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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김무성, 그것은 이별의 입맞춤이었나

등록 2017-10-04 10:25수정 2017-10-06 17:58

정치BAR_ 이것만 알면 당신도 ‘정치밥상’ 차린다③
2010년 8월30일 밤 한나라당 의원연찬회 뒤풀이 자리에서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안상수 대표와 러브샷 뒤 볼에 뽀뽀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당시 원희룡 사무총장이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2010년 8월30일 밤 한나라당 의원연찬회 뒤풀이 자리에서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안상수 대표와 러브샷 뒤 볼에 뽀뽀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당시 원희룡 사무총장이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 친척들과의 대화는 즐거우면서도 살짝 고민스럽습니다. 특히 ‘유난히’ 긴 올 추석연휴, 얼굴만 봐도 흐뭇한 시간은 곧 물러가고 대화 소재는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겠죠. 괜히 “결혼 언제 하냐”, “취업은 왜 안되냐” 등 ‘가출 유발’ 질문을 하는 대신, 요즘 정치 돌아가는 얘기로 대화를 이끌어보면 어떨까요. <한겨레> 정치부가 준비한 ‘정치 밥상’ 메뉴로 추석 밥상의 ‘손석희’로 거듭나보세요.

다른 동네에선 뺨 맞을 짓인데, 여의도에선 사이가 안 좋을수록 주변의 스킨십 강요는 강도가 세지기 마련이다. 2010년 8월30일 밤에도 그런 끈적한 스킨십이 있었다. 그해 한나라당 7·14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안상수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 사이는 당직 인사 등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대립했다. 전당대회 기간 때도 그랬다. “안상수 후보는 1997년에 개 소리가 시끄럽다며 옆집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옆집 사람과도 ‘개 소리’ 때문에 화합을 못한 분이 어떻게 당내 화합을 이야기하느냐”(홍준표), “당시 아들이 고3이었고 옆집 개는 10마리였다”(안상수), “10마리가 아니고 4마리였다”(홍준표). 그 유명한 ‘개싸움’ 설전을 벌였다.

한 달여 뒤 충남 천안에서 열린 당 연찬회 뒤풀이 자리. 김무성 의원이 ‘연애조작단’으로 나섰다. 안 대표와 홍 최고위원이 다른 테이블에 앉아 서먹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김 의원은 안 대표 뒤로 가 어깨를 주무르며 “저쪽 테이블에서 간절히 찾는다”며 홍 최고위원이 있는 테이블로 ‘부킹’을 시도했다. 마지못해 한 테이블에 마주앉은 두 사람은 주변의 권유로 러브샷을 했고, 이 와중에 누군가 “뽀뽀해”라고 외치자, 점점 커지는 “뽀뽀해” 합창 소리에 결국 홍 최고위원이 안 대표 볼에 입을 맞췄다. 누그러진 안 대표는 “준표야, 고만 싸우자”고 했고, 홍 최고위원은 “네, 형님”이라고 했다. 강요된 스킨십이 오래 갈 리 없다. 홍준표-안상수 두 사람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지사 자리를 놓고서 또다시 세게 틀어졌다.

9월10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바른정당 소속 의원 18명이 모인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김무성 의원이 ‘러브샷’을 한 뒤 입을 맞추고 있다. 이에 앞서 바른정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하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입맞춤 이후 김 의원은 “유승민 사당화”를 거론하며 이를 거부했다. 두 사람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이는 분위기를 몰아 입맞춤을 성사시킨 주호영 원내대표다. 바른정당 제공
9월10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바른정당 소속 의원 18명이 모인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김무성 의원이 ‘러브샷’을 한 뒤 입을 맞추고 있다. 이에 앞서 바른정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하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입맞춤 이후 김 의원은 “유승민 사당화”를 거론하며 이를 거부했다. 두 사람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이는 분위기를 몰아 입맞춤을 성사시킨 주호영 원내대표다. 바른정당 제공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입맞춤은 한동안 정치권의 화제였다. 지난달 10일 바른정당 의원 18명이 모인 만찬 자리였다. 입을 맞춘 바로 그 자리에서 “유승민 사당화(私黨化)”를 거론하며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걷어찬 김 의원의 ‘상남자’ 스타일에 정치권은 “역시 무대(김 의원의 애칭)”라면서도, “그럼 뽀뽀는 왜 했느냐”며 뜨악해 했다. ‘연애조작단’ 주호영 원내대표의 시나리오에 따른 우발적 입맞춤으로 확인됐지만,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혜훈 대표의 갑작스런 낙마라는 위기에도 바른정당 두 대주주 사이의 앙금과 지분 싸움은 여전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2015년 새누리당 시절 김무성 당 대표-유승민 원내대표로 투톱을 이뤘다. 김무성 의원은 당시 ‘유승민 찍어내기’에 나섰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항하며 ‘가늘고 길게’ 가는 길을 택했다. 김 의원에 대한 유 의원 쪽 불만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폭발했다. ‘친박 패권 공천’ 와중에 유승민계 의원들이 줄줄이 낙천했고, 유 의원까지 탈당 뒤 무소속 출마를 해야하는 처지가 됐던 것이다. 김 의원 쪽은 “공천 막판에 대표가 옥새(당 직인) 들고 저항해 출마 길을 터주지 않았느냐”며 ‘할 만큼 했다’고 했지만, 유 의원 쪽은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들어 뭐하느냐”며 냉랭했다.

