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대한 신상발언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에 이어 28일에는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수사 거부가 ‘예정’돼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를 받는 최 의원은,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공정하지 못한 수사에는 협조하기 어렵다”며 출석 요구일인 28일 검찰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27일 오전 검찰에 이런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정치권은 최 의원이 일단 수사에 응할 경우 다음 수순은 사전구속영장 청구라고 보고 있다. 법원은 검찰의 군 댓글공작 수사와 달리 국정원 특활비 수사에는 전직 국정원장 2명을 한꺼번에 구속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검찰은 최 의원에게 직접 돈을 줬다는 진술까지 확보해 뒀다. 최 의원으로서는 검찰이 부른다고 무턱대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최 의원이 현직이라는 점을 감안해 추가 출석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이 이마저도 거부하면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의원은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있다. 정기국회 회기는 다음달 9일까지다. 법원이 보낸 체포동의 요구서는 대검찰청→법무부→국무총리실→대통령 결재를 거쳐 ‘정부의안’ 형태로 국회로 넘어와 국회의장에게 보고된다. 국회는 체포동의안을 접수한 뒤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보고 시점에서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일단 정기국회 본회의는 다음달 1일과 2일, 7일, 8일 예정돼 있다.
당에서 출당 징계가 진행되는 최 의원이지만 ‘나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위기감에 ‘방탄의원단’이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마침 이날 국정원 특활비 유용과 관련해 옛 친박계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도 이런 방탄심리를 부추긴다. 최 의원이 최근 의원들에게 “정치보복 칼날은 저 하나의 문제가 아니고 여의도를 향하기 시작했다”는 친전을 보낸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정기국회 이후에도 국정원 특활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안 심사 등을 이유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2014년 9월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던 송광호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예상과 달리 부결됐는데, 당시 검찰 조사가 예상되는 여야 의원들의 방탄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송 전 의원은 이후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잃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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