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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전 수사단장 “간첩 증거조작은 치열한 승진경쟁 탓” 주장

등록 2018-01-31 18:40수정 2018-01-31 21:26

국회 정보위 주최 ‘국정원 개혁 공청회’
황윤덕 전 수사단장
“경쟁 해소하면 정상궤도 복귀…대공수사권 폐지할 일인가”

김계동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수사권은 관성에 불과…9·11 테러 때도 CIA 수사권 논의 없어”

석재왕 건국대 안보연구소 소장
“정보-수사 동시수행은 북한 등 독재국가서만…선진국은 분리”
31일 오후 국회에서 국회 정보위원회 주최로 국가정보원 개혁 공천회가 열리고 있다. 한겨레 김남일 기자
31일 오후 국회에서 국회 정보위원회 주최로 국가정보원 개혁 공천회가 열리고 있다. 한겨레 김남일 기자
국회 정보위원회(위원장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가 31일 오후 국가정보원 개혁 공청회를 열었다. 여야 정보위원들과 각 교섭단체가 추천한 5명의 전문가들은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찬반 논쟁을 벌였다.

국정원 수사단장 출신인 황윤덕 안보통일연구회 총괄위원은 이날 진술인 발제를 통해 “국정원법 개정 주장의 핵심 근거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며, 국정원의 대표적 조작사건으로 판명난 ‘서울시공무원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을 “국정원 내부의 승진 경쟁” 탓으로 돌렸다. 그는 ”1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간첩행위 부분에 대해 무죄가 나오자, 위조한 허위증거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다”며 “이는 지나친 승진·보직 경쟁에 따른 무리한 수사 욕심과 업무 편의주의적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은 “이 사건은 업무 관행 개선과 수사부서 뿐만 아니라 국정원 전체 차원에서의 치열한 승진·보직 경쟁을 해소하면 정상궤도로 복귀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대공수사 부서의 국가안보 기여와 성과를 종합할 때 수사 기능을 폐지하거나 이관해야 할 만큼의 귀책사유가 과연 국정원이나 수사부서에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정원 소속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출신인 김계동 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교수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국정원 개혁이 요구됐지만, 개혁 저항세력과 국정원 조직 자체의 관성 때문에 제대로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원 개혁안은 그간 감히 엄두를 내기 어렵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정원의 일탈행위가 알려질 때마다 제시돼 왔던 국정원 개혁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집대성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교수는 대공수사권 이관과 관련해 “국정원 수사권 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수사권이 정보기관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국가안보’에는 ‘수사’가 포함되지 않는다. 국정원에 수사부서가 있어왔기 때문에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관성적 시각, 조직 변화에 대한 집단적 두려움 등이 수사권 유지를 주장하는 이유로 보인다”고 했다. 정보학 서적을 번역해 온 김 전 교수는 “<국가정보>, <국가정보의 이해>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국가정보 관련 서적에도 ‘수사’에 대한 언급이나 내용이 전혀 없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시아이에이(CIA)의 정보실패에 대해 정보기관 개편이 논의될 때도 정보기관에 수사기능이나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부서의 이념적 경직성 때문에 정보업무의 객관적 수행이 저해받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수사부서는 국정원 내 여러 부서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몫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편중을 지적했다.

석재왕 건국대 안보·재난안정융합연구소 소장도 “미국은 물론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선진국들은 국내정보, 해외정보, 법집행정보(범죄수사정보) 기관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정보기관 본연의 기능이 범죄수사가 아닌 안보위협 평가와 안보정책 수립 지원에 있기 때문”이라며 대공수사권 이관 필요성을 강조했다. 석 소장은 “수사 기능과 정보 기능이 동일 기관에서 수행될 경우 나타나는 병폐를 우려해 북한과 중동 일부 등 독재국가를 제외한 서구 선진국 및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두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 소장은 경찰로 대공수사권을 이관할 경우 “수사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현재 국정원이 입수한 산업보안 첩보를 검·경에 지원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공 관련 첩보를 경찰에 이첩하면 된다. 경찰은 국정원 요원들을 파견 받아 합동근무 형태로 대공역량을 보완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수사업무의 상당부분이 첩보 수집 및 검증 업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권 이관이 국정원 대공기능을 크게 위축시킨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초빙교수는 “정보-수사기능의 완전한 분리보다는 현재 체제를 유지하되 검찰의 기소권을 통한 수사 지도 강화가 바람직하다”고 미리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밝혔다. 채 교수는 “대공수사 기능의 경찰 이관은 경찰이 이미 대공수사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의미가 없다. 경찰 조직과 권한의 비대화로 인한 부작용만 우려된다”고 했다. 허태회 국가정보학회장도 “국정원이 대공수사에서 축적해온 과학적 수사기법과 노하우, 분석 기술에 대한 정보 자산을 무용지물이 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제대로 준비가 안 된 경찰에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는 것은 대선 공약에만 너무 집착해 다소 무책임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정원 직무에서 수사와 정보 기획·조정을 삭제하고, 업무를 북한정보를 포함한 대외 정보의 수집·작성·배포로 명확히 규정한 국정원법 전면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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