사이가 별로라는 걸 여의도가 다 아는 탓인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두 사람의 스킨십은 한 번 하면 화끈한 편이다. 반년 전인 3월28일. 유 의원이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날이었다. 그날 저녁 만찬에서 호리호리한 몸매의 유 의원은 덩치 큰 김 의원을 들쳐업으며 활짝 웃었다. 이른바 ‘어부바’는 김 의원의 전매특허다. 2015년엔 주한미군사령관을 업어주는가 하면, 지난해 4·13 총선에선 당 대표 자격으로 지원유세를 나가 후보들을 업어줬다. 상당수 후보들이 떨어지며 ‘어부바의 저주’라는 말이 회자됐다. 유 의원의 ‘어부바’ 선수치기는 저주를 피하려는 액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른정당 내 김무성계 의원들은 대선 기간 내내 ‘남의 당 대선 후보 보듯’ 했고, 5·9 대선 직전에는 “유승민은 덕이 없다”는 못 할 말까지 해가며 대거 탈당한 뒤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해버렸다. 김 의원 쪽은 “우리도 말렸지만 말을 안 들었다”고 했고, 유 의원 쪽은 “방조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김무성 스타일과 유승민 스타일은 확 갈린다. 김 의원이 사람들을 우르르 거느리고 밥자리·술자리를 마다치 않으며, ‘꼴통 역사·안보관’을 주장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상도동계를 잊지 않았다는 듯이 적과도 과감히 협상하는, 생김새처럼 선 굵은 기술을 보여준다면, 유 의원은 샌님인 듯 조용하면서도 은근히 자신의 세력을 형성하며, 전문 분야인 경제에서는 유연함을 보이면서도 안보 분야에서는 김 의원보다 더한 보수적 안보관을 보여주는, 가느다란 얼굴선처럼 정교한 기술을 구사하는 ‘대구 마초’다.

