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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후 최저’ 문 대통령 지지도, 올라갈까 내려갈까

등록 2018-01-28 14:46수정 2018-01-29 09:20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86
문재인 대통령, 2주 연속 지지율 하락

여전히 국정 기대 높은 ‘집권 1년 차’
문재인 대통령 겸손한 태도 유지하고
홍준표·안철수 등 야권 대안부재해
급격한 하락 추세는 당분간 없을 듯

‘달라진게 뭐냐’ 묻는 ‘집권 2년차’인
6·13 지방선거 즈음 고비 맞을 듯

취임 초 이 정도 ‘악재’는 되레 ‘약’
“국정운영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 문화체육회관을 방문해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 문화체육회관을 방문해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2주 연속 하락해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매주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1월 넷째 주 조사 결과가 ‘잘하고 있다’ 64%, ‘잘못하고 있다’ 27%였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2주 연속 하락한 것은 전에도 있던 현상입니다. 안보 쟁점이 뜨거웠던 지난해 8월 말부터 9월 초에는 3주 연속 하락한 적이 있습니다. ‘64% 대 27%’라는 수치도 최저치라고는 하지만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닙니다. 지난해 9월 넷째 주에는 ‘잘하고 있다’ 65%, ‘잘못하고 있다’ 26%로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한국갤럽> 누리집 갈무리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대통령 선거 직후 6월 첫째 주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 84%, ‘잘못하고 있다’ 7%로 출발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취임 초기 기대치를 고려하면 지극히 정상적인 흐름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77.2%,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은 41.08%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체 유권자 가운데 31.71%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당선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역대 다른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고로 역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과 당선자 득표율,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이렇습니다.

13대 89.2%, 노태우 36.64%, 32.68%

14대 81.9%, 김영삼 41.96%, 34.36%

15대 80.7%, 김대중 40.27%, 32.49%

16대 70.8%, 노무현 48.91%, 34.62%

17대 63.0%, 이명박 48.67%, 30.66%

18대 75.8%, 박근혜 51.55%, 39.07%

19대 77.2%, 문재인 41.08%, 31.71%

1987년 이후 7명의 대통령이 모두 전체 유권자 대비 30%대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취임 초기 국정수행 지지도는 득표율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취임 직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지지도가 급전직하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정도가 예외였던 것 같습니다.

관심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조정 국면을 거친 뒤 다시 상승할 것인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인지, 급격히 하락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떨어지자 자유한국당에는 화색이 돌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높을 때는 ‘여론조작’이라고 했습니다.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지지도 하락에 대해서는 태도를 바꿔 ‘사필귀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가상화폐 대처와 남북단일팀 구성 등 명백한 실정 때문이라고 보고 앞으로 추가 하락이나 급격한 하락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기대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당장 급격하게 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금은 ‘집권 2년 차’가 아닙니다.

역대 대통령은 대개 집권 2년 차에 지지율 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엄밀히 말해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 차가 아닙니다.

1987년 이후 문재인 대통령 이전의 우리나라 대통령은 12월 선거에서 당선돼 정권 인수 절차를 거친 뒤 2월 25일에 취임했습니다. 따라서 10개월 후 해가 바뀌면 집권 2년 차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9일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해 새 정부 장관 인사를 마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습니다. 장관 인사가 끝난 지 이제 겨우 2개월입니다. 국민의 감각으로는 아직 ‘집권 1년 차’인 것입니다. 취임 초기 기대치가 사그라들 때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겸손한 사람입니다.

역대 청와대 참모들의 공통된 증언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오만하고 독선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들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이미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독립운동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인, 유명한 대중 정치인, 대기업 사장, 대통령의 딸이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다가 대통령이 되면 주위에 직언하는 참모들은 사라지고 아부꾼에 의해 둘러싸이게 됩니다. 구조적으로 오만하고 독선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청와대의 민정수석을 맡기 전까지 부산에서 변호사를 하던 사람입니다. 그의 겸손은 가식이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겪었던 실패의 경험도 그를 한없이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지지도는 국정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대통령과 정권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겸손한 태도로 국민과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면 국민은 쉽게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셋째, 야당의 부진입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나 정당 지지도는 어차피 상대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노태우 정권에서는 야당에 김대중 김영삼이라는 걸출한 경쟁자들이 있었습니다. 김영삼 정권에서는 김대중, 김대중 정권에서는 이회창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야당에 이명박·박근혜라는 두 대의 기관차가 존재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여권 안에 박근혜라는 대안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문재인 안철수 반기문 등 여러 대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에 맞설 야당의 유력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보수의 궤멸’이나 ‘주류의 교체’까지 얘기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진단하기가 좀 섣부른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홍준표 대표 등 야당 정치 지도자들의 부진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구·경북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 기반을 스스로 좁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 이외에 정책 대안을 거의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수 세력 안에서 적통성을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정치적 존재감도 미약합니다. 정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야당 복’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위기는 언제일까요? 6·13 지방선거 즈음이 될 것 같습니다.

6월이면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난 시기입니다. ‘집권 2년 차’의 위기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나에게 달라진 것이 뭐냐”고 묻기 시작할 것입니다.

6·13 지방선거 결과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 각 정당 지지도만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것 같지만, 실제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전국 단위의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는 이변이 많았습니다. 선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역동성과 예측 불가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력 정치인이나 정당의 지지도는 선거 결과로 큰 영향을 받습니다. 지지도가 높아서 선거에 이기거나 지지도가 낮아서 선거에 지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면 지지도가 올라가고 선거에서 지면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계속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에 대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27일 치 신문에 사설을 나란히 썼습니다. 중요한 부분만 인용하겠습니다.

한겨레/문 대통령 지지도 하락, 국정 다잡는 계기로

“지지율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대통령은 긴 안목으로 국정 중심을 잡고 나라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 취임 이후 70%대 고공 지지율이 계속됐지만, 60%대 지지율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지지율 하락 원인을 ‘적폐청산 피로감’ 등으로 제멋대로 해석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라는 건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정책 방향보다는 정책 집행 과정에서 세심하지 못한 부분을 잘 살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국정운영을 다잡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정부 내 컨트롤타워를 강화해 정책 혼선을 방지하고, 끊임없이 소통해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청와대에서 정부·여당 인사들이 만나 ‘지방선거에서 티케이(TK·대구경북)도 잘하면 자유한국당을 문 닫게 할 수 있다’는 식의 자만 섞인 얘기를 하는 건 금물이다. 문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경향신문/문 대통령 지지율 최저가 의미하는 것

“여소야대의 현실을 고려하면 시민의 성원과 지지는 정부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그런 면에서 핵심 지지층의 이반은 단순하게 볼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이 국정 수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지율의 일시적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지율은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높은 지지율에 안주해 국정의 토대를 굳건히 세우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성찰하고, 차제에 국정 전반을 되돌아보며 점검·평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를 국정개혁의 동반자로 이끌어내는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야 3당이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정치적 현실을 방치할 경우 지지율 하락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젠 야당과의 실질적 협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민심은 냉정하다. 민심의 지지가 있어야 개혁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지지율 최저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저는 장기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정권에 지분을 가진 사람들로 개혁 중심세력을 구축하고, 연립정부나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 대규모 정계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는 결국 정치에 의해 결판이 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몇 가지 정책적 실패를 딛고 국정 수행 지지도를 회복하기 바랍니다. 대통령 취임 초기에 맞은 이 정도 악재는 길게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좋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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