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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 서울시장 후보 3명 인터뷰 뒷얘기…누가 잘했냐고요?

등록 2018-05-17 15:05수정 2018-05-17 15:26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08
7년 최장기 재임 박원순 시장 공관서 각론에 여유 있는 답변
“어려운 선거인 줄 알고 나왔다” 김문수 적극적 자세 돋보여
체력 하나 자신 있다는 안철수 “인물 중심으로 가면 해볼 만”
기자라는 직업의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유명 인사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은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취재원 한 사람이 여러 명의 기자를 상대로 브리핑한 뒤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방식을 기자 회견이나 기자 간담회라고 합니다. 반면에 기자 한 사람이 취재원 한 사람과 질문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은 인터뷰입니다. 기자는 일반인의 관점으로 전문가를 상대해야 합니다. 인터뷰가 언제나 부담스러우면서도 무척 설레는 이유입니다.

최근 6·13 지방선거에 나서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세 사람을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인터넷 한겨레와 한겨레신문 지면을 통해 자세히 소개됐습니다. ‘소개했다’고 하지 않고 ‘소개됐다’고 표현한 것은 인터뷰를 저 혼자 한 것도 아니고 기사를 저 혼자 쓴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인터뷰 기사를 한 번씩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박원순 인터뷰 링크

김문수 인터뷰 링크

안철수 인터뷰 링크

이번 ‘정치 막전막후’에서는 제가 인터뷰하면서 느낀 세 후보의 분위기와 뒷얘기를 조금씩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문에서 정치인 인터뷰는 대개 기자 3명이 한팀을 이루어 진행합니다. 주로 질문을 하는 기자, 그리고 인터뷰 내용을 기록하는 기자, 그리고 사진 기자입니다. 이번 서울시장 후보 연쇄 인터뷰의 주질문자는 저였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원순 후보 인터뷰는 5월 13일 일요일 오전 서울시장 공관에서 했습니다. 예비후보 등록 이전이라 서울시장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 공관은 종로구 북촌로에 있습니다. 가회동 주민센터 맞은편인데 이정표가 없어서 찾기가 쉽지는 않은 편입니다. 인터뷰 기록은 사회부 법조팀에서 최근 정치팀으로 옮겨온 서영지 기자가 했고, 사진 취재는 박종식 기자가 했습니다.

