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세월호 7시간 의혹 어록
28일 검찰, 세월호 7시간 의혹 발표로 드러난
과거 박 전 대통령을 방어하던 이들의 말말말
2014년 10월2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선서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이 28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대부분 드러났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면,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골든타임이 지나 첫보고를 받았고, 수시로 보고 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적절한 지시’ 대신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와 세월호 참사를 논의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관련기사: 베일벗은 ‘세월호 7시간’…최순실, 당일 청와대서 대책회의)
검찰 조사 결과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과, 친박 의원들이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방어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이유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과거 세월호 7시간에 대해 거짓에 가까운 해명을 하거나, 물타기를 시도한 정치권의 말을 다시 짚어 본다.
김기춘의 ‘창조적’ 해명 “아침에 일어나셔서 주무실 때까지 근무시간”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던 2014년 10월2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아침에 일어나셔서 주무실 때까지가 근무시간이고, 어디에 계시든지 간에 집무를 하고 계시고 관저도 집무실의 일부인 것이 틀림 없다”는 ‘창조적’ 논리를 폈다. 박 전 대통령이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한 나름의 대응이었다. 그는 “어디서나 보고를 받으시고 지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대통령 계시는 곳이 바로 대통령 집무실이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2014년 10월2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16일 김 전 실장의 발언대로 관저에서 집무를 보지 ‘못했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보고를 위해 두차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결국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침실 앞까지 가 대통령을 불렀고, 그제야 침실 밖으로 나왔다고 검찰은 밝히고 있다. 이는 세월호 골든타임이 지난 오전 10시20분께였다. 골든타임이 지나도록 침실에 머무르고, 휴대전화도 받지 않은 것이다. 김 전 실장이 ‘경호상의 이유’를 들며 끝내 박 전 대통령의 위치를 밝히지 않은 것도 이를 숨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어디서나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활용할 의지도 없고, 활용할 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정 감사에서 김 전 비서실장은, ‘친박 핵심’인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합’을 맞추며 박 전 대통령을 변호했다. 국정감사 회의록 중 일부다.
◎ 2014년 10월28일 국회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 회의록 발췌
- 김재원 위원: 청와대에 계셨다면 일반 국민들은 청와대 경내가 가장 안전한 곳이다라고 생각하실 건데요. 만약에 당시에는 공개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제 다 지나간 일인데 지금은 공개할 수 있지 않습니까?
-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 대통령께서 집무하고 계시는 청와대는 비교적 제한된 구역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위성에서도 내려다보고 심지어 적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다니면서 촬영을 하고 이렇게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의 위치를, 비록 지나간 일이든 현재든 앞으로든 정확한 특정 시간의 어느 위치를 말씀드린다는 것은 장차 경호상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들은 특정한 위치를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 정부에서도 그렇게 해 왔습니다.
- 김재원 위원 어떤 일간지에 보면 당일 날 본관 집무실이 아니라 관저에 있는 집무실에서 집무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런 보도도 있었습니다. 관저에 있었던 것을 감추기 위해서 그렇게 답변한 것이 아니냐 이런 보도였는데요, 이 문제는 어떻습니까?
-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 그것이 아닙니다. 대통령께서 집무하실 수 있는 공간이 여러 곳에 있습니다. 관저, 본관, 위민관 여러 곳에 있습니다마는 그 시간에 어느 집무실에 계셨는가 하는 것은 저희들이 경호상 밝힐 수 없다는 뜻입니다. 어디서나 보고를 받으시고 지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대통령 계시는 곳이 바로 대통령 집무실입니다.
- 김재원 위원: 일반적으로 우리가 대통령 관저라고 하면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쉬는 곳,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사건 당일 날 관저에 계셨다고 하면 마치 쉬고 있었던 것 아니냐 이런 오해를 받을까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라고 언론에 추측성 보도가 났습니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께서는 가족이 없는 관계로 관저도 사적인 공간이라고 보기보다는 집무실의 연장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그것이 아니라 아예 관저에도 집무실이 있다 이 말씀이신가요?
