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3일 대구시청에서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안전 및 생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구지역 당협위원장직에 이어 “내가 맡아서 당 차원에서 챙기겠다”며 ‘대구·경북(TK)발전협의회’ 위원장 자리도 맡았다.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가 특정지역에 치우친 활동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홍 대표는 13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안전 및 생활점검회의-대구·경북발전협의회 연석회의에서 “대구·경북발전협의회를 만들어 놓고 사실상 활동이 미약했기 때문에 이번에 새롭게 좀더 적극적으로 티케이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 위원장에 출마하려고 한다”며 ‘셀프 천거’로 위원장직에 나섰다. 홍 대표는 “대구·경북 문제를 명실공히 제대로 당 차원에서 이끌어보려 한다“며 거듭 의지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는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지역 현안 해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무너진 티케이의 정치적 위상 회복 등을 목표로,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 대구시장, 경북지사,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여했다. 그간 위원장을 따로 두지 않고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위원장이 간사를 맡아 운영해 왔다. 홍 대표의 ‘셀프 천거’에 대해 대구시당위원장인 김상훈 의원은 “(위원장 없는 2인 간사 체제는) 배에 노는 있는데 뱃사공이 없는 형국이다. 배가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뱃사공을 모시고 협의체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홍 대표의 제안을 박수로 동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수 추대’된 홍 대표는 대구 취수원 문제와 신공항 건설 등 지역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을 거론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구·경북 시민들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다. 위원장을 맡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내 일부에선 곱지 않은 평가도 나온다. 최근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직을 맡으며 ‘셀프 꽃밭’ 논란을 불렀던 홍 대표가 당의 텃발이자 핵심지역의 ‘민원 해결사’까지 자임하고 나선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날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민시 전 의원은 “홍준표 대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나 차라리 ‘티케이 선대본부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전국 선거가 목전인데 당 대표가 특정지역을 위해 뛰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홍 대표가 당 차원에서 해결 하겠다고 한 물 문제, 공항 문제, 신산업 유치는 부산을 비롯해 타 지역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민감한 문제이자 선거 쟁점”이라며 “공정해야 할 당 대표가 기름 붓고 분란의 불씨를 던질 준비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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