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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시진핑의 ‘연결고리’는 이순신·진린·정율성

등록 2017-12-15 17:17수정 2017-12-15 18:03

정치BAR_문재인 대통령 베이징대 강연 속 역사 인물 탐구
진린·정율성·윤봉길·관우 등
친숙한 역사 속 인물로 양국 협력 강조
3년 전 시진핑 서울대 강연에서도
이순신·진린·정율성 등 언급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강연하고 있다.(왼쪽) 2014년 7월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대 글로벌공학센터 대강당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강연하고 있다.(왼쪽) 2014년 7월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대 글로벌공학센터 대강당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의 완도군에서는 임진왜란 때 왜군을 격파한 조선의 이순신 장군과 명나라 진린 장군을 함께 기리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지금 진린 장군의 후손들이 2천여명 살고 있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15일 중국 베이징 대학 강연 중)

“400여 년 전, 한반도에 임진왜란이 발생했을 때에 양국 백성들과 군인들은 모두 적개심을 가지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웠습니다. 명나라 등자룡 장군과 조선왕조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함께 전사하였으며, 명나라 장군 진린 후예들은 아직도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4년 7월4일 서울대 강연 중)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강연을 갖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선 문 대통령이 한국과 중국의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6명의 인물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가까운 두 나라’라는 점을 감성적인 접근으로 풀어내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강연에서 임진왜란 때 손을 잡고 왜군에 맞섰던 이순신 장군과 명나라 진린 장군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일제에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 마오쩌둥의 대장정에도 함께한 혁명가 김산, 삼국지연의 관우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 6명에 대한 이야기를 한 뒤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겪고 극복한 동지다. 저는 이번 중국 방문이 이러한 동지적 신의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켜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명량>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명량>

문 대통령이 언급한 6명은 모두 한국과 중국 역사에서 흔적을 남기거나, 두 나라 국민들에게 친숙한 인물들이다.

명나라 원군을 이끌고 온 장수인 진린은 임진왜란 당시 처음에 이순신 장군과 불화를 빚었으나, 이후 이순신 장군을 진심으로 존경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국 3대 작곡가로 꼽히는 정율성은 독립운동가인 형제들을 돕다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투쟁을 벌인 인물이다. 그가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 건국과 함께 인민해방군가가 됐고, 이후 중국의 정식군가가 됐다. 그는 1945년 북한으로 가 북한 군가도 작곡했다고 한다. 님 웨일스와 공저로 펴낸 <아리랑>으로 유명한 김산은 1922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해 중국 혁명에 참여했다. 1938년 ‘일본 간첩’으로 몰려 중국 공산당에 의해 처형됐지만 1983년 명예회복을 했다.

윤봉길 의사는 폭탄 투척으로 중국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삼국지연의>의 관우는 조조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명장으로 유비에 대한 충의와 의리로 한국·중국·일본에서 숭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한국에도 관우의 사당인 ‘관제묘’가 있다.

2009년 7월 중국 하얼빈시에 개관한 정율성 전시관에 있는 그의 사진. 박민희 기자
2009년 7월 중국 하얼빈시에 개관한 정율성 전시관에 있는 그의 사진. 박민희 기자

그런데 3년 전인 2014년 7월4일 한국을 방문해 서울대학교에서 강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양국 역사 속 인물 여러명을 언급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중·한 우호와 관련된 미담은 참 많다”며 역사 속 인물을 나열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인물은 “불로초를 구해오라”는 진시황의 명을 받고 제주도를 찾은 서복, 신라 성덕왕의 첫째 아들로 24살에 당나라에서 출가한 김교각, 신라 6두품 출신으로 당에 유학해 장원급제해 벼슬에 오른 최치원, 공자의 54세 손으로 원나라 순제 때 공민왕에게 시집온 노국공주를 수행해 고려에 온 뒤 귀화해 창원 공씨의 중시조가 된 공소 등이었다. 또 “400여년 전, 임진왜란 때 양국 백성들과 군인들은 모두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웠다”며 시 주석은 “명나라 등자룡 장군과 조선왕조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함께 전사 했고, 명나라 장군 진린의 후예들은 아직도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근대사 속 인물로는 김구와 정율성을 예로 들었다.

영화 <삼국지: 명장 관우>의 한장면
영화 <삼국지: 명장 관우>의 한장면

당시 시 주석은 허균이 쓴 ‘간담매상조, 빙호영한월(肝膽每相照, 氷壺映寒月·간과 쓸개를 꺼내어 서로를 비추니, 항아리의 얼음 한 조각을 차디찬 달이 비추는듯 하다)’라는 시구를 인용하며 “양국 국민간의 우정을 표현한 매우 적합한 말”이라고 한국과 중국의 친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베이징대 강연에서 문 대통령은 “왕안석(중국 송나라의 문필가·정치인)의 시 명비곡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인생락재 상지심(人生樂在相知心)’, 서로를 알아주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라며 역시 시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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