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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안철수가 가장 오래 얘기한 당 대표는 누구?

등록 2017-08-28 22:18수정 2017-08-28 23:45

국민의당 대표 취임 첫날 민주당·바른정당·정의당 대표실 방문
민주당에선 “옛날 대표 시절 생각난다”
바른정당엔 “양극단보다는 중도에 해결책”
정의당의 ‘여야정협의체’ 참여 요구엔 ‘미소’만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는 5·9 대선에서 패배한 뒤 111일만인 28일 국회에 ‘출근’했다. 전날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첫 출근이었다. 안 대표는 첫날을 맞아 추미애(더불어민주당), 이혜훈(바른정당), 이정미(정의당) 대표 등 다른 정당 대표들을 차례로 예방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28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
28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
이날 오후 4시 안 대표는 국회 본청 205호에 위치한 민주당 대표실로 향했다. 복도를 걸어가며 안 대표는 “여기는 옛날에 출근하던 곳이군요”라고 말했다. 2014년 김한길 전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대표를 하던 때를 언급한 것이다. 그해 그는 7·30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물러난 바 있다. 안 대표는 추 대표를 만나서도 “옛날에 출근하던 곳이네요”라고 말했다. 모두 발언에서도 안 대표는 민주당에서의 경험을 언급했다.

“여기 오랜만에 왔습니다. 저한테는 참 익숙한 곳입니다. 바로 3년 전 지방선거를 치를 때 여기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해 치열한 전투의 현장과 같은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조명이 바뀌고 몇 가지만 좀 달라졌지만 여전히 같은 그런 모습에 옛날 생각이 많이 납니다.”

조명 얘기를 하며 안 대표는 천장의 조명을 쳐다보기도 했다. 안 대표는 그러나 “(전날) 수락 연설에서 말했듯 국익과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정부·여당이 국익과 민생의 관점에서 저희 생각과 같다면 적극 협조하지만 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지 않고 저희가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하겠다”라며 전날에 이어 ‘견제’의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다.

이에 추 대표는 “안 대표가 3년 전 소회를 말했는데, 민주당도 그동안 촛불정국에서 면모를 일신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정당을 표방하면서 촛불민심에 한 치의 흔들림 없는, 국민이 주권인 나라, 내 삶이 바뀌는 정치를 약속드렸다”라고 말했다. 3년 전 안 대표가 대표로 이끌던 민주당과 현재의 민주당은 다르다는 취지로 읽힌다. 추 대표는 “안 대표도 그런 의미에서 정치에 입문했고 처음 입문할 때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함께 협치의 성과가 국민의 것이 되도록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다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공기는 무거웠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를 만나러 이동하다 우연히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안철수 신임 국민의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를 만나러 이동하다 우연히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안철수 신임 국민의당 대표.
안 대표는 이어 같은 층 이혜훈 대표 방으로 이동하다가 복도에서 우연히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은 노원에서 옆 지역구에 있었으나 안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의원직을 사퇴한 바 있다.

우원식 : 축하드립니다.

안철수 : 앞으로 계속 뵙죠.

우원식 : 저희 노원구로 오면 제가 을구고 병구시니까.

안철수 : 네. 같은 지역 내에서 서로…. 예예. 지역에서 뵐게요..

우원식 : 댁은 계속 상계동이신지?

안철수 : 네. 계속 거기 삽니다.

우원식 : 제가 답답하면 집으로 찾아갑니다.

안철수 : 하하하하하.

28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를 예방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
28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를 예방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

이어 안 대표는 228호 이혜훈 대표 방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특유의 하이톤으로 “어서오세요”라고 말하며 안 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앉자마자 이 대표는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협력하겠다고 해서 인터넷 등을 보면 저와 대표님의 싱크로율이 99%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두달 동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걸어온 길에서 접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협력할 일이 참 많겠다”면서 특히 “중대선거구제, 18세로 선거연령 인하, 기초선거에서 공천제 폐지 등 3가지 정치개혁에서 같이 연대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안 대표는 “양극단에 있으면 무조건 찬성, 반대만 하고 있으면 되고 설명이나 고민이 필요없다. 세상사를 해결하는 데 쉬운 길이 어디 있냐”면서 “양극단보다 중도에 있는 어느 지점에 합리적 해결방안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열심히 노력해왔고 바른정당이 그런 노력을 해주셔서 반가운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헤어질 때도 이 대표는 안 대표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

28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예방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
28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예방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
이후 연달아 찾은 곳은 223호 이정미 대표실이었다. 이 대표는 “안 대표님이 취임하면서 ‘강력한 야당이 되겠다’는 말을 했고 그 목표는 정의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정국을 풀어나가는 데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논의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선거제도 개혁 등을 거론하면서 “힘을 하나로 합친다면 20대 국회 안에서 반드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덕담’ 뒤에 ‘할 말’을 더 꺼냈다. 그는 “오신 김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여야정협의체에 교섭과 비교섭단체 상관 없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국정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면 ‘일이 바쁠 땐 부지깽이라도 갖다 쓴다’는 얘기를 하지 않냐. 큰 당 작은 당 상관 없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함께 국정을 논의할 수 있도록, 이번에 새로 대표도 됐으니 그런 방향으로 논의해주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정의당의 여야정협의체 참여에 국민의당이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에 안 대표는 “전체적인 파악을 못했다. 당내 논의가 어느 수준으로 진행되는지 그런 부분까지 함께 파악해 제대로 국정을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라고만 말했다. 이 대표는 다시 한번 “정부와 국회가 함께 논의하는 데 300명 국회의원이 한명한명 소중하다. 그 의견이 두루 반영될 수 있도록 국민의당이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거라 믿겠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대답 없이 미소만 지었다.

안 대표는 공개 회동 뒤에 세 대표 모두와 각각 비공개 회동을 가졌는데, 가장 오래 머문 곳은 바른정당의 이혜훈 대표실이었다. 이날 ‘국회 순방’을 마친 뒤 안 대표는 ‘어느 대표가 가장 반갑게 맞아준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분들이 알던 분이어서 다들 따뜻하게 맞아줬다”고 답했다. ‘비공개 회동에서 이혜훈 대표와 가장 긴 시간 얘기를 나눴다’는 기자들의 말에 “저는 비슷한 시간 비공개 회동을 한 줄 알았다”면서 “같은 얘기들을 나눴다”라고 답했다.

안 대표는 29일엔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대표를 예방한다. 당 대표들 가운데 두 사람은 ‘원외’라는 공통점이 있다. 5·9 대선에서 각각 2, 3위로 낙선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당 대표로 복귀한 점도 같다.

글·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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