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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부친 여당·컴컴한 야당…연휴 뒤 정계개편 시나리오 3

등록 2017-10-02 11:27수정 2017-10-02 17:13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막전막후 163
추석연휴 뒤 정계개편 전망

우리나라 정치의 뚜렷한 특징은 다이너미즘, 즉 역동성이다. 추석 연휴 뒤 정계개편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이번 정계개편의 변수는 무엇인지,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한지 살펴본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형준 명지대 교수, 허남동 보좌관 등 이 분야에 밝은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1988년 총선 결과는 민정당 125, 민주당 59, 평민당 70, 공화당 35석이었다. 최초의 여소야대였다. 1990년 1월 민정당-민주당-공화당이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을 만들었다. 명분은 국정 안정이었다. 200석을 훨씬 넘는 공룡여당이 탄생했다. 1992년 12월 대선에서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당선됐다.

1996년 총선 결과는 신한국당 139, 국민회의 79, 민주당 15, 자민련 50석이었다. 디제이피(김대중-김종필) 연합이 이루어졌다. 1997년 대선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국무총리가 됐다. 디제이피 연합의 명분은 정권교체였다. 연정은 2001년까지 이어졌다.

정계개편은 정당의 이합집산이다. 정권을 잡거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다. 유권자에게 사전이나 사후 동의를 받아야 한다. 명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는 국회 의석을 둘러싼 싸움이다. 현재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21, 자유한국당 107, 국민의당 40, 바른정당 20, 정의당 6, 새민중정당 2, 대한애국당 1, 무소속 2석이다.

① 한국당+바른정당 재통합
박근혜 출당 없이 명분 취약, 바른정당 일부 복귀 그칠 공산

②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두 당내 상호이질감이 걸림돌, ‘안철수+유승민’ 수준 머물수도

③ 민주당+국민의당 통합
아직은 통합보단 경쟁 목소리, 정기국회 뒤에야 발동 걸릴듯

5월9일 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국회 의석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에 진이 다 빠졌다. 다른 정당의 도움이 없으면 정기국회에서 법안은 물론 2018년도 예산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당장 절박하다.

5·9 대선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앞날이 캄캄하다. 지지율이 너무 낮아 이대로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몰락한다. 보수재통합이든, 보수혁신을 위한 제3지대 창당이든 뭔가를 해야 한다. 호남에서조차 지지율이 바닥인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활로를 모색하지 않으면 말라죽을 처지다.

마른 들판의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번지듯 갑작스러운 정계개편이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다. 당장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첫째, 바른정당의 분열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바른정당 중진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정치는 현실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어렵다. 유승민 의원의 당대표 출마 선언으로 당이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

바른정당 의원 20명을 분류하면 자강파 8~9명, 통합파 6~7명, 중립파 4~5명이다. 중립파가 통합파에 가세하면 숫자가 더 많다.

바른정당의 김영우, 이종구, 황영철, 김용태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3선 의원 모임을 하고 보수우파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추석 연휴 직후 본격화할 것 같다. 하태경, 정운천 의원 등은 국민의당 쪽에 관심이 많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의 정책연대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이 가동 중이다. 봉합에 실패하면 당은 깨진다. 바른정당의 파열음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둘째,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은 보수재통합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출당이 없으면 재통합도 어렵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1심 판결을 전후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1심 판결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1심 구속 만기는 10월16일이지만 석방하고 재판을 계속할지, 구속 기간을 연장할지는 재판부에 달려 있다.

재판부의 석방 여부 결정, 그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가 민심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심 선고 형량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도 알 수 없다. 대구·경북에서 동정론이 일면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밀어붙이기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될까? 예측하기 어렵다. 몇 가지 가상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통합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가장 바라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은 흡수통합을 원하지만 명분이 없다. 무리하게 밀어붙이기에는 바른정당 내부의 분열이 심각하다. 바른정당에 자강파를 남기고 통합파가 자유한국당으로 들어가거나, 제3지대에서 자유한국당과 만나 당명을 바꾸는 수준의 통합을 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다. 60석 규모의 제3당이 탄생하면 정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국민의당 호남 세력은 바른정당에 대해 이질감을 갖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 다수도 호남에 대한 이질감을 갖고 있다. 온전한 결합은 불가능하다. 이루어져도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통합 여부가 정리된 뒤에 국민의당 안철수 세력과 바른정당 유승민 세력이 결합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셋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이다. 아직은 가능성이 낮다. 대선을 치르며 나빠진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대표의 사이가 회복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안에 통합 반대 목소리가 더 크다. 호남에서도 통합보다는 ‘호남에서의 경쟁’과 ‘다른 지역에서의 선거 및 정책 연대’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많다. 연말 정기국회가 끝나고 6월 지방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와야 발동이 걸릴 것이다.

절박함은 정계개편의 동력이다. 그러나 절박함만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주체가 필요하다. 정계개편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1990년과 1997년 정계개편은 대통령 권력을 노리는 각 정당 총재들의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총재들은 공천권과 정치자금 배분권을 쥐고 있었다. 지금 정당에는 그런 제왕적 총재가 없다. 공천권은 당원과 지지자들 손으로 넘어갔다. 정치자금도 각자 알아서 모으고 각자 알아서 쓴다. 그래도 정계개편의 주역은 역시 대통령과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계개편에 별 관심이 없다. 연정도 거부했는데 통합을 좋아할 리가 없다. 청와대 안에는 대국민 명분을 중시하는 ‘원칙파’와 국회 및 야당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협치파’ 두 기류가 병존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원칙파다.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추미애 대표만 원칙파에 가깝고, 의원 다수는 협치파다. 중진 의원들은 대선 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정과 협치를 건의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태를 겪고 난 뒤에는 초선 의원 10여명이 모여 ‘협치의 제도화’를 말하기 시작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을 문재인 정부의 파트너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까지 개혁입법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무능한 정권이라고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018년 6월 지방선거도 위험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총선 참패의 위기가 눈앞에 닥치자 김종인 전 대표를 찾아가 전권을 넘겨준 일이 있다. 위기가 닥치면 승부수를 던진다. 임기 초반 현직 대통령은 개헌을 비롯해 여러 장의 정치적 카드를 쥐고 있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을 고리로 한 대규모 정계개편의 판을 벌일 수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대표 회담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그냥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촛불혁명의 의미를 강조하며 직접민주주의의 역할을 확대하는 모습은 레닌이 강조했던 민주집중제로 가기 위한 포석”이라며 “임의기구인 공론화위원회와 공산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인민위원회가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체제 전쟁’에 자유한국당이 선봉에 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홍준표 대표는 지금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보수 근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활용하고 있다. 그의 이런 선택은 ‘정통 보수’의 결집을 겨냥한 것이지만, ‘개혁 보수’를 비롯한 보수층 유권자 다수를 실망시키고 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야심가다. 바른정당 일부를 흡수하는 정도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과의 통합이나 연합공천 등 강력한 승부수를 던지고 나올지도 모른다.

정계개편 국면에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끼어들 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법안 처리는 인사에 관한 사항과 달라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 어렵다.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개혁 성향과 안철수 대표의 극중주의 사이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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