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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막장 드라마’의 주연은 서청원

등록 2017-10-27 09:58수정 2017-10-27 10:49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막전막후 168
반성없는 ‘친박좌장’ 억지에 보수층 민심도 떠나
“서청원보다 일관성 있는 조원진이 차라리 낫다”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물러나라”는 의견 많아
서청원(왼쪽) 자유한국당 의원과 홍준표 대표
서청원(왼쪽) 자유한국당 의원과 홍준표 대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와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의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입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밝힌 뒤 양쪽 다 주춤거리는 분위기지만 공방은 곧 재연될 것입니다.

싸움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녹취록 내용입니다.

홍준표 대표가 서청원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말을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만약 여기서 홍준표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단서나 흔적이 확인된다면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홍준표 대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도 유죄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홍준표 대표의 정치 인생은 끝나는 것이지요. 하지만 반대로 홍준표 대표가 자신의 무죄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면 서청원 의원이 오히려 불리해지게 됩니다.

녹취록의 폭발력으로 미루어 양쪽 다 공개를 원치 않고 이용주 의원마저 입을 다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진실은 가려지지 않습니다. 또 녹취록이 공개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도 승패는 가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서청원 최경환 의원 제명 여부입니다.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10월 20일 박근혜 서청원 최경환 세 사람에 대한 탈당을 권고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현역 의원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제명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홍준표 대표가 28일 귀국하고 10월 31일 국정감사가 끝나면 11월 1일이나 2일 의원총회를 열어 제명한다는 것이 홍준표 대표의 시나리오입니다. 제명안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는데,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두 사람은 제명됩니다. 홍준표 대표의 표 계산에 따르면 서청원 의원은 ‘제명 확실’, 최경환 의원도 ‘거의 확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의 이런 시나리오에 정우택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24일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정치라는 것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오랫동안 같이 정치를 해 온 선배나 동료 의원에 대한 신상의 문제는 더욱 민감하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용단을 내리도록 하는 과정을 밟는 것도 중요한 정치라고 본다.”

의원총회를 서둘러 열지 않겠다는 얘깁니다. 당장 홍준표 대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 제명에 실패하면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이자 당 대표로서 체면을 단단히 구기게 됩니다. 당내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되고 그의 정치적 미래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요? 당장 28일 귀국하는 홍준표 대표의 입에 정가의 시선이 쏠릴 것 같습니다.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의원의 이전투구 결과를 결정짓는 요인 중에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여론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며칠 전 자유한국당 전직 의원 및 지지자들, 보수 성향 학자들을 만나서 이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서청원 의원에게 매우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친박좌장’을 자처하며 영화를 누렸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참회하고 정치를 그만둬야 할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전투구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청원 의원의 막가파 정치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보수정당의 정치적 기반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바른정당에 몸담은 남경필 경기지사도 서청원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남의 당 일에 끼어들었을까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표직을 걸고 국정농단세력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당내 권력투쟁이 아니다. 국정농단세력 청산은 낡은 보수와의 절연이며, 새로운 보수의 출발을 의미한다.”

이 사람들은 왜 화가 난 것일까요? 서청원 의원이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그러는 것일까요? 서청원 의원은 일요일인 22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홍준표 대표의 자격과 당 운영에 대해’라는 제목입니다.

길지 않은 내용이니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서청원 의원의 주장이 타당한지 부당한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과 나라를 위해 홍준표 대표 체제는 종식되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어 “당이 새로워지고 국가기능이 균형 있게 작동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홍준표 대표)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미래를 담을 수 없는 정치인입니다. 품격있고 깨끗한 지도자가 나와 그를 중심으로 당이 새로워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과 나라를 위해 홍준표 대표 체제는 종식되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어 “당이 새로워지고 국가기능이 균형 있게 작동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홍준표 대표)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미래를 담을 수 없는 정치인입니다. 품격있고 깨끗한 지도자가 나와 그를 중심으로 당이 새로워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아시다시피 당이 총체적 위기입니다. 벌써 1년째입니다. 당의 제일 선배로서 고민도 많이 해 왔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말을 아껴 왔습니다.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위기의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더욱 악화될 뿐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 제가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느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마지막 사명을 다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위기의 중심에는 홍준표 대표가 있습니다. 당원들은 그에게 사분오열된 당을 하나로 모으고, 한국당을 보수진영의 굳건한 기둥으로 세우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실망스럽게도 역주행만 하고 있습니다. 오만, 독선, 위선이 당원과 국민들의 염원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최근 윤리위 징계사태는 설상가상입니다. 그 부당성은 많은 동지와 의원님들이 지적하고 비판한 그대로입니다.

당과 나라를 위해 홍준표 대표 체제는 종식되어야 합니다. 당이 새로워지고 국가기능이 균형 있게 작동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미래를 담을 수 없는 정치인입니다. 품격있고 깨끗한 지도자가 나와 그를 중심으로 당이 새로워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

홍 대표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는 처지입니다. 그런 상황 자체가 야당 대표로서 결격사유입니다. 타당 대표는 홍 대표보다 훨씬 가벼운 혐의로 수사 중일 때 사퇴했습니다. 게다가 故(고) 성완종 의원 관련 사건 검찰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홍 대표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대선후보, 대표로서뿐 아니라 일반당원으로서도 용인될 수 없는 일입니다. 홍 대표에게 보수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사치일 뿐입니다.

