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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3명중 1명 못 쉰다는데…왜 그럴까요?

등록 2017-09-05 16:35수정 2017-09-05 17:32

정치BAR_10월2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살펴보는 ‘휴일법’ 역사
법정 공휴일은 공무원에게만 해당
사기업은 ‘노사 합의’ 따라 유급 휴일로
2015년, 노동자 3명중 1명 “못 쉬었다”
모든 공휴일 법적보장하는 법안 잇단 발의
“휴식 차별 없어야” “중소영세기업 부담” 찬반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직장인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10월2일 임시공휴일이 확정됐습니다. 주말과 추석연휴 등을 포함해 최장 열흘의 황금연휴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들이 임시공휴일에 무조건 유급 휴일을 누릴 수는 없습니다.

2015년 정부가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는데 당시 3명 중 1명이 “쉬지 못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노총이 임시공휴일을 앞두고 조합원 6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합원의 65.6%만 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쉬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46%의 응답자가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상 휴일이 아니라서”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임시공휴일 대부분이 노동자에게 법으로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19대·20대 국회에서 임시공휴일 등의 휴일을 전국민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들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여야 쟁점 법안에 논의가 뒤로 밀리고, 기업 부담 등 반대 논리로 19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도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로사아웃(OUT)공동대책위원회 등 노동단체들은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공휴일 유급휴일 법제화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면서 관련 법안의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국민휴일법’에 대한 어떠한 논의가 이뤄질까요.

8월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추석 열차승차권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8월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추석 열차승차권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임시공휴일은 ‘관공서 휴일’, 민간 기업은 ‘노사 합의’로 선택

현재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은 국경일을 3월1일(삼일절)·7월17일(제헌절)·8월15일(광복절)·10월3일(개천절)·10월9일(한글날)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헌절을 제외하고 나머지 4일의 국경일은 공휴일입니다.

실제로 모든 공휴일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따릅니다.


◎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공휴일)
1. 일요일
2. 국경일 중 3·1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
3. 1월 1일
4.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 (음력 12월말일, 1월1일, 2일)
5. 삭제 <2005.6.30.>
6. 석가탄신일 (음력 4월8일)
7. 5월 5일 (어린이날)
8. 6월 6일 (현충일)
9.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 (음력 8월14일, 15일, 16일)
10. 12월25일 (기독탄신일)
10의2.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
11.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
제3조(대체공휴일)
① 제2조제4호 또는 제9호에 따른 공휴일이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제2조제4호 또는 제9호에 따른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한다.
② 제2조제7호에 따른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제2조제7호에 따른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한다.

그런데 이 규정의 적용대상은 공무원이나 학교 공공기관 등입니다. 즉 민간 기업은 이 법의 적용대상 밖에 있습니다. 민간 기업들의 휴일에 신경 써야 하는 자영업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관공서의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민간 기업에 휴일을 시행하라고 ‘권고’를 하더라도 강제는 할 수 없습니다. 임시공휴일 안건을 공무원 조직을 담당하는 인사혁신처가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민간 기업의 경우 노사 합의로 공휴일 시행 여부를 결정합니다. 노동조합이 강하고 활성화된 기업은 보통 취업규칙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대한 규정’을 넣어 임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시행합니다. 반면 노조가 없는 작은 회사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시공휴일에 유급휴일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경영자가 임시공휴일에 쉬라고 할 수 있지만, “정상적으로 출근하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노동자는 임시공휴일에 쉬려면 ‘연차’를 사용해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한국노총의 설문조사를 보면 50인 이하 사업장은 46%만 휴무를 했고 51∼100인 사업장은 63.6%, 101∼300인은 72.7%, 301인 이상은 69%가 공휴일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은 임시공휴일의 들뜬 열기에도 웃을 수 없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월2일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국민께선 모처럼 휴식과 위안의 시간이 되고,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기회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월2일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국민께선 모처럼 휴식과 위안의 시간이 되고,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기회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공휴일에 차별 없어야 한다” vs “중소기업 경영 부담”

