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2월26일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현장 청문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세월호가 빠지고,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못 구한게 아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지도부 회의에서 또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제때 구조 지시를 내렸다고 한들 구하지 못할 사람은 못 구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홍지만 대변인의 “세월호 7시간 난리굿, 박근혜가 불쌍하다”는 논평을 거둬들인지 불과 하룻만이다. 정치권에선 여전히 “교통사고” 수준으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자유한국당의 기본 시각이 거듭되는 막말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30일 오전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부대표인 정유섭 의원(인천 부평갑)이 공개발언을 신청했다. “한국 언론은 하이에나처럼 죽은 권력 물어뜯기에 바쁘다”며 말문을 연 정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침실에 있었다는 박 전 대통령 때문에 인명피해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세월호 7시간이 불거졌다. 박 전 대통령이 불성실하게 근무한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박 전 대통령 때문에 세월호가 빠지고,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못 구한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고 대응은 현장 책임”이라는 것이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충북 제천 화재, 경남 밀양 화재를 거론하며 “세월호보다 훨씬 잘못된 현장대응 능력을 보여줬지만 (언론은) 이에 대한 잘잘못은 따지지 않는다. 그저 문재인 대통령이 빨리 보고 받고, 빨리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했다는 것만 강조한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전원 구조를 지시했다고 한명이라도 더 구조가 됐나? 대통령 지시가 도달하기 전에 모든 상황이 끝났고, 현장대응은 형편없어 소중한 생명이 속절없이 사라졌다. 대통령 지시나 대응에 따라 구조될 사람이 구조되고, 구조 안 될 사람이 구조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제때 보고를 받고 ‘골드타임’에 구조 지시를 내렸다고 하더라도 해경 등의 현장대응 능력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막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2016년 말 구성된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위원이었다.
회의를 주재하던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 의원의 발언을 끝으로 공개회의를 마쳤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 정 의원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촛불시민 등은 모조리 석고대죄해야 한다”는 홍지만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공식입장이 아니었다”며 대신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자유한국당이 회의 뒤 공개한 원내대책회의 회의록에는 정 의원의 발언 중에서 논란이 될 것같은 부분만 삭제된 상태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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