입맞춤하는 동안 살짝 눈을 뜬 사람은 김 의원인 듯싶다. 술 한모금 마시고 입을 가시기 무섭게 “유승민 사당화”를 주장하는 김 의원의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결국 11·13 전당대회 때까지 주호영 원내대표의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됐다. 당 관계자는 “그렇다고 유승민이 당내에서 찌그러진 게 아니다. 처음에 원내·원외 위원장들이 모였을 때는 ‘유승민 비대위 체제’가 많았다. 다만, 바른정당이 20석짜리 정당이다보니 의원총회에서 몇 명의 발언력이 100석짜리 정당의 몇 명보다 훨씬 커진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당내에서는 ‘유승민 체제’를 시간 문제로 봤다. “여론조사, 당원 지지 모두 절대적으로 앞서기 때문에”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뜻을 밝힌 유 의원의 당 대표 선출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전당대회를 일찍 치를수록 비대위원장 체제보다 더 공고한 지도체제를 일찍 굳힐 수 있다는 ‘남는 장사’ 계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김 의원의 ‘유승민 비대위원장 반대’를 두고 당 밖에서는 ‘통합론 대 자강론’의 싸움으로 해석했다. 반면 당내에서는 그런 대결적 해석에 펄쩍 뛴다. 통합 대 자강 프레임은 언론이 만들어낸 말이라는 것이다. 초대 바른정당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은 “김무성 의원도 자유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며 “의원 20명으로는 안 되니 몸집을 불려 나가야 하는데, 지금의 틀로는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판을 흔들어서 헤쳐모이게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그런 점에서 유승민 의원도 방법론의 차이일 뿐 생각은 같다”면서 “당이 바로 서야 사람들이 들어온다는 것이 언론에서 말하는 자강론이고, 판을 흔들기 위해 국민의당이나 자유한국당과도 정책연대를 모색해보자는 것이 언론이 지칭하는 통합론이다. 그런데 통합론이라고 하면 무조건 당 대 당 통합으로만 쓴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자강 대 통합’이 아니라 ‘자강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진수희 최고위원도 “정당은 늘 자강 노력을 하면서 그 바탕 위에 외연을 확장하고 가치와 이념이 유사한 집단과 합하는 것이 상식적 행보다. 그런데 그걸 말하는 사람들에게 자강파라고 이름 붙여서 마치 특별한 일을 하려는 것처럼 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외적으로 통합론자로 알려진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자유한국당이 친박 청산만 하면 통합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청산하면 그때부터 통합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밤, 새누리당 시절 3선 의원들 모임인 ‘삼수회’의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의원 12명이 만찬회동을 통해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라는 걸 난데없이 꾸리며 당 안팎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바른정당에선 김영우 최고위원과 김용태·이종구·황영철 의원이 참석했는데, 그간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이들이어서 놀라울 것은 없지만, 유승민 당 대표 탄생이 분명한 11·13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당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쿠데타 모의’를 언론사 카메라가 돌아가는 앞에서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유 의원은 “개인적 일탈 행위”라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고, 진수희 최고위원은 당 회의와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 등에서 “(9월10일) 유승민 비대위를 무산시킨 시점에 이미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도 않을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합의하며 시간만 벌어놓는 아주 저급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김무성 의원도 3선 의원들과 뜻을 같이한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바른정당에서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복당파의 한 의원은 “분명 바른정당을 만들 때는 김무성-유승민이 의기투합한 요소가 있었다. 문재인 좌파정권 출범도 막고, 친박으로 대변되는 새누리당은 미래가 없으니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어 통합해 나가자는 두 가지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다만, 김 의원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세운다는 카드를 염두에 뒀는데, 반기문이 초장에 그만두는 바람에 모든 게 헝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이나 자강은 언론 해설이나 정치평론가들만의 용어는 아니다. 분명 그런 흐름이 바른정당 내부에 있다”며 “김무성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은 ‘친박색을 탈색한다면 자유한국당과 다시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승민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은 ‘홍준표도 있는데 친박 몇 명 나간다고 자유한국당이 변할 것 같으냐, 그럴 바에 보수의 정의당으로 남겠다’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9월29일 ‘보수우파 통합추진위’ 논란을 논의하기 위한 바른정당 의원총회가 열렸지만 유 의원 쪽 의원들과 중립지대 의원, 김영우 최고위원 등 12명만 참석했다. 김무성 의원을 포함해 통합 논의에 적극적인 의원들은 빠졌다. 유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전당대회를 11월13일로 정해놓고 밖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유 의원은 통합 논란에 쐐기를 박겠다는 듯, 이날 의총에 이어 오후에 곧바로 전당대회 출마선언을 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유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당원의 힘으로 개혁보수의 희망을 지키겠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으로 대표가 돼 흔들림 없이 가겠다. 개혁보수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이 순간부터 저 유승민은 개혁보수의 승리를 위해 생명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보수는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로 개혁해야 살아날 수 있다. 여기서 퇴보하면 우리는 죽지만 전진하면 희망이 있다. 험난한 죽음의 계곡을 반드시 살아서 건너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명을 바꾼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한국당과 왜, 무슨 대의명분으로 합칠 수 있단 말인가. 편하게 죽는 길로 가지 말고, 우리가 세운 뜻으로 당당하게 승부하자.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숫자와 세력에 안주하지 않겠다. 정치인들끼리 하는 표 계산, 그때그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꿔 타면서 내세우는 변명, 국민은 다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혹 바른정당 일부가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고, 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더라도, 자기가 생각하는 개혁보수 정치를 끝까지 하겠다는 ‘고주파 신호’를 당 안팎에 보낸 것이다.

당장 김무성 의원이 자유한국당에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당내 장악력이나 당원들의 신임이, 그가 대선 후보 지지율 10%대를 안정적으로 보여주던 2015년 당 대표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만약 자유한국당에 복귀한다면 외부에서 일정한 자기 지분을 만들어, 예를 들면 작더라도 국민의당 일부와 바른정당 일부를 묶은 ‘새로운 중도보수’를 끌고 들어가는 형식이지 자유한국당에 덜렁 흡수되는 형식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결국 자강-통합을 떠나 단순하게 보면 유승민-김무성 두 정치인의 오래된 알력과 갈등만 있을 뿐이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두 사람의 입맞춤 사진을 찬찬히 다시 들여다보고 있자니 비어있는 말풍선이 채워지는 것 같다. “승민아, 고만 싸우자”, “형님이나 먼저 그만두소”.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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