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강연자로 나와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검·경 수사권 조정의 상대방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함께 영화 <1987>을 본 문무일 검찰총장이 “당시 검찰이 못한 부분까지 많이 미화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영화 속 경찰의 부정적 모습을 거론하며 “함께 본 경찰청장에게 미안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 특강에서 영화 <1987>을 본 소감을 묻는 참석자의 질문에 “영화를 두눈 부릅뜨고 봤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서 문 총장은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성 경찰청장과 함께 <1987>을 관람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예고한 수사권 조정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검찰과 경찰의 민낯을 다룬 영화를 관람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문 총장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 검찰이 했다고 들었던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검찰이) 묘사됐다. 너무 미화하는 거 같아서 부담스러웠다”며 “미화가 들키면 창피하지 않겠느냐. 칭찬 받을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고 했다. 영화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 검찰이 경찰의 주검 화장에 제동을 걸며 민주화의 물꼬를 트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검찰 내부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미화됐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미화된 부분이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실제가 아닌 상황을 미화했다.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 보기에 약간 불편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함께 영화를 본 경찰청장에게는 “속으로 미안했다. 우리(검찰)랑 영화를 볼게 아니었다”고 했다. 문 총장은 “경찰들끼리 영화를 보고 ‘반성한다’, ‘앞으로 이런 일 없다’며 가슴의 짐으로 안고 가야할 일인데 (검찰과) 같이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매우 미안했다”고 했다. 영화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된 검찰과는 대조적으로, 경찰은 고문과 사건 축소·은폐 등 부정적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됐는데, 이에 대한 미안함과 불편함을 나타낸 것이다. 앞서 지난 14일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안에서 검찰의 기능을 상당 부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영화 <1987>을 들며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문 총장은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함께 거리시위에 나간 뒷얘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18기인 문 총장은 “그때 사법연수원 1년차였다. 우리도 시위에 참가하자고 해서 가까운 연수생 몇몇이 (시위에) 나가고 싶은 사람들을 물어보니 전체 300명 중에 60명 가까이 됐다”고 했다. 문 총장은 “30여명을 명동팀, 광화문·종로팀, 신촌팀으로 쪼갰는데, 나는 명동팀이었다. 명동성당 부근을 돌아다니다가 최루탄을 맞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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