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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이 뭐길래 한국 재배치 논란 떠들썩하지?

등록 2017-09-13 07:50수정 2017-09-14 10:33

정치BAR_문답으로 풀어본 전술핵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야당은 전술핵 재배치 찬성 1000만명 서명운동까지 나섰다. 여당 일각에서도 전술핵 배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심상치 않다.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에 부정적이었던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마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전술핵이 무엇이길래, 왜 이리 논란이 되는 것일까. 궁금증을 풀어본다.

전술핵이란 무엇인가
전쟁때 목표물 직접타격 용도 사거리는 중거리미사일 이하
미, 항공기 투하용 ‘B61’만 보유

한국의 전술핵 역사
주한미군 1958년부터 실전 배치
‘북한 견제+중국 타격’ 임무 맡아
최대 950기…1991년 모두 철수

현재 한반도 ‘핵우산’은
핵공격 당하면 미 전략핵으로 보복
ICBM 등 기술 발전, 전술핵 불필요
유럽 배치 전술핵은 정치적 의미만

정부는 왜 재배치 반대하나
도입땐 한반도 비핵화 선언 파기
동북아 핵군비 경쟁 촉발 우려
중·러 반발도 사드보다 심각할 듯

Q. 전술핵이란 무엇인가?

전술핵무기는 전략핵무기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통상 전술핵은 전쟁터의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용도이고, 전략핵은 적국 내부의 핵심기반 시설을 공격하는 무기다. 전술핵의 사거리는 중거리미사일 이하이며 파괴력도 비교적 적다. 반면 전략핵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 등에 의해 운용되며 파괴력이 크다.

그러나 구분이 명확한 건 아니다. 미국은 1980년대 잠수함이나 수상함에서 발사되는 순항미사일(SLCM)을 전술핵으로 분류했지만, 이들 전함이 소련 해안에 접근하면 전략핵처럼 쓰일 수 있다. 파괴력에서도 정밀 유도장치의 발달로 정확성이 향상됨에 따라 전술핵도 전략핵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통상 손쉬운 구별법은 1970년대 미-소 간 전략무기제한협상에서 다뤄지지 않은 핵무기를 전술핵으로 보는 것이다. 미-소 협상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이 논의됐다. 이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은 핵배낭·핵대포·핵폭뢰나 단거리·중거리 핵미사일, 순항 핵미사일 등은 전술핵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전술핵·전략핵의 이런 구분은 한반도에 적용하기 어렵다. 남북 간 종심이 짧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남한의 핵심 기반시설을 사정권에 두고 있고 남한의 단거리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미·소 입장에선 전술핵이지만 한반도에선 전략핵이 될 수 있다.

Q. 전술핵의 종류는?

현재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은 항공기 투하용 중력탄 B61 계열뿐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B61-3, B61-4, B61-10 세 종류가 500기 정도 있다. 이 중 150발은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터키 등 유럽 5개국의 공군 기지 6곳에 배치돼 있고, 나머지는 미국 본토에 있다. 미국은 B61 계열 중력탄을 모두 유도장치를 장착한 스마트폭탄 B61-12로 개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보다 많은 2천기의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종류도 항공기 투하용 핵폭탄을 비롯해 단거리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어뢰·폭뢰 등 다양하다.

냉전 시기엔 이보다 훨씬 많은 전술핵이 있었다. 미국은 유럽과 일본·한국 등에 중·단거리탄도미사일과 핵대포·항공기 투하용 핵폭탄 등을 배치했고, 해군의 수상함과 잠수함에는 핵무장한 순항미사일과 폭뢰·어뢰 등을 배치했다. 1970년대 말께 미국은 7천기 이상 보유했으나 이후 점차 줄어들다가, 1991년 9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전술핵무기 철수 선언으로 극적으로 감축됐다. 소련도 1991년 10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전술핵 철수 선언 이후 당시 보유했던 전술핵 1만5천~2만5천기 중 상당량을 해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Q. 한반도의 전술핵 역사가 궁금하다

남한에 전술핵을 처음으로 들여온 1958년 1월 주한미군은 어네스트존 지대지 미사일, 마타도어 크루즈 미사일, 핵파괴탄(ADM), 핵지뢰, 280㎜ 포, 8인치(203㎜) 곡사포 등을 반입했다. 이어 항공기 투하용 핵폭탄 B61과 지대지 미사일인 ‘라크로스’, ‘데이비 크로켓’, ‘서전트’, ‘나이키 허큘리스’가 잇따라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155㎜ 곡사포가 1964년 10월 배치됐다.

