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하하·양세형씨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 사무실에서 <무한도전>촬영을 한 뒤 오 의원, 보좌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신환 의원 블로그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 방송인 유재석씨가 나타났다. 마이크를 든 유재석씨는 특유의 몸짓으로 의원회관을 달렸다. 최근 파업을 끝낸 <문화방송>(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방송 재개를 앞두고 깜짝 촬영을 진행한 것이다. 이는 7개월 전인 4월, 무한도전이 방영한 ‘국민의원 프로젝트’ 후속촬영이다. 당시 무한도전은 시청자들로부터 법안 아이디어를 공모한 뒤 이 중 200명을 방송에 초대해 국민들이 원하는 법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입법과정을 같이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이정미 정의당 의원(당 대표) 등 5명의 의원도 함께했다. “제도나 정책 때문에 억울하거나 불편한 일이 있으면 국회 의원을 찾아라”는 주제로 ‘정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취지의 방송이었다.
이때 여야 5명의 의원은 ‘국민의원’의 법안 가운데 6개를 선정해 실제로 국회에서 발의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의 약속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 21일 ‘4선 연임제한법’이 발의되며 23일 현재 6개의 법안이 모두 발의됐다. 두 개 법안은 상임위 심사도 거쳤다. 각각 법안의 내용과 진행 상황을 살펴본다.
(참고로 법안은 발의만 된다고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상임위원회 심의→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본회의 표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조건 제안이 좋다고 통과되는 것도 아니다. 실현 가능성과, 다른 국민들과의 형평성, 현행법과의 충돌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 ‘임신부주차 편리법’ : 상임위원회 심사중
*법안명: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상임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무한도전> 방송당시 한 국민의원은 “임신부가 배가 많이 나온 상태에서 주차하고 문을 열면 차에 배가 끼어서 배가 부딪치며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럼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하며 이 법안을 제안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주민 더불어 민주당이 각각 지난 7월과 9월에 대표 발의했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8월에 발의했고, 현재 세 개의 법안은 보건복지위에 계류돼 있다.
발의된 법안은 “현행법은 교통약자인 장애인·노인·임산부 중 장애인에 한해서만 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세 개 법안은 다소 차이가 있다. 김현아 의원 법안은 현행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장애인 및 임산부 전용주차구역’으로 변경하여 임산부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고, 김해영 의원 법안과 박주민의 법안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과는 별도로 임산부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는 것이다. 김해영 의원의 경우 임산부뿐만 아니라 출생 후 2년 미만인 영유아를 동반한 보호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 대상자를 확대하는 내용도 넣었다.
보통 법안은 상임위에서 심사할 경우 전문위원이 검토 의견을 내고 의원들은 이를 참고한다. 이 법안과 관련한 전문위원의 검토 보고서를 보면 “임산부는 임신과 출산 직후의 기간 동안 보행이 불편하고 일반 주차구역의 공간이 좁아서 승·하차 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교통약자인 임산부나 영유아 동승자의 이동편의를 증진하기 위하여 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3건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단 교통약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은 “전용주차구역 이용자의 적정범위와 전용주차구역의 규모에 대하여 임산부, 영유아 동승자, 노인, 중증환자 등 여러 교통약자를 함께 고려하여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검토 의견을 덧붙였다. 현재 노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돼 있고,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주차면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교통약자 간 사회적 갈등 소지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안 처리를 두고 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청년 주거 지원법 : 상임위원회 접수
*법안명: 청년주거안정지원 특별법안
*관련 상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10월31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로 의원 29명이 참여했다. 무한도전에 같이 출연한 박주민·이용주·오신환·이정미 의원도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원래 있던 법안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법(제정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방송당시 대학생인 국민의원이 “등록금도 비싼데 자취 월세가 너무 비싸다”며 청년주거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법이다. 김현아 의원은 “특별법을 제정해 청년들에게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청년임대주택 유지보수비를 지원하는 등 청년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법안에는 △국토교통부장관 및 지자체장이 청년 주거지원계획을 수립·시행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임차인과 임대인에게 중개보수의 일부를 지원 △임대인이 청년지원주택을 임대하기 위하여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주거환경 개선비용 등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에 발의된 법안이라 현재 관련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에 접수된 상태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 아동학대 처벌 강화법 : 상임위원회 심사중
*법안명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아동학대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상임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2개 법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현행법이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정서적 학대의 유형을
폭언·협박·위협 등으로 구체화하려는 것이다.
