 이름들 거론 안 하고 그렇게 빙글빙글 돌려서 얘기하는데.

◇ 김현정> 그 이름 아시네요.

◆ 전원책> 청취자들 듣기 좋게 직접 쉽게 얘기를 하시는 게 낫죠.

◇ 김현정> 그러면 제가 그렇게 질문하겠습니다. 김무성, 홍준표 이런 분들 자격 제한해라. 어떻게 보세요?

◆ 전원책> 본인이 다 판단하도록 해야죠. 그게 조강위가 해 가지고 칼 가지고 직접 목을 친다. 이런 일은 사실 조강위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조강위가 나서서 이 일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든지 간에 팔 잘라내고 다리 잘라내고 하면 지금 안 그래도 비박, 친박 이 난리를 치고 있는데 이 당이 살아남겠어요?

◇ 김현정> 그럼 알아서 빠져주시라 이 말씀이에요?

◆ 전원책> 다 알아서 빠질 겁니다. 빠질 분들은 내가 지금 특정인을 두고 하는 얘기는 전혀 아니고요. 빠져야 될 분들은 다 빠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 김현정> 왜요? 어떻게요?

◆ 전원책> 글쎄, 한번 지켜봐 주세요.

◇ 김현정> 뭐가 있어요? 빠질 만한 분들은 다 알아서 빠질 만한 장치가 있습니까?

◆ 전원책> 그리고 본인들이 큰 그릇이라면 빠지겠죠. 당연한 거예요, 그건. 아주 당연한 이치예요. 끝까지 고집을 하면 본인들 스스로가 무덤을 파는 일이 되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 전원책> 그렇게 되도록 해야죠. 그것이 정도고 그것이 화합으로 가는 길이고 그거 무슨 초단들처럼 목 쳐서 쫓아내고 자르고 해서 섭섭해 하고 눈물 뚝뚝 흘리게 하고 그런 게 아니에요. 대의를 위해서는 소의를 희생할 수 있는 다 그런 분들이잖아요.

◇ 김현정> 단두대에 끌어다가 갖다가 놓친 않겠다. 내가 놓친 않겠다.

◆ 전원책> 제가 그러지 않아도 소 잡는 백정 아니라는 얘기를 기자들에게 수차례 얘기를 했는데.

어떻습니까? 전원책 변호사 얘기를 듣고 홍준표 전 대표는 기분이 어땠을까요? 10월15일 조강특위 외부위원 명의로 ‘당원, 당직자, 당협위원장, 국회의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고언’이라는 입장문이 나온 일이 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를 겨냥한 글은 아니지만,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엇보다도 정권을 되찾겠다면, 국가를 경영할 지식과 열정을 갖추었는가를 스스로 따져보아야 합니다”라는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보수 정당의 기존 정치인들에게 ‘자격’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자존심이 무척 상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홍준표 전 대표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는 17일 글에서 “오죽하면 당원도 아닌 분들이 당에 들어와 혁신을 주장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이미 그 당은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입니다”라고 썼습니다. 말이 얽혀서 앞뒤가 맞지 않지만, 행간에서 홍준표 전 대표의 다친 자존심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김용태 위원장 등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 김 비대위원장, 전원책, 강성주, 이진곤 위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김용태 위원장 등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 김 비대위원장, 전원책, 강성주, 이진곤 위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 내부 사정을 꽤 잘 아는 사람에게 홍준표 전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홍준표 전 대표가 퇴진의 위기에 몰려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째, 홍준표 전 대표가 쓴 글을 아무리 읽어보아도 이 글을 왜 쓰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홍준표 전 대표의 글에 대해 당내에서 아무런 반향이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에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하긴 홍준표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를 지낸 사람입니다. 대선 패배 이후 대표로 복귀해 지방선거까지 치렀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의 글에 대해 비판이든 동조든 당내에 반향이 별로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0월17일 광주를 방문해 5·18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기자들이 출장을 가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어떤 기자도 홍준표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김병준 위원장의 의견을 묻지 않았습니다.

18일 치 아침 신문에서 홍준표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소재로 한 기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은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에게는 “자신의 부음을 제외하고 언론에 무조건 이름이 많이 나는 것이 좋다”는 ‘금언’도 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로서는 지금의 ‘무반향’이 무척 고통스러운 상황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원책 변호사의 기대와 달리 홍준표 전 대표가 내년 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대표로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모두 커다란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본인의 말처럼 보수의 몰락에 큰 책임이 있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정치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대안 부재’입니다. 대안 부재는 홍준표 전 대표에게 전당대회 출마의 훌륭한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당선 가능성입니다. 이 대목에서 자유한국당 내부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홍준표의 시대는 끝났다”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도 득표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홍준표 전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운명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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