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경솔한 판단 안돼” 국정원 개혁 비판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 사건 때 법무부 장관
검찰 수사에 대한 사과·반성 없이 무조건 옹호만
서울시장 출마설…보수여론에 ‘숟가락 얹기’ 지적
“대공수사가 무엇입니까? 나라를 지키는 수사 아닙니까? 대안도 없이 대공수사를 포기하면 누가 간첩을 잡습니까?”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시킨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 조작’ 당시 검찰 수사를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30일, 전날 국정원이 발표한 ‘대공수사권 이관’에 반대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설이 도는 황 전 총리가 국정원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여론에 슬쩍 ‘숟가락’을 얹으려는 적반하장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황 전 총리가 출마하면 “탄핵 프레임에 갇힌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별다른 대안도 없이 갑자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겠다고 하는 개정안이 제출되었다니 정말 놀랍다. 대공수사 기능 자체를 없애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 경솔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보기관의 과(過)는 철저히 가려내어 환부를 도려내면 될 일”이라며 “대공 안보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중요한 과제다. 국민 모두의 힘을 모아 지켜나가야 할 가치다. 페친 여러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작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이관 여론이 커진데는 황 전 총리의 책임이 크다.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 있던 2013년 말,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는 유우성씨의 1심 무죄를 뒤집으려는 국정원이 중국 정부의 공문서를 위조해 제출한 증거를 별다른 검증 없이 그대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증거조작 논란이 벌어진 이후에도 검찰은 “공식 절차를 통하진 않았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받은 문서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중국 정부가 “문서가 위조됐다”고 확인하면서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국정원 대공수사파트와 검찰 공안부의 수사·기소 관행의 민낯이 드러났다.
황 전 총리는 검찰 재직 시절 국정원의 대공수사 파트너인 ‘공안통’이었다. 국가보안법 ‘권위자’로 관련 책을 쓰기도 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방식, 검찰과의 협업 관계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국정원이 증거조작을 하고, 검찰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조작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감추기에 급급할 당시 검찰 수사를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이었지만, 이에 대한 사과나 반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국회에 나와서는 “수사기관에서 위조한 것은 전혀 없다”는 책임 회피성 주장만 내놓았다. 이후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공’을 인정받아 2015년 6월 국무총리로 영전했다.
개신교 신자인 황 전 총리는 지난 달 말 퇴임 뒤 처음으로 개신교계가 주최한 대규모 공개행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당시 “서울시장을 넘어 대통령(선거)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는 청중의 질문이 나오자, “좋은 질문을 해주셨다. 지난 50년간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이 문제도 하나님께서 뜻을 보여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답하며 정치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