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노회찬, 귀에 쏙쏙 박히는 ‘역대급 입담’의 비결은…

등록 2017-09-01 16:36수정 2017-09-01 16:51

정치BAR_김태규의 영점조준_노회찬의 이슈 관리 비법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썩은 정치판을 이제 바꿔야 합니다. 50년 동안 삼겹살을 같은 불판 위에서 구워 먹으면 고기가 새까맣게 타버립니다. 이제 바꿀 때가 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이 드높았던 2004년 3월20일, KBS 심야토론. 17대 총선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8번 후보 노회찬이 ‘삼겹살 불판갈이론’을 설파했다. 정치권력 교체를 열망하던 국민들의 귀에 콕 박히는 촌철살인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충격이었다. ‘드립의 신’ 노회찬은 그렇게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4년 ‘삼겹살 불판론’으로 화려하게 등장

이명박·박근혜 정권까지 지나 이제 3선 원내대표가 된 그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입담을 자랑한다. 최근엔 매주 수요일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하고 있다. 지난 6월13일 방송에서 그는 국회 연설을 마치고 악수하러 다가온 문재인 대통령을 마주하자 잔뜩 움츠러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상황을 두고 “에프킬라를 발견한 모기들 같은 상황”에 빗댔다. 7월5일, 제보조작 사건의 책임을 당원 1인에게 전가한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여름에 냉면집 주인이 ‘나는 대장균에게 속았다, 걔들이 이렇게 많을지 몰랐다, 많으면서도 나한테 많은 척 안 했다’, 그걸 조사해 가지고 많으면 팔지 말아야 될 책임이 냉면집 주인한테 있는데 ‘균이 나를 속였다. 대장균 단독범행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쉽고 재밌고 이해하기 쉬운 비유가 ‘노회찬 드립’의 특징이다. 그는 이걸 어떻게 생각해내는 것일까? 주변에 유능한 ‘스피치 라이터’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의 측근은 “오전 공식 회의 메시지를 제외하곤 방송 인터뷰 내용까지 준비하지는 않는다. 라디오 인터뷰는 전적으로 본인이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노회찬 드립의 비밀은 지난달 30일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기획한 여야 5당 원내대표 인터뷰에서 풀렸다. 대화 말미에 조심스럽게 “’뉴스공장’에서 선보이는 촌철살인의 드립은 본인이 연구해서 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그는 “연구해서 하는 게 아니다. 반드시 오늘 한 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가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방송사에서는 일정한 기대를 하는 것 같은데 오늘도 한 마디 안 했다. 그때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천재라는 얘긴가? 나는 질문의 시위를 팽팽히 당겼다.

에버노트 앱으로 100여개 이슈 관리…“본질에 접근해야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런 말들을 직관적으로 만들어내려면 기본 바탕, 콘텐츠가 있어야 할 거 같은데요, 그런 건 없나요?”

그는 “프로그램 앱으로 이슈 관리를 하는데 특정 업체 얘기를 해도 되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괜찮다며 답을 채근하니 그는 “에버노트로 이슈 관리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휴대전화로 틈틈이 뉴스나 자료를 훑다가 중요한 내용이다 싶으면 에버노트 앱을 활용해 갈무리한다는 것이다. 그가 에버노트를 활용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으로 관리하고 있는 이슈 폴더가 무려 100여개다. 그는 “다시 한 번 리마인드할 만한 그런 내용이면 100여개의 주제 속에 편입시키고 해당 주제의 최신뉴스, 주요뉴스를 망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핵심 이슈의 다양한 주장을 파악해 사안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는 “사드 배치 문제만 해도 다양한 주장이 있는데 거의 다 섭렵하려고 한다. 그래야 사안의 본질, 핵심적인 포인트가 보이고 생각이 정리된다”며 “그거 없이 표현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안 된다. 인위적인 냄새가 나면 전달 효과가 작다”고 했다.

‘촌철살인’은 진보정당 정치인으로서 생존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진보정치를 하다 보니까 마이크도 적게 오고 또 저희 주장이 사변적인 측면이 많아서 쉽게 설명하지 않으면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사안을 쉽게 설명할 수 있고 쉬워야 통하게 되고 대중성과 재미, 감동도 생긴다”고 했다.

“그럼 촌철살인 드립의 비밀은 에버노트였군요?” 내가 묻자 그가 답했다.

“그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까. 한 달에 얼마씩 프로페셔널판으로 약간의 소액을 지출하고 있죠.”

이로써 그간 숱한 화제를 낳은 ‘노회찬 드립’의 비밀이 드디어 풀렸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6.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7.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