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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지” 말하고 싶을 때…안철수·유승민은 이 명대사를 읊었다

등록 2017-11-14 10:27수정 2017-11-14 16:20

정치BAR_정치인 영화 대사 사용법
안철수·유승민 대표 <위 워 솔저스> “나는 가장 먼저 전장을…”
추미애 민주당 대표 <곡성> “뭣이 중헌디?”
박영선 민주당 의원 <최종병기 활> “바람은 계산 하는 것이 아니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주유소 습격 사건> “나는 한 놈만 팬다”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위 워 솔저스)라는 베트남 전쟁 영화가 있었습니다.

전투 경험도 없는 어린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터로 출발하는 대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간다. 여러분은 전우를 지켜주고, 그 전우는 여러분을 지킨다... 여러분과 하느님 앞에 이것만은 맹세한다.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맨 먼저 적진을 밟을 거고, 내가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거다.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13일 바른정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의 대표 수락연설 중에 한 대목입니다. 그가 전쟁영화 <위 워 솔저스> 대사를 인용하며 마지막까지 위기에 몰린 바른정당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공교롭게도 3개월 전인 8월27일 국민의당의 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대표도 수락연설에서 “적진에 제일 먼저 달려갈 것이고, 적진에서 제일 나중에 나올 것이고, 단 한 명의 동지도 고난 속에 남겨두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당시 <위 워 솔저스> 영화 대사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죠. 분명한 건 안철수·유승민 대표 모두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통합 논의가 오가는 두 정당의 대표가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 것도 눈길을 끄네요. 유승민 대표는 14일 오후 신임 대표 인사차 안철수 대표를 만나기도 합니다.

보통 여의도 정치인들은 사자성어로 자신의 심경을 에둘러 비치곤 하지만, 영화 대사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짧고 인상적인 영화 대사는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정치인들의 ‘영화 대사’ 활용법을 살펴봅니다.

<위 워 솔저스>의 주인공 할 무어 중령(멜 깁슨)이 출전을 앞둔 장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위 워 솔저스>의 주인공 할 무어 중령(멜 깁슨)이 출전을 앞둔 장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 ‘가시밭 길’을 앞두고: <위 워 솔저스>

<위 워 솔저스> 영화 포스터
<위 워 솔저스> 영화 포스터

2002년 개봉한 이 영화는 1965년 미군이 베트남과의 전면전에 앞서 ‘죽음의 계곡’이라고 불리던 아이랑드 계곡에서 미군과 베트남군이 치른 72시간의 전투를 다룬 전쟁영화입니다. 영화배우 멜 깁슨이 연기한 ‘해럴드 지(G). 무어(Harold G. Moore)’ 중령은 실존 인물로, 영화 속에서 미군 부대를 이끄는 지휘관입니다. 영화는 무어 중령이 아군의 5배가 넘는 상대 전력에 선발대 전부가 희생당하는 등 큰 피해를 무릅쓰고도 전투를 밀어붙여 미군의 승리를 이끄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줍니다. 베트남전에 비판적으로 접근했던 <플래툰>이나, <풀 메탈 자켓>과 달리 이 영화는 무어 중령의 리더십과 전우애, 가족애 등을 강조하면서 ‘군인 정신’ 방점을 뒀죠. 그렇다 보니 우리 군의 정신교육 교재로도 활용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인용한 영화 대사는 무어 중령이 죽음의 계곡으로의 출전을 앞두고 연병장에 모인 어린 병사들을 앞에서 부르짖던 연설의 한 대목입니다.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I will be the first to set foot on the field, and I will be the last to step off, and I will leave no one behind.”

50여년 전 무어 중령의 연설은 탈당으로 반으로 쪼개진 당을 바라보는 리더에게(유승민 대표), 또 자신의 대표 출마를 반대하던 당내 의원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 또 다른 리더에게(안철수 대표) 큰 울림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무어 중령이나 안철수·유승민 대표 모두 가시밭길을 앞두고 비장한 각오를 다진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네요. 물론 두 사람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지휘관이 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 <최종병기 활>

<최종병기 활> 중 한 장면
<최종병기 활> 중 한 장면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2011년 개봉한 <최종병기 활>의 명대사입니다. 조선 최고의 궁수 남이(박해일)가 영화 막바지에 했던 말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습니다. 정치인들 역시 이 대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년 전인 2013년, 4·24 서울 노원병 보궐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이 대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습니다. 4.24 선거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문재인 대통령)와 단일화 논의가 결렬된 뒤 미국을 떠난 그가 다시 국내 정치에 ‘복귀신고’를 하던 선거입니다.

당시 ‘안철수 무소속 국회의원 후보’의 트위터 글은 선거 유세가 진행되면서 자신을 향한 계속된 공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따랐습니다.

앞서 2011년 9월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두고 민주당이 박원순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진통을 겪던 당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이 영화의 대사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박원순 후보 쪽 단일화 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박영선 후보는 이 영화의 대사를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선거 바람을 계산하지 말고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죠. 당시 정치권은 박영선 후보의 발언을 ‘박원순 바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같은 영화의 대사를 인용한 두 정치인은 공교롭게도 최근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설에 오르내리고 있기도 합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트위터 갈무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트위터 갈무리

■ 상대 당의 행태를 꼬집고 싶을때: <곡성>

영화 <곡성>의 한 장면
영화 <곡성>의 한 장면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의 아역배우 효진(김환희)의 명대사입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년 사이에 이 대사를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에 두차례 날렸습니다. 지난해 9월1일 추미애 대표는 ‘광주 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시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겠다는 뜻을 밝힌 새누리당을 향해 “우병우(전 민정수석)의 ‘우’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는데 그러면 안 된다. 우병우를 지키기 위해 국회를 보이콧하는 집권당이 말이 되느냐”며 “뭣이 중한디? 뭣이 중한디?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개원사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비판하고 정부의 국정운영에 쓴소리하자 이에 반발해 보이콧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9월5일 자유한국당을 향해 추미애 대표는 “‘뭣이 중한디’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명분 없는 선동을 멈추고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죠. (13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김장겸 <문화방송>사장 해임안이 통과됐습니다.)

‘뭣이 중헌디’는 상대 당이나, 특정 정치인의 행태를 꼬집으려는 정치인들에게 계속 사랑받을 영화 대사가 될 것 같습니다.

■ ‘독고다이’의 정서: <주유소습격사건>, <친구>

영화 <친구>(완쪽) 영화<주유소 습격장면> 한 장면
영화 <친구>(완쪽) 영화<주유소 습격장면> 한 장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을 ‘독고다이’라고 칭합니다. 변변한 계파나 자신을 따르는 의원이 없는 자신의 정치이력을 표현하는 말이죠. 그래서인지 그는 남성성이 강하거나, ‘싸나이’들이 떼로 등장하는 영화들의 다소 ‘거친 대사’를 가끔 인용했습니다.

그는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유세에 한창이던 지난 4월27일 충남 아산 온양온천역 광장 유세에서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의 대사 “나는 한놈만 팬다”를 인용하며 “시작부터 지금까지 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만 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 1대1 구도를 형성해 보수표를 결집하려던 홍 후보의 선거전략이 엿보이는 발언입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하급심 재판 티브이(TV) 생중계 허용을 두고 부정적 견해를 비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 <친구> 속 장동건의 대사를 인용하며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고마해라”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영화 대사를 메시지를 담거나 심경을 에둘러 비치는데 쓰기 보다는 ‘독고다이 정치인’의 정서를 드러내는 데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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