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 농단’ 주역들이 변호인을 하루 한 차례 이상 만나는 등 변호인 접견 횟수가 구금일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의 이경식 구치소장과 열흘에 한 차례 꼴로 단독면담을 해온 것으로 확인돼 ‘황제 수용생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노회찬 정의당 의원(원내대표)은 8일 보도자료를 내어 “박 전 대통령 등 주요 국정농단 사범이 하루 1회 이상 변호인 접견을 하고 일반 수용자로선 상상하기 힘들 만큼 자주 구치소장과 면담하는 등 황제 수용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24일 기준으로 박 전 대통령은 구금일수 147일 동안 변호인을 148차례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금일수 178일 동안 237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5일 동안 209회, 최순실씨는 285일 동안 226회에 걸쳐 변호인을 접견했다. 변호인 접견은 헌법이 보장하는 피고인의 권리지만 일반 수용자들은 변호사 비용 등으로 ‘매일 접견’은 상상하기 어렵다.
또 법무부 자료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수감기간 동안 24차례나 교정공무원과 면담했다. 특히 이경식 서울구치소장과는 12차례나 면담해, 평균 열흘에 한 차례 만났다. 이 소장은 지난 4월1~2일 박 전 대통령과 면담을 한 사실이 보도돼 ‘특혜 논란’에 휩싸였지만 이후로도 꾸준히 특혜성 면담을 계속해온 걸로 확인됐다. 최순실씨 역시 수감기간 동안 40차례 구치소 직원 면담을 했고 지난해 12월 홍남식 전 서울구치소장과 2차례 면담했다.
노 의원은 “서울구치소 쪽은 면담 이유를 ‘생활지도 상담’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과연 서울구치소 수용자 중 생활지도를 이유로 이렇게 자주 소장을 만날 수 있는 수용자가 또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정농단이라는 중대한 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일반 국민은 상상하기 어려운 황제 수용생활을 하고 있는 실상을 밝히지 않은 채 피고인 인권 보장을 이유로 구속기간 연장조차 불가하다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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