이에 19대 국회에서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쉴 수 있는 법안들이 발의됐습니다. 2014년 9월 추석 연휴에 처음으로 대체휴일제(설·추석 연휴 등의 공휴일이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공휴일 다음 첫 번째 평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가 도입됐는데 쉴 수 없는 노동자가 많다는 문제가 지적되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나섰습니다. 2014년 9월, 한국노총 출신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의 대표발의로 노사 합의로 쉬었던 공휴일을 ‘법정 유급휴일’로 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당시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2014년 9월22일 당정회의 안건으로 오르며 법안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결국 논의가 중단됐습니다. 당시 논의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도했는데 고용노동부가 “휴일 관련 법은 안전행정부 소관이다”는 의견을 밝혀 논의가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반대 논리가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당정회의 뒤 권성동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는 “대부분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휴일을 하게 되면 경영상 타격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라고 밝혔고, 고용노동부도 “대체휴일제를 2~3년 시행해보고 기업 입장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2016년 5월6일 임시공휴일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불참하겠다는 기업이 내세운 이유로 절반 이상(50.3%)이 “하루만 쉬어도 생산량, 매출액 등에 타격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 대통령 ‘쉼표 있는 삶’ 공약, ‘국민휴일법’ 논의 진전 있을까

하지만 휴식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가 경기 침체 속 내수 소비 활성화를 위해 임시공휴일 카드를 꺼내 들기 시작하면서, 20대 국회에서 다시 휴일 관련 법안들이 7개가 발의됐습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공휴일 관련 법률안’ 검토보고서 중(※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공휴일 관련 법률안’ 검토보고서 중(※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차이는 있지만 모두 공휴일을 법률로 규정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한글날·어린이날·현충일을 각각 10월 둘째주 월요일, 5월 첫째주 월요일. 6월 첫째주 월요일에 쉬게 하는 ‘요일지정휴일제’를 도입하고, 대체공휴일을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장제원 의원(자유한국당), 심재권 의원(민주당)은 현재 정부 판단으로 결정하는 임시공휴일 공표 시기를 30일(장제원안), 또는 3개월 전(심재권안)에 관보에 공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모와 어르신들에 대한 경로효친의 미덕을 일깨우고 자녀들의 효 의식을 고취하며, 소외받는 노인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정하자는 내용을 발의해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도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안들은 지난해 11월 정기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한차례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안전행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공휴일 법제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찬반 입장을 소개하며 “공휴일의 법제화 여부는 국민의 평등권 및 휴식권 보장이라는 권리적 측면과 민간의 자율성 제한 및 ‘근로기준법’상 휴일제도와의 상충 가능성 등 제도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생각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찬성
-민간의 휴무를 개별 기업에 맡겨놓고 있는 현행 제도에서는 노사관계에서 약자에 속하는 근로자가 공휴일을 주장하기 쉽지 않고 기업 방침에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어 공휴일 적용에서 국민들 간에 차별이 존재하므로, 이를 법률로 규정하여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평등권 실현에 부합

-포괄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으로 볼 수 있는 휴식권(공휴일)에 관한 사항을 법률의 근거 없이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위임 법리에 위배될 수 있으므로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휴식권) 보장과 법치주의 확립에 부합


반대
-근로자의 휴무는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체결하는 사적 계약의 영역으로 국가가 강제할 성격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무원에게만 법적 구속력을 지닌 현행 규정을 민간에 강제하면 ‘근로조건의 자율 결정의 원칙’을 침해
-‘근로기준법’에서 특정 요일을 정하지 않고 주 1회 이상 유급휴일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는 개별 기업의 업무 패턴 등에 따라 법정공휴일을 자율적으로 준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공휴일을 법제화하여 주휴일을 일요일로 고정시키는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휴일제도와 상충될 소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

홍익표 의원은 지난달 24일 민주당 정책조정위원회에서 “국민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관련 법안을 만들겠다. 조만간 당정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공휴일 법제화는 정기국회에서 논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해외의 경우 대부분의 나라가 공휴일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쉼표가 있는 삶’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사회적으로도 ‘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민휴일법’이 정기국회에서 어떤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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