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사흘 만인 23일 다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유엔 총회 연설을 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공항을 떠나며 인사하고 있다. 성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연휴중인 23일 오후 방미길에 오른다.
지난주 2박3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23일부터 27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26일 제73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한국의 추석 연휴와 겹치는 유엔총회 기간에 한국·미국·북한은 잇따라 회담을 열어 비핵화 로드맵 등을 놓고 숨 가쁜 외교전을 벌이게 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연내 종전선언 실현 여부 등 한반도의 향후 정세를 가늠할 수 있는 ‘슈퍼 위크’가 될 전망이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을 열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상세히 공유·평가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의 돌파구 마련과 남북, 북-미 관계의 선순환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실천적인 협력 방안을 심도있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24일(현지시각)로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기에 비핵화를 마치고 경제 건설에 매진하고 싶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와 그의 ‘비핵화 구상’을 함께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정상회담 대국민보고에서 “논의할 내용 가운데 합의문(평양공동선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게 되면 그때 미국 쪽에 상세한 내용을 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우리 쪽 특사단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2021년 1월) 안에 비핵화를 마무리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조처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1년 전 유엔총회 때만 해도 미국과 북한의 ‘말 전쟁’(word wars)으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한 뒤 “어제 대통령도 말했듯 ‘톱다운’ 방식으로 위로부터 과감한 결정이 나오고 있지 않나. 미국도 ‘톱다운’의 과감한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닌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제재가 돼야 한다”며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가 실현돼 남북 관계의 장애 요소가 되는 제재에 긍정적 영향이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가시적 조처를 전제로 제재 완화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29일(현지시각) 전후로 열릴 예정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담에서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처와 종전선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자고 제안한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의 실무회담에서 의미있는 결론이 도출될 경우,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으로 이어지며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연내 종전선언 논의 등으로 빠르게 옮겨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국민보고에서 “연내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그 부분을 다시 논의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정상과 북의 유엔총회 연설도 관심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다음날인 25일에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깜짝 제안’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칭하는 등 거친 공격에 나선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26일 연설에 나서 평양회담의 성과와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29일 연설이 예정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의 비핵화 의지와 종전선언 필요성 등을 거듭 강조할지도 주목된다.
[화보] 문 대통령, 평양 이어 미국으로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