-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 그렇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지금 말씀하신 대로 아침에 일어나셔서 주무실 때까지가 근무시간이고 어디에 계시든지 간에 집무를 하고 계시고 관저도 집무실의 일부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만 그 위치를 저는 지금도 말씀드릴 수 없다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김재원 위원: 야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집무시간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런 문제제기도 했는데 대통령이 실제 언제 출근하고 언제 퇴근하시는지 그에 대한 내용은 어떻습니까?
-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서 저희 직원들은 집에서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있습니다마는 대통령께서는 아침에 일어나시면 그것이 출근이고 주무시면 퇴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루 종일 근무하고 계십니다.
‘친박’의 대리 해명 “대통령은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청와대는 당시 친박 의원들을 통해 ‘대리해명’을 했다. 2014년 8월13일 당시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대한애국당 의원)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계속적으로 청와대에서 20~30분 단위로 (모두) 21차례 보고를 받고,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또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된) 논란을 끝내는 것이 좋겠다”고도 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책임진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이 박 전 대통령을 방어한 것이다. 조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현재 대한애국당 대표로 “박근혜 대통령 무죄”를 외치고 있기도 하다. 당시 조 의원이 근거로 삼은 청와대 자료는 야당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김현미 당시 국정조사특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현 국토교통부 장관)는 “우리가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서를 달라고 하니 대통령기록물이라 안 된다며 안 보여주고, 감사원 감사 때도 안 보여준 것 아니냐”며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간사가 2014년 8월10일 오후 국회에서 청문회 증인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이후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2014년 10월28일에도 친박 핵심 김재원 전 의원이 나섰다. 그는 ‘7시간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의 답변 자료를 받았다며, 자료를 내어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7차례에 걸쳐 유선으로 필요한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또 “이른바 대통령에 대한 ‘7시간 의혹’은 근거가 없는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행위로 드러난 것인만큼 더 이상 대통령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당시 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똑같은 자료를 요청했는데, 김재원 의원에게만 답이 갔다. 프린트로 자료를 모두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기춘 비서실장은 “서면은 기록물로 관리해야 해 드릴 수 없었고, 오늘 김재원 의원에게는 말씀을 드린 것이지 서류를 제출한 것이 아니다”라며 답을 피했다. 조 의원이나 김 의원 모두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청와대 대신 총대를 메고 대통령 방어에 적극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면, 당시 실시간으로 11차례 서면보고를 받았다는 청와대의 주장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정호성 전 비서관으로부터 오후 및 저녁에 각각 한 번씩 상황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은 ‘적절한 지시’ 대신 최순실씨를 찾았던 사실도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등 4명과 함께 세월호 관련 회의를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중앙재해대책본부 방문도 결정됐다고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세월호 7시간 물타기’
2016년 12월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에서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물타기’ 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자유한국당)은 2016년 12월5일 국회의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에서 “현장 책임자만 잘 임명했으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 놀아도 된다”고 말해 세월호 유가족들과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물론 검찰 조사결과, 박 전 대통령은 책임자를 제대로 임명하지도 않았고, 자신도 제대로 대응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의 당시 발언은 다음과 같다.
저는 야당에서 세월호 7시간을 탄핵소추 사안에 넣은 것에 대해서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거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위한 공세지, 세월호 7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세월호 사건에 대통령은 총체적인 책임은 있지만 직접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직접적인 책임은 현장 대응 능력의 문제에서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대통령은 노셔도 돼요, 7시간. 인사만 잘 해주시면, 현장 책임자만 잘 임명해주시면 대통령은 그냥 노셔도 됩니다. 전두환 정권 때 경제가 왜 됐냐, 대통령이 관심 없으셔서 잘된 거예요. 김재익 수석이나 이런 사람들 잘 임명해서 된 거예요. 그리고 임진왜란 때 선조가 전쟁하는 거 아닙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하는 거예요. 잘 임명만 하면 돼요.
그는 이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실패를 반어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정도의 반어법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었다.
같은날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도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라크 무장단체가 김선일씨를 납치했을 때 본관이 아닌 관저에 머물렀다”고 해 당시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민주당 쪽은 “김선일씨 사건 때는 긴밀하게 정부가 대응했고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당시에 다 밝혔다. 세월호 물타기도 적당히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유섭 의원 발언 영상으로 보기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