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정의당 신입당원 만남의날 행사에서 강상구 교육연수원장(왼쪽부터), 이정미 대표, 김종민 서울시당 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28일 저녁 7시 국회 헌정기념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대강당은 150명의 정의당 신입당원으로 들어찼다. 정의당 서울시당이 마련한 신입당원 환영행사의 주인공들이었다. 정의당은 지난 7월23일 노회찬 전 의원 죽음 뒤 새 식구가 된 8천명의 당원들을 시도당, 지역위원회 등 다양한 단위에서 불러모으고 있다. 이날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은 서울 지역 새내기 당원들을 만나러 이곳을 찾았다.
생전의 노 전 의원이 남긴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2012년 10월 ‘6411번 버스’를 얘기했던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부터, “치맥 쏜다고 현혹돼 입당하신 분들께 약속을 지키겠다”며 호쾌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쳤다. 당원·당직자 여럿이 눈물을 훔쳤다.
새내기 당원들을 맞이한 심상정 의원은 “사람이 가난하다고 그 뜻이 가난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 정의당은 작지만 꿈은 크고 원대하고 고귀하다”며 “여러분도 그런 큰 꿈을 현실화하는 주체로서 정의당을 선택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심 의원은 “무척 기쁘지만 걱정도 있다”며 노 전 의원의 빈소를 찾아온 가수 이은미씨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정의당 입당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은미씨에게 그는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심 의원은 “정의당이 정의로운 정당인 건 알겠지만 당에 들어와보면 부족함도 드러나고 시각차도 드러날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할까”라며 “10개월 간 정의당과 화끈하게 하는 것보다 10년, 100년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은미씨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쉬이 식는 사랑이 아니라 은근한 성원으로 100년 가는 진보정당을 함께 일구자는 당부였다.
이날 모인 서울 지역의 새내기 당원들은 ‘노회찬’을 기억하며 정의당의 미래를 그렸다. 1980년대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유진호 당원에게 당시 노회찬은 비밀리에 진행되던 특별강연 강사였다. 그는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 얘기를 하며 “경제적인 소득향상과 빵이 만족스럽다고 해도 인권을 중시하고 장미를 나눠주던 (노회찬) 의원님의 모습처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을 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당원으로서 모범적인 사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강한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함으로 난국을 돌파한 노회찬의 길을 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교수인 이준석 당원은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발의한 법안이 120개 정도인데 우리는 (법안 발의에 필요한 의원) 10명을 채워본 적이 없다”며 “노회찬과 보좌진들은 노선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른 의원을 (공동발의자로) 설득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당원은 “원칙에 고지식했지만 방법은 기발했던 노회찬을 잊고 싶지 않다. 그런 정신이 정의당을 살아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순태 당원은 “원칙은 강철과 같고 실천은 풀과 같으며 생각은 도서관이지만 말은 주말드라마 같은 그런 정당을 만들자”고 거들었다.
28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정의당 신입당원 만남의날 행사에서 생전에 노회찬 전 의원이 악기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당원들이 시청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의당 서울시당은 이날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발언할 당원들을 사전에 섭외했는데 시민단체 활동가인 권효은 당원은 앞서 발언한 당원 4명이 모두 남성이었던 점을 지적했다. 그는 발언자가 행사에 참여한 당원들의 성비와 맞지 않는다며 “마이크가 여성에게 많이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녹색당이 맞는 것 같은데 왜 정의당에 가입하느냐’는 친구들의 물음에는 “원내정당이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정의당이 여성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달라. 낙태죄 폐지를 앞장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새내기 당원 212명에게 ‘내가 바라는 정의당’을 물은 설문조사도 공개됐다. 1위는 74명이 답한 ‘정의롭고 원칙을 지키는 정당’이었고 2위는 ‘서민과 소수자를 위한 정당’(43명), 3위는 ‘힘 있는 정당’(28명)이었다. 이정미 대표는 정의당이 힘을 갖기 위해선 ‘노회찬이 남긴 제1의 과제’인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의당이, 작지만 강한 정당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지만 언제까지 일당백으로 살 수는 없다”며 “내가 지지하는 만큼 내 목소리가 나오기를 원하는 선거제도를 만드는 게 대한민국 정치를 가장 선진적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소득주도성장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민들이 알기 시작했고 당 지도부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라며 “여러분들이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새내기 당원들은 “힘 있는 정당, 서민과 소수자를 위한 정당, 정의롭고 원칙을 지키는 정당”이라는 정의당의 미래상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사회자인 강상구 교육연수원장이 “그 정당 만들 분들,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하자 150여명의 당원들이 힘차게 박수를 쳤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