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89
지방선거 좌우할 변수
지방선거 좌우할 변수
내 고장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그냥 지방선거가 아니다. 역대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이었다. 1995년 지방선거는 임기 중반을 맞은 김영삼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1998년 지방선거는 3개월 전 출범한 김대중 정권에 대한 기대였다. 2014년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권과 세월호에 대한 심판이었다.
2018년 지방선거는 1년여 전 출범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일까?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일까? 알 수 없다.
첫째, 20년마다 반복되는 대선-지선 주기가 대통령 탄핵 사태로 흐트러졌다. 둘째, 5월14일까지 사유가 발생하는 국회의원 재보선도 같이 치른다. 현재 7개인 국회의원 재보선은 1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 같다. 판이 커질수록 변화의 폭도 커진다.
6·13 최대 승부처
여당 ‘예선이 본선’ 뜨거운 각축
서울시장 5파전·경기지사 3파전 문 대통령 지지율 강세
2030 이탈 멈추면서 안정세
“정권 한없이 겸허해야” 교훈 2018년 대한민국 정치는 6·13 지방선거에 맞춰져 있다. 대통령과 각 정당은 6·13 선거 결과로 평가받을 것이다. 문재인 추미애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박주선 조배숙 이정미 등 주요 정치인들의 정치적 운명이 6·13에 연결되어 있다. 다시 묻자.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없다. 양자역학은 관찰 행위가 관찰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를 열어서 확인하기 전까지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역사와 정치를 ‘2단계 카오스’로 규정하고, “2단계 카오스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 그러므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때문이다. 2012년 4월11일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다수 언론은 총선 판세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경합 국면으로 예상했다. 절박한 박근혜 지지자들이 투표장으로 몰려갔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이었다. 2016년 4월13일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집권 세력은 공천 파동까지 일으켰다. 여당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을 ‘조금만’ 혼내주기 위해 투표를 포기하거나, 투표장에 가서도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을 찍었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1당, 새누리당 2당으로 총선 역사상 최대의 이변이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아이 버릇 고치려고 회초리를 들었는데 다리를 부러뜨렸다’는 탄식이 나왔다. 2018년 선거에서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것이다. 예측 불가성은 더 커질 것이다. 6·13 선거의 최대 승부처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다. 예선이 곧 본선이라고 보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벌써 뜨겁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민병두 박영선 우상호 전현희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경기지사는 이재명(성남) 양기대(광명) 시장과 전해철 의원의 각축이다. 몇 가지 변수를 짚어보자. 먼저 외생 변수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치킨게임’은 한반도 상공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전쟁이 터지면 선거고 뭐고 다 날아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사람을 잘 다독여 대화의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까? 각 정파 내부의 흐름과 에너지는 선거의 내재적 변수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막강하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최저임금제 시행, 가상화폐 사태, 남북단일팀 구성으로 흔들렸지만 3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세로 돌아섰다. 역대 정권에 비하면 아직도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가상화폐와 단일팀으로 20~30대 유권자들이 반발하는 것을 보고 ‘이게 뭐지’라고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정권이 한없이 겸허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보다 태도가 지지도를 결정한다. 한국당 홍준표호 ‘부진의 늪’
색깔론·지역 빼곤 리더십 부재
TK 자민련으로 전락할까 불안 바른미래당 잠재력 폭발할까
합리적 보수층 선택지로 떠올라
안철수·유승민 ‘뺄셈 리더십’ 한계 둘째,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은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낮은 지지도를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론 조작’이라고 하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두 사람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홍준표 대표가 색깔론과 티케이(대구·경북) 말고 도대체 아는 게 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탄핵과 대선 참패 이후 우리가 집권 가능한 대안세력이라는 확신을 우리 지지자들에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티케이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무척 불안하다”고 말했다. 셋째,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손잡고 만든 바른미래당의 잠재력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바른미래당의 잠재력은 실력이 아니라 ‘서 있는 지점’에서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합리적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 지지도가 자유한국당을 앞서기도 하는 이유다. 바른미래당이 계속 자유한국당과 지지도 각축을 벌일 수 있다면 언젠가 자유한국당은 무너지고 바른미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척점에 등극할지도 모른다. 한계는 있다.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리더십이다. 두 사람 모두 통합 과정에서 ‘마이너스 리더십’을 드러냈다. 박주선 공동대표가 두 사람의 리더십을 보완할 수 있을까?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내보낼 후보들을 한꺼번에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민평당·정의당 힘겨운 도전
민평당, 민주당 넘기 만만찮아
정의당, 진보 외연 확장 시험대 한국당-바른미래당 선거연대?