아동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은 “개정안은 ‘정서적 학대’의 유형으로 폭언, 협박, 위협 등을 예시하여 보다 구체화하고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검토의견을 밝혔다.
단 “정서적 학대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개정안과 같이 폭언, 협박, 위협을 정서적 학대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예시할 경우 그 외의 정서적 학대 유형에 대해서는 오히려 정서적 학대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를 축소시킬 여지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폭언·협박·위협말고도 ‘잠을 재우지 않는 행위’ ,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 등 다양한 경우를 ‘정서적 학대’로 보고 있기 때문에 법이 이를 오히려 제한 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명령에 ‘아동전문보호기관, 상담소를 통한 상담 위탁’을 추가해 보호를 확대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불응한 자에 대한 벌금형을 높이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 아르바이트 근로보호법 : 상임위원회 접수
*법안명 :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상임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11월3일 발의해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다. 박주민·이용주·김현아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7개월 전 방송 당시 이정미 의원은 “손님이 갑질하고 무릎을 꿇리고 뺨을 때리고 이럴 때 오히려 사업주가 ‘우리는 서비스를 판매하지 인격을 팔지 않는다’고 당당해야 말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직원들 불러 더 화를 낸다”며 고객 ‘갑질’로 부터 서비스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도 “현재 대면이나 전화통화 등의 방식으로 고객응대업무에 종사하는 다수의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이나 욕설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건강 장해를 겪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현행법에는 이러한 고객응대업무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법안 개정안은 사용자(사업주)가 고객응대업무 근로자가 해당 고객 등으로부터의 분리, 업무담당자 교체 등 고충 해소를 요청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고객의 폭언이나 욕설 등을 대응·관리하는 부서를 설치·운영하도록 규정 했다. (위반시 사용자에게 과태료 처분) 또 고객이 노동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알림글을 사업장에 부착하는 것도 의무화했다.
■ 국회의원 미팅법: 상임위원회 접수
*법안명: 국회의원 면담법안
*관련 상임위원회: 운영위원회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이 이것이다’고 하는데 저는 제 뜻을 말한 적이 없거든요. (주변 웃음) 의원들이 다들 자기 의견과 맞는 이들의 의견만 소개하는 것 같아요. 각 지역구 국회의원과 만나고 싶을때 만나서 토론의 장을 가지면 어떨까 합니다.”
7개월 전 방송에서 한 국민의원이 한 말이다. ‘국민의 뜻’을 자주 입에 올리는 의원들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 면담법안’이라는 이름으로 11월17일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뼈대는 국회의원 선거권자 30명 이상이 면담 신청서를 작성해 국회의장에 제출하고, 국회의장이 이를 국회의원에 보내면 해당 의원이 30일 이내에 면담 수락이나 거절의 의사를 밝히도록 하는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면담 신청을 거부할 수 없고, 면담 거절에 대한 이의 신청 심사를 위한 국회의장 직속의 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주민 의원은 “국회의원과 국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국민에게 가까이 있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고 법안의 취지를 밝혔다.
■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4선 연임 제한법 : 법안 발의
*법안명: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상임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국회의원 몇분들을 보면 선거 때만 공약을 앞세우고 (안 지키다가) 다음에 다시 한다고만 한다. 이법이 통과된다면 올바르게 정치 할 수 있는 분들에게 기회가 가지 않을까요?”
이러한 국민의원의 제안을 받아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11월21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연임 횟수에 제한이 없는데 정치 신인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제한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참고로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지방자치법 87조에 따라 4번 연임이 제한돼 있다. 이용주 의원의 밝힌 법안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한국 정치의 특성상 신인이 지역구 경선에서 기존 정치인을 꺾고 출마하여 당선되는 경우는 많지 않음. 이에 선거 때마다 정치 신인들이 기성 정치인을 향해 정치 구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이 있고, 20대 총선의 경우 3선 이상 도전자 66명 중 51명이 연임에 성공하여 당선율이 77%임.
이처럼 능력 있는 정치신인들의 진출 및 공정한 경쟁의 어려움이 있음. 또한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지만 정작 지자체장이 힘을 기울여야 할 지역 현안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음.
이에 국회의원이 헌법상 주어진 권한을 유효적절하게 행사하면서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할 필요가 있어 같은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의 4선 연임을 제한함으로써 능력 있고 유능한 인사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민의에 합치하는 국민대표를 선출하고자 함“
방송인 유재석씨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 사무실에서 <무한도전>을 촬영하고 있다. 오신환 의원 블로그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