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8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대구 합동연설회를 마치고 함께 퇴장하는 당시 홍준표 후보(당대표), 류여해 후보(최고위원).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블로그 갈무리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당한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흘리며 “홍준표 대표가 자신의 대선 당선을 위해 노력한 신임 당협위원장들을 쉽게 내치는 것은 토사구팽이자 후안무치이며 배은망덕”이라며 “사당화와 보수 분열에 맞서 적극 투쟁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의 핵심 전략 지역이자, 다음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서초갑 당협위원장 박탈은 정치인으로서 치명적입니다. 이에 정치인 개인으로서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포항 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준엄한 경고”같이 그동안 거친 발언과 돌출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던 류 최고위원은 당협위원장 박탈 뒤에도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독특한 ‘자신만의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17일 오후 3시께 기자회견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한 뒤부터 20일 오후 3시30분 현재까지, 72시간 동안 그는 30여개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게시물은 홍준표 대표 비판으로 시작해, 당무감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 다른 당내 정치인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의 게시물은 홍준표 대표에 대한 분노로 귀결되는듯합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류 최고위원의 징계를 논의하기로 한 20일, 그의 분노는 10여개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폭주’하고 있습니다. 당협위원장 박탈 뒤 그의 ‘의식의 흐름’을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따라가 봅니다.
17일 기자회견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화면 갈무리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웃으며 시작했지만 끝내 울음을 터트리며 “저는 눈물이 많다. 알고 있다”며 “저는 저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홍 대표에 맞서 적극 투쟁할 것이다. 홍준표의 사당이 돼선 안 된다”고 외쳤습니다. (관련기사:
[영상] 웃으며 시작해 울며 끝난 류여해의 페북 라이브) 그의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홍준표 대표 사당화’를 주장하며 투쟁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울음을 터트렸던 기자회견을 끝낸 다음날, “동지도 없고, 전우도 없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하는 곳 그것이 정치였다”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정치의 본질(?)에 대해 고민합니다.
1시간 뒤 “계파청산이 진정 국민이 바라는 정치다”고 정치의 본질에 대해 다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친박으로 빼지단 사람들이 지금 친홍 실세가 됐다”고 당내 정치인들을 겨냥합니다.
1시간 뒤 ‘마초 홍준표론’을 제기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먹었을까요? 지난 6월 전당대회 당시 홍보물을 프로필 사진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홍준표 대표나 다른 이들에 대한 분노는 누르고 “나 류여해는 국민 보고 간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다시 분노합니다. 곧 “왜 호텔에서 커피 마시며 당무 감사했나요”, “당무감사의 공정성은 이미 훼손됐다고 본다” 등 당무감사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 합니다.
12월18일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그리고 다시 홍준표 대표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화기애애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찾아 올리며 다시 홍준표 대표를 ‘디스’합니다. 그의 ‘홍준표 대표 짤방(그림·사진등 이미지를 통칭하는 말) 디스’는 이후 계속됩니다.
갑자기 장제원 당 대변인의 발언을 소개한 기사를 링크하며 그를 비판합니다.
다시 홍준표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함께한 ‘짤(사진)’을 올리며 홍준표 대표를 겨냥합니다.
당협위원장에서 박탈된 뒤 사흘째 다시 홍준표 대표를 향해 “혹시 제가 딸랑이가 되길 바라신 건 아닌지요”라고 섭섭함을 표시합니다.
12월19일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언론에 나오는 홍준표 대표와 당 지도부의 인터뷰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19일 밤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급기야 자신의 징계를 논의하는 당 윤리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대선 기간 화제가 됐던 홍준표 대표의 ‘돼지 발정제’ 논란을 끄집어내며 원색적으로 비난합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중 12년 전 펴낸 자전적 에세이에서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약물을 사용한 성폭력 범죄를 모의했다는 내용을 적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비판을 받았습니다. 류 최고위원은 “홍 발정제, 영감탱이로 대선 때 우리당 지지율 떨어뜨리고 당대표 되어서도 나와 비교도 되지 않는 막말들로 당을 어렵게 만들고 당의 품격을 훼손시킨 홍대표야 말로 윤리위(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거칠고 원색적인 비난을 합니다.
12월20일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당 윤리위원회가 예정된 20일, 류 최고위원은 아침부터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참여한 의원들을 비판하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듯하다가 홍준표 대표를 비판하는 등 여기저기 포문을 엽니다. “홍준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했던 문제 있는 발언들 그리고 최고위원들의 모든 모습을 이제 저는 모두 하나하나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합니다.
“서초갑당협위원장에 전혀 관심이 없다. 보수우파의 거름이 되기 위해 싸운다”며 자신의 투쟁 정당성을 강조합니다. 물론 모든 게시물은 홍준표 대표에 대한 분노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그는 20일 오후 3시30분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나타나지 않고)정준길 자유한국당 광진구을 당협위원장의 ‘대독’을 통해 “중앙당 윤리위원회는 본인에 대한 징계를 할 권한이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정준길 자유한국당 광진구을 당협위원장이 류여해 최고위원의 기자회견문을 대신 읽고 있다. 정유경 기자
그런데 류 최고위원의 ‘투쟁’에 홍준표 대표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홍준표 대표는 20일 당사에서 열린 ‘전국 SNS 커뮤니티 대표단 워크숍’에서 “포털(사이트)에는 우리 당 험담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들 말만 올라간다”고 주장했습니다. 포털과 언론에 자유한국당에 우호적인 기사가 안 나가고 있다는 취지였는데, 에둘러 류 최고위원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6월25일 부산·울산·경남지역 합동연설회에 입장하는 당시 홍준표 후보(당대표), 류여해 후보(최고위원).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블로그 갈무리
물론 두 사람에게도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 류 최고위원은 경선에 나서며 홍준표 대표와의 친밀함을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요?
이승준 정유경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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