둘 다 참패 예상 땐 빅딜 가능성
서울 안철수·경기 남경필 밀 수도 넷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도전은 힘겹다. 조배숙 대표의 민주평화당은 호남에서 의미 있는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바른미래당을 앞서기는 쉽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정미 대표가 이끄는 정의당은 군소 진보정당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의원 4인 선거구 안을 거부했다. 정의당과 선거연대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이 가운데 6·13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홍준표의 자유한국당’과 ‘안철수·유승민·박주선의 바른미래당’의 싸움이다. 두 정당은 ‘제로섬 게임’ 중이다. 제로섬 게임에서는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 2월13일 바른미래당 창당대회에서 유승민 대표는 “전국의 모든 광역과 기초 지역에 바른미래당의 후보를 내겠다”고 했다. 박주선 대표는 “항간에서 우려하는 극우 보수, 국정 농단 세력과 함께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엄중하게 천명한다”고 했다. 누가 이길까? 학자들은 바른미래당 편을 드는 사람들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합리적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에 환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현실 정치인들은 다르다. 자유한국당이 유리하다고 본다. 바른정당에서 빠져나와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의원들이 살아 있는 증거다. 여권도 자유한국당을 ‘주적’으로 본다.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 ‘안철수와 유승민은 한계가 있다’는 등의 이유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싸움에서 우열이 가려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야권분열은 여권의 어부지리다. 지금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권의 어부지리를 그냥 두고 볼 야권이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의 강세와 야당의 분열로 야당의 참패가 확실한 상황이 닥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막판 선거연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그렇게 요구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선거연대의 구도는 간단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남경필 지사가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면, 자유한국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고, 바른미래당이 경기지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다. 이런 빅딜이 이뤄지면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안철수 전 대표의 머릿속은 복잡할 것이다. 그는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여러 번 다짐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세력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서울시장, 대선후보, 신당창당을 포기했던 그다. 발자취가 인생관이 되는 것은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를 추진한다면 한 줌 남은 ‘안철수 정치’의 명분을 모두 잃는다. 그렇다고 선거연대를 포기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승리를 상납하게 된다.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택할 것이냐, 실리를 포기하고 명분을 건질 것이냐 갈림길에 설 수 있다. 정치 참 어렵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여당 ‘예선이 본선’ 뜨거운 각축
서울시장 5파전·경기지사 3파전 문 대통령 지지율 강세
2030 이탈 멈추면서 안정세
“정권 한없이 겸허해야” 교훈 2018년 대한민국 정치는 6·13 지방선거에 맞춰져 있다. 대통령과 각 정당은 6·13 선거 결과로 평가받을 것이다. 문재인 추미애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박주선 조배숙 이정미 등 주요 정치인들의 정치적 운명이 6·13에 연결되어 있다. 다시 묻자.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없다. 양자역학은 관찰 행위가 관찰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를 열어서 확인하기 전까지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역사와 정치를 ‘2단계 카오스’로 규정하고, “2단계 카오스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 그러므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때문이다. 2012년 4월11일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다수 언론은 총선 판세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경합 국면으로 예상했다. 절박한 박근혜 지지자들이 투표장으로 몰려갔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이었다. 2016년 4월13일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집권 세력은 공천 파동까지 일으켰다. 여당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을 ‘조금만’ 혼내주기 위해 투표를 포기하거나, 투표장에 가서도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을 찍었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1당, 새누리당 2당으로 총선 역사상 최대의 이변이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아이 버릇 고치려고 회초리를 들었는데 다리를 부러뜨렸다’는 탄식이 나왔다. 2018년 선거에서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것이다. 예측 불가성은 더 커질 것이다. 6·13 선거의 최대 승부처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다. 예선이 곧 본선이라고 보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벌써 뜨겁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민병두 박영선 우상호 전현희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경기지사는 이재명(성남) 양기대(광명) 시장과 전해철 의원의 각축이다. 몇 가지 변수를 짚어보자. 먼저 외생 변수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치킨게임’은 한반도 상공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전쟁이 터지면 선거고 뭐고 다 날아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사람을 잘 다독여 대화의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까? 각 정파 내부의 흐름과 에너지는 선거의 내재적 변수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막강하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최저임금제 시행, 가상화폐 사태, 남북단일팀 구성으로 흔들렸지만 3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세로 돌아섰다. 역대 정권에 비하면 아직도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가상화폐와 단일팀으로 20~30대 유권자들이 반발하는 것을 보고 ‘이게 뭐지’라고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정권이 한없이 겸허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보다 태도가 지지도를 결정한다. 한국당 홍준표호 ‘부진의 늪’