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란 책에서 당시 “주한미군의 전술핵 반입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전협정 13조 (d)항은 한국 국경 밖에서 새로운 무기를 들여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은 전술핵 반입 한 해 전인 57년 6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상대방이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13조 (d)항의 효력 정지를 선언한 뒤 전술핵 반입을 추진했다고 한다. 주한미군은 모두 11가지 종류의 전술핵을 반입했으며, 1967년엔 950기가 배치돼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후 1976년 540기로 줄었고, 1991년 9월 부시 대통령의 전술핵 철수 선언 즈음엔 대략 100기 정도만 남았다. 1991년 12월18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는 단 하나의 핵무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주한미군의 전술핵은 북한만 견제한 게 아니었다. 미국 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당시 B61이 배치됐던 군산 공군기지의 제8전투비행단은 1970년대에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 필리핀의 클라크 기지와 함께 중국 타격 임무를 부여받은 세 축 가운데 하나였다.

Q. 전술핵 철수 뒤 미국이 제공한 ‘핵우산’은 무엇인가?

‘핵우산’은 제3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핵공격하면 이를 미국에 대한 핵공격으로 간주하고 핵보복을 하겠다는 약속으로 작동되는 핵억제력이다. 미국은 ‘핵우산’을 제공하기 위해 이른바 ‘전략핵무기 3대 축’이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SSBN), 전략폭격기를 보유하고 있다.

지상 사일로에서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는 미니트맨-Ⅲ 800기가 있고, 수중에는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14척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Ⅱ의 발사관을 20~24기씩 탑재하고 있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인 2016년 10월 1988년 이후 처음으로 괌을 방문해 북한을 겨냥한 핵억제력을 과시한 바 있다. 전략폭격기로는 B-2와 B-52H가 있다. B-2는 핵중력탄 B61-7, B61-11, B83-1을 16발까지 탑재할 수 있고, B-52H는 핵탄두 공대지순항미사일(ALCM)을 20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Q. 핵우산만으론 방어가 충분하지 않은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미국이 자국의 피해를 무릅쓰면서까지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희생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미국이 선뜻 ‘예스’라고 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에 전술핵이 배치돼 있으면 북한의 핵도발에 전술핵으로 바로 응징보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가 핵우산을 실질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유럽에 배치된 전술핵은 군사적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황일도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원은 ‘동맹과 핵공유’라는 논문에서 “미국이 1970년대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같은 전략핵무기로 유럽 동맹국에 침범한 적국을 격퇴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유럽 내 전술핵으로 가동한다는 작전계획은 이미 폐지됐다는 게 정설”이라고 밝혔다. 이들 전술핵무기는 미국이 유럽 동맹국에 제공하는 정치적 함의 외에 군사적 효용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Q. 유럽은 미국과 핵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전술핵 운용에 개입한다는데

미국과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은 1966년 12월 ‘핵계획그룹’을 창설해 회원국 사이의 핵 정책을 기획·논의·결정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핵계획그룹은 미국과 유럽 동맹국의 ‘핵 공유’ 시스템도 감독한다. 핵 공유 체제는 미군이 워싱턴에서 송신되는 긴급행동메시지(EAM) 발사 코드를 B-61에 입력하면 F-16과 PA-200 등 나토 동맹국의 공군기가 이를 적군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일부에선 앞으로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될 경우 한국이 ‘나토식 핵 공유 시스템’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핵 공유 시스템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이 독주한다는 평가가 많다. 유럽 내 전술핵 배치 장소 수량, 목표물 타격 요건 등 모두 미국이 결정하고 핵계획그룹은 이를 추인하는 구실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핵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자국 대통령에게 온전히 남겨놓으려는 태도를 고수해온 것과 관련이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문제도 있다. 조약 1조는 회원국이 핵무기를 다른 나라에 이양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에 배치된 전술핵무기가 여전히 자국 소유이며 직접 통제하기 때문에 조약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핵 사용 권한을 다른 나라와 나눠 갖게 되면 논리상 조약 위반 혐의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Q. 정부는 왜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하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8월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전술핵 도입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데 우리 명분을 상실하게 된다고 생각한다”며 “전술핵 배치 문제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변함없는 정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남북이 1991년 12월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지키는 게 명분이나 실리 모두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공동선언 1조는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동북아 정세 악화 문제도 있다. 박희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논문 ‘미 전술핵무기 한국 재배치에 대한 시론적 분석’에서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턱밑에 칼을 들이대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며 “양국이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보였던 경계심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타격을 받은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Q. 우리가 원하면 전술핵 재배치가 가능한가

미국은 해외에 배치된 전술핵뿐 아니라 전체적인 핵전력 자체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냉전 이후 핵 의존도가 줄어들고 재래식 무기의 정밀 원거리 타격 능력이 대폭 향상됐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이런 흐름을 뒤집는 것이며, 30년 가까이 유지된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파기하는 것이다. 또 러시아와 중국의 핵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정책 변경이 쉽지 않다. 실제 토머스 버거슨 미 7공군사령관은 지난 7일 ‘서울안보대화 2017’ 행사에서 토론자로 나서 “미국은 최근의 북한 핵실험에 따른 한국 내 정서를 이해하지만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9일(현지시각) “한국의 요청이 있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해, 국내 전술핵 재배치론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그렇지만 이 방송 역시 “많은 전문가들이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는 해설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핵 재배치 검토 시사는 실제 실행보다는 중국을 향해 더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길 압박하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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