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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발 ‘개헌 열차’ 4가지 길 중 어디로 갈까

등록 2018-02-06 21:27수정 2018-02-06 21:58

경우의 수로 본 ‘개헌 운명’
① 야당 반대로 3월 발의 포기
② 발의 개헌안 국회통과 실패
③ 야당 일부 찬성해 개헌 성공
④ 지방선거 뒤로 시간표 조정

오늘 ‘국민개헌’ 일정 등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정부에 ‘개헌안 마련’을 지시하면서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향한 개헌열차는 일단 출발했다. 7일 대통령 직속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개헌”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여론수렴 방법과 일정 등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헌법을 바꾸는 일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앞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개헌열차가 목적지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도 있지만, 여야 정치권의 이견과 반발에 부닥쳐 운행을 중단하거나, 탈선하거나, 극적인 타협을 통해 노선이나 시간표를 바꿀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열차의 행로는 크게 네 가지다.

■ ① 운행 포기 문 대통령이 소수정권의 한계에 부딪혀 개헌안의 3월 발의를 포기하는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정부안 발의 준비에 나서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지만, 야당이 ‘관제개헌’이라고 완강하게 저항하고 국민 여론도 ‘왜 개헌을 서두르냐’는 쪽으로 흐를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6월이 아닌 ‘연내 개헌’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국민과의 약속 이행”을 대의명분으로, 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 등 여야가 동의하는 수준의 ‘최소 개헌, 단계적 개헌’을 제시한 문 대통령이 중도에 개헌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 ② 3월 국회에서 정차 현재 청와대 기류로 볼 때, 국회에서 여야가 개헌안 도출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문 대통령은 다음달 중순께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 개헌열차는 국회에서 탈선하거나 운행을 강제로 정지당할 수 있다. 개헌에 가장 부정적인 자유한국당 의석수는 현재 117석. 자유한국당 전체 또는 상당수 의원이 개헌 찬성으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개헌선(재적의원의 3분의 2)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개헌 반대세력에 의해 개헌이 국회에서 좌절되면 문 대통령은 정치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유한국당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명분을 앞세워 개헌 반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과 연합정치를 모색할 수도 있다.

■ ③ 자유한국당 일부의 개헌열차 동승 국회 의석수만 고려할 경우 개헌열차는 멈춰야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제시할 개헌안의 내용과 그에 대한 국민 여론에 따라 향방이 갈릴 수도 있다. 청와대는 이견이 가장 적은 국민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에 관한 내용을 개헌안에 충분히 담아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국민에 의한, 국민의 개헌’을 강조하며 국민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런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민 여론이 개헌에 부정적인 정당과 의원들을 향해 ‘이렇게 좋은 개헌에 당신들은 왜 반대하느냐’는 쪽으로 흐르고, 지방선거에서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을 심판하자는 프레임이 짜일 경우 자유한국당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시와 유사하게 자유한국당 의원 일부가 개헌안에 찬성하면서 개헌에 성공하는 경우로, 문재인 정부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 ④ 6월 이후로 운행시간표 조정 마지막 경우의 수는 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이 한발씩 물러나서 개헌열차의 운행시간표를 조정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연내 개헌’을 약속한 만큼 각 정당이 개헌 시점을 명시적으로 합의하고, 대통령이 개헌안의 3월 발의를 미루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개헌 논의는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넘어가게 된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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