색깔론·지역 빼곤 리더십 부재
TK 자민련으로 전락할까 불안 바른미래당 잠재력 폭발할까
합리적 보수층 선택지로 떠올라
안철수·유승민 ‘뺄셈 리더십’ 한계 둘째,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은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낮은 지지도를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론 조작’이라고 하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두 사람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홍준표 대표가 색깔론과 티케이(대구·경북) 말고 도대체 아는 게 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탄핵과 대선 참패 이후 우리가 집권 가능한 대안세력이라는 확신을 우리 지지자들에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티케이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무척 불안하다”고 말했다. 셋째,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손잡고 만든 바른미래당의 잠재력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바른미래당의 잠재력은 실력이 아니라 ‘서 있는 지점’에서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합리적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 지지도가 자유한국당을 앞서기도 하는 이유다. 바른미래당이 계속 자유한국당과 지지도 각축을 벌일 수 있다면 언젠가 자유한국당은 무너지고 바른미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척점에 등극할지도 모른다. 한계는 있다.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리더십이다. 두 사람 모두 통합 과정에서 ‘마이너스 리더십’을 드러냈다. 박주선 공동대표가 두 사람의 리더십을 보완할 수 있을까?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내보낼 후보들을 한꺼번에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민평당·정의당 힘겨운 도전
민평당, 민주당 넘기 만만찮아
정의당, 진보 외연 확장 시험대 한국당-바른미래당 선거연대?
둘 다 참패 예상 땐 빅딜 가능성
서울 안철수·경기 남경필 밀 수도 넷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도전은 힘겹다. 조배숙 대표의 민주평화당은 호남에서 의미 있는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바른미래당을 앞서기는 쉽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정미 대표가 이끄는 정의당은 군소 진보정당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의원 4인 선거구 안을 거부했다. 정의당과 선거연대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이 가운데 6·13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홍준표의 자유한국당’과 ‘안철수·유승민·박주선의 바른미래당’의 싸움이다. 두 정당은 ‘제로섬 게임’ 중이다. 제로섬 게임에서는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 2월13일 바른미래당 창당대회에서 유승민 대표는 “전국의 모든 광역과 기초 지역에 바른미래당의 후보를 내겠다”고 했다. 박주선 대표는 “항간에서 우려하는 극우 보수, 국정 농단 세력과 함께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엄중하게 천명한다”고 했다. 누가 이길까? 학자들은 바른미래당 편을 드는 사람들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합리적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에 환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현실 정치인들은 다르다. 자유한국당이 유리하다고 본다. 바른정당에서 빠져나와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의원들이 살아 있는 증거다. 여권도 자유한국당을 ‘주적’으로 본다.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 ‘안철수와 유승민은 한계가 있다’는 등의 이유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싸움에서 우열이 가려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야권분열은 여권의 어부지리다. 지금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권의 어부지리를 그냥 두고 볼 야권이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의 강세와 야당의 분열로 야당의 참패가 확실한 상황이 닥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막판 선거연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그렇게 요구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선거연대의 구도는 간단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남경필 지사가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면, 자유한국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고, 바른미래당이 경기지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다. 이런 빅딜이 이뤄지면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안철수 전 대표의 머릿속은 복잡할 것이다. 그는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여러 번 다짐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세력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서울시장, 대선후보, 신당창당을 포기했던 그다. 발자취가 인생관이 되는 것은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를 추진한다면 한 줌 남은 ‘안철수 정치’의 명분을 모두 잃는다. 그렇다고 선거연대를 포기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승리를 상납하게 된다.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택할 것이냐, 실리를 포기하고 명분을 건질 것이냐 갈림길에 설 수 있다. 정치 참 어렵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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