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가운데)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울산경찰 정치공작 게이트’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남일 기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반대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충분하다”는 당론을 정했던 자유한국당이 이마저도 철회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최근 경찰이 자유한국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이유다. 자유한국당은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렸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주장하며, 정권유착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소수 검찰의 사냥개 노릇도 참고 견디기 힘든데 수많은 경찰이 떼거지로 달려든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며 “당론 재검토”를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홍 대표의 지난해 대선 공약이었다. 홍 대표는 “개헌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영장청구로 검경을 대등 관계 수사기관으로 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우리당 후보들에 대한 야당 탄압식 내사·수사, 최근 울산경찰청장의 (이승만 정권 시절) 이기붕 말기 행태를 보니 경찰에게 그런 권한을 주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고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최근 울산지방경찰청(황운하 청장)은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한 김기현 현 시장 측근의 아파트공사 비리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울산 중부경찰서는 지난 8일 홍 대표가 울산공항을 이용할 때 보안검색 없이 탑승시킨 혐의(항공보안법 위반)가 있다며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으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자유한국당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지방경찰청의 수사가 “지방선거를 겨냥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정권과 유착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그 근거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유력 후보인 송철호 변호사-문재인 대통령-조국 청와대 민정수석-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의 유착 관계를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송 변호사는 문 대통령의 오랜 친구다. 2014년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송 후보의 후원회장이 조국 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황운하 청장은 경무관 계급정년을 앞둔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작년 7월 치안감으로 승진해 공교롭게도 울산경찰청장으로 발령났다. 평소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한 황운하 청장은 사냥개로 이용하기 딱 좋은 환경의 경찰”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황운하 청장이 충성경쟁을 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더 이상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광란의 폭주를 거듭하는 경찰 관련자 모두를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가 경찰로부터 당한 ‘수모’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경찰을 비난했다. 장 대변인은 “당시 허경렬 수사국장은 이철성 경찰청장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 원내대표를 면전에서 호통치는 전대미문의 행동까지 자행했다. 허 수사국장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동향으로, 문재인 정권 들어 작년 7월 황운하 청장과 함께 치안감에 승진했다는 사실에 지금 경찰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고 주장하며, 그 배경으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이 삭제된 사실을 들었다. 장 대변인은 “수사권 독립이 아무리 급해도 이성마저 잃고 권력에 아부하고 굴종하는 경찰을 어떻게 믿는가. 자유한국당은 국민 안위와 인권을 위해서라도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먼 미래 과제로 돌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당론 철회를 밝혔다.
‘울산경찰 정치공작 게이트’로 규정한 자유한국당은 ‘6·13 정치공작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곽상도)을 꾸리고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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