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우 원내대표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달래는 듯한 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2018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을 넘긴 여야 3당이 4일 협상을 재개했다. 선거제도 개편을 매개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에 형성된 ‘하트 시그널’에 자유한국당이 견제구를 날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맞이했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10시36분에 도착했고 정우택 원내대표는 1분 뒤 들어왔다. 정 원내대표는 “미리 두 분이 만나서 귤도 까먹고…아침도 두 분이 같이 먹고 아주 사이가 좋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우·김 두 원내대표는 이보다 3시간 전인 오전 7시30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조찬 회동을 했다. 예산안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두 원내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선거구제 개편을 매개로 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예산안 연대’가 가시화하자 정우택 원내대표가 이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우택 원내)대표님한테 10시10분에 뵙자고 했는데…김(동철 원내)대표님만 만나는 거 아니고 전화 드렸는데 전화가 안 되더라”며 받아넘겼다. 곧이어 우 원내대표는 “연락만 됐으면…(만날 수 있었다) 초콜렛이라도 하나 더”라며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초콜릿을 건넸고 “이게 사탕발림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예산안 문제를 놓고 자유한국당과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김동철 원내대표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어 “아동수당이든 기초연금이든 다다익선이다. 가능하면 다 받을 수 있으면 좋지만 (아동수당의 경우) 여당안도 한정된 재원으로 만 0~5살로 돼있어서 그 안에서 우리는 재분배를 해서 더 필요한 사람에게 더 주자는 입장이었다”며 “그런 차원에서 여러 논의를 했던 것이지 한국당과 같이 짜고 뭔가 몰염치한 정당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 있던 국민의당이 여당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이면 정기국회 말미에 좋지 않은 국회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않을까”라고 경고하며 “두 당이 그러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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