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말은 언제나 마음보다 서툴다.”
짧지만 강렬한 촌철살인 대신 ‘책임져라’, ‘좌시 않겠다’ 류의 거친 격문이 득세하는 여의도 정치권 대변인 세계에서 흡사 연애편지를 읽는 듯한 논평이 나왔다.
29일 오후 ‘서로를 조심스럽게 알아가는 단계’인 바른정당 유의동 수석대변인과 국민의당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첫 발을 뗀 두 당의 정책연대협의체 관련 논평을 공동명의로 냈다. 지난 14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로 만난 정책연대와 통합을 타진한지 보름만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쟁점 법안에서 보조를 맞춘 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두 당에게 이날 만남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 의장(왼쪽에서 두번째)이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바른정당 정책연대협의체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의장 오른쪽 옆은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두 당의 정책연대가 시작부터 붕정만리(鵬程萬里) 같을 수는 없다”며 구만리장천을 가야할 험하고 먼 길임을 인정한 두 대변인은 “우리는 다름을 오류라고 인식하지 않고, 차이를 잘못이라고 지적하지 않는 너그러운 배려”를 강조했다. 그 속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함 속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마음의 논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영·호남 지역주의, 햇볕정책 등 안보관에서 드러나는 두 당의 간극을 일단 인정하고 논의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두 대변인은 “연대의 성패는 지향점이 같으냐도 중요하지만 민심을 잘 헤아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도 했다.
공동 명의 논평은 “우리의 말은 언제나 마음보다 서툴다. 마음으로 먼저 국민을 섬기고, 서툰 그 말로 국민을 대변하는 바른 연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논평 초안을 작성한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텔레비전 드라마 대사처럼 비춰지긴 하지만, 두 당이 마음을 합치는 과정에서 우리의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 배제’ 논란처럼 일부 정치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왜곡하는 상황에서도 “한걸음씩 나아가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알아주실 것”이라는 기대를 담았다는 것이다.
‘우리 만남을 응원해 달라’는 두 당이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애초 논평의 초안은 “바른 연대를 하겠다”로 끝이 났지만, 국민의당 쪽에서 “바른 연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로 수정했다고 한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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