그는 당이 위기일 때 편법적인 방법으로 대선후보가 되었고, 당헌·당규를 손보면서 대표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알량한 법지식을 활용해 혹세무민을 하고 있습니다. 근신하고 자숙해야 할 사람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 ‘내로남불’식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합니다. 이번 징계조치가 ‘정권에 잘 보여 자신의 재판에 선처를 바라기 위한 것’은 아닌지, ‘탈당한 사람들에게 양탄자를 깔기 위한 것은 아닌지’, ‘홍준표당’, 즉 ‘당의 사당화’를 위한 것 아닌지 묻고 있습니다.

저는 대선 때 홍준표 후보가 위기의 당을 살려 주기를 기대했습니다. 열심히 돕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닙니다. 이제 새로운 희망을 위해 홍준표 대표 체제를 허무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함께하겠습니다. 향후 홍 대표 퇴진을 위해 일차적으로 당내절차와 법적 절차를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그동안 제 명예도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당의 가치와 보수의 명예를 지키라는 채찍질이라고 믿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하길 바랍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서청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뒤 반박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서청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뒤 반박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갈무리

어떻습니까? 서청원 의원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서청원 의원의 회견문에는 자기반성이 전혀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및 그로 인한 탄핵 사태로 정권을 잃고 야당으로 전락했는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친박좌장인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얘기가 전혀 없습니다. 대신 모든 잘못이 홍준표 대표에게 있다고 악을 쓰고 있습니다.

인식의 수준이 딱 태극기 집회 수준입니다. 아니 태극기 집회보다 못합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그래도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과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청원 의원은 그저 자신을 쫓아내려는 홍준표 대표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을 뿐입니다. 친박좌장으로서 친박세력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서청원 개인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서청원 의원의 기자회견이 있던 22일부터 24일까지 서청원 의원 공식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본인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당장 꺼져.”

“정치인들은 양심을 버린지 오래 되었지요.”

“도대체 당에 남아 분탕만 쳐대고 대체 당신이 원하는게 뭡니까?”

“이젠 물러나세요.”

“최순실 국정농단 기가 막히는데 계속 발뺌하시려고.^^ 책임지고 물러나심이 좋을 듯. 보수회복.”

“내좆기느냐~~!! 보수의 역적 홍찍문 당대표를 좆아내고, 스스로 반성하고, 보수의 통합을 위해 희생하느냐는”

“서청원 의원님 또다시 분열을 만드실렵니까.”

“홍가를 쪼까내세요.”

“ㅎㅎ 홍준표 아작을 내주세요.”

“고마해라.”

“서청원 의원님! 화이팅! 노병은 살아있다.”

“사라져라.”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서 의원의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비판글이 속속 올라왔다. 누리집 갈무리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서 의원의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비판글이 속속 올라왔다. 누리집 갈무리
서청원 의원 홈페이지인데도 서청원 의원에게 비판적인 글이 훨씬 더 많습니다. 서청원 의원에 대한 시각은 기자들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서청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던 날 몇몇 기자들에게 서청원 의원과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 중에서 누가 더 명분 없는 정치를 한다고 보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들은 “양쪽 다 말이 되지 않지만, 굳이 비교한다면 일관성과 의리라도 있는 조원진이 차라리 낫다”고 대답했습니다. 조원진보다 못하다는 기자들의 평가를 서청원 의원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며칠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만든 대화방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 회견문이 나돈 적이 있습니다. 회견문은 가짜뉴스였던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탈당 소식을 반기는 사람들이 회견문이 가짜뉴스인 줄 모르고 여기저기 퍼 날랐던 것 같습니다. 회견문 제목은 ‘당원동지께 드리는 글’입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당원동지 여러분! 저와 저를 지지하는 소위 친박 정치인들 모두가 변명의 여지 없는 정치적 패배자입니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일부 종북 좌익세력들의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에 의한 지속적 선동이 있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손 한 번 제대로 못써보고 무력하게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했다는 생각에 이르면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낍니다. 제가 몸담았었고 향후 전개될 종북좌익 정권에 맞설 정치투쟁의 중심 세력은 자유한국당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이쯤에서 결단을 내리고자 합니다.” “저는 아직도 정치인 박근혜를 팔고 박근혜에 기대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얕은 꼼수 정치인을 경멸합니다.”

“친박 동지 여러분! 당을 떠나면서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의 대통령 재임 중 저와 함께 영광을 누렸던 소위 친박 의원님들은 저와 함께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시는 것이 정의로운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정치권력을 지키는데 무능했음을 고백하고 친노들이 그랬던 것처럼 폐족임을 선언하시어 잠시 뒤로 물러나는 전술적 후퇴로 후일을 도모합시다. 새로운 우파세력 그들에게 종북좌익을 무찌를 기회를 드리는 것이 정치도리가 아닌가 합니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종북 좌익 세력의 선동에 의해 차가운 감옥 안에 있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적들을 향해 한층 가열찬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저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용기를 주십시오. 끝으로 제가 자유한국당을 탈당하지만 기필코 역사의 승자로 거듭나는 한국당이길 바랍니다. 2017. 10. 23 감옥에서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제 자유한국당을 탈당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가짜뉴스를 만든 것 같습니다. 얼마나 애가 타면 이런 가짜뉴스를 만들어서 유포했을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의원 등 친박세력들은 어쩌면 지금 자신들을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간절함마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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