일요일인데도 김주명 비서실장, 김의승 대변인, 허윤미 미디어보좌관 등 6~7명이 인터뷰에 배석했습니다. 정치 쪽 경험이 별로 없는 서영지 기자는 조금 놀란 얼굴로 “배석자가 원래 이렇게 많은 것이냐”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일까요? 박원순 시장은 인터뷰 내내 여유가 넘쳤습니다. 7년의 관록은 역시 대단했습니다. 미세먼지면 미세먼지, 대중교통이면 대중교통, 시정의 세밀한 부분은 물론이고 정치적 사안까지 막힘이 없었습니다. “한성판윤 시절부터 따져도 박원순 시장이 최장수일 것”이라고 누군가 저에게 해줬던 귀띔이 떠올랐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겨레와 이런저런 인연이 많은 사람입니다. 한겨레신문 창간 초기에 논설위원을 한 일이 있습니다. 2011년 10·26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박영선 후보,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경선을 했는데,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넷 텔레비전 토론회를 했습니다. 7년 뒤 2018년 박원순-박영선-우상호 세 사람의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도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넷 텔레비전 토론회를 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공관 잔디 마당에서 사진 취재를 위해 잠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틈에도 미니 태양광발전소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저에게 설명했습니다. 얘기를 들으며 박원순 시장의 일 중독 증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공관 한쪽에는 물고기들이 사는 작은 연못이 있었습니다. 연못 위 그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새들이 가끔 날아와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려고 해서 그물을 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공관을 떠나는데 박원순 시장은 대문 앞까지 나와서 한참 동안 우리 일행을 배웅했습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인터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일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시간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김문수 후보 자신이 참모들에게 “한겨레 인터뷰 빨리하자”고 강하게 요구해서 겨우 일정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14일 오전 한겨레신문사 5층 스튜디오에서 했습니다. 신문-방송 동시 인터뷰 형식이었습니다. 인터뷰 진행은 제가 했고, 인터뷰 내용을 기록하고 기사를 쓴 것은 정유경 기자였습니다. 사진은 김성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녹화 편집 등 사정이 있어서 16일 치 신문에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인터뷰 시작 20분 전에 정택진 대변인과 함께 7층 편집국을 찾아 왔습니다. 인터뷰 전에 한겨레 편집국 간부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박용현 편집국장과 송호진 정치팀장이 잠시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나라당 출입 기자를 했던 박용현 편집국장은 김문수 후보와 아는 사이였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한겨레가 신문만 해서는 안 되고 종합편성채널 방송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5층 스튜디오로 옮겨 방송을 준비하는 동안 “지난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는데 선거에서 처음 떨어져 보니까 어떠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정치인은 역시 떨어져 봐야 한다. 선거에서 두세번 떨어진 사람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웃으며 받아넘겼습니다. 인터뷰는 45분 동안 했습니다. 인터뷰 전에 질문을 미리 건네줬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주저함이나 막힘이 없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당선될 것 같으냐”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려운 선거인 줄 알고 나왔다. 서울시장 후보로 아무도 안 나오는 것보다는 낫다 싶어서 나왔다”는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평소 언론 인터뷰에서 극우적 성향이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맹목적 반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겨레> 인터뷰에서는 튀는 발언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정이나 정치 현안에 대해 꽤 정리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피디들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인터뷰가 신문에 나간 뒤 김문수 후보는 전화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인터뷰는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청 앞 작은 커피점 2층에서 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이날 오전 광진구에서 계속 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신문사에서 방송 장비를 가지고 이동하기가 어려워 신문 인터뷰만 진행했습니다. 안철수 후보 인터뷰를 기록하고 기사를 쓴 것은 송경화 기자였습니다. 사진 취재는 김정효 기자가 맡았습니다.

권성주 대변인이 인터뷰 장소에 먼저 도착했습니다. 권성주 대변인은 권철현 전 국회의원의 아들입니다. 약속 시각에 정확히 맞춰 안철수 후보가 들어왔습니다. 커피 한 잔을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곧바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인터뷰 질문과 답변 내용을 잘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도중 안철수 후보의 얼굴은 유난히 맑아 보였습니다. 질문을 농담으로 받아넘기는 여유도 부렸습니다. 예를 들어 ‘체력이나 건강은 괜찮냐’고 물었더니, “가진 게 체력밖에 없다”며 웃었습니다. ‘이번에 떨어지면 타격이 크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더니,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바른미래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말이 있듯이 선거는 (투표함을) 까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고 받아넘겼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많이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당선 자신 있냐”는 단도직입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런저런 설명을 했습니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은데, 여론조사 답변자 중에 지난 대선 때 나를 찍은 사람이 10%도 안 되는 것으로 미루어 지금 나오는 수치의 세 배가 실제 지지도라고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당선될 것 같냐’고 거듭 물었습니다. “지방선거는 인물 중심으로 흐르기 때문에 해볼 만 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정치를 해서 행복하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그런 타입이다. 정치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말인 것 같아서 좀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궁금증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정치를 해서 지금 행복할까요? 사실은 제가 모든 정치인에게 갖는 궁금증이기도 합니다.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도전자는 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17일 현재 중앙선관위에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된 사람은,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후보 이외에도, 정의당 김종민 후보, 민중당 김진숙 후보, 대한애국당 인지연 후보, 녹색당 신지예 후보, 우리미래 우인철 후보, 친박연대 최태현 후보가 있습니다. 6월 13일 밤 개표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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