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와 식약처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25곳을 추가로 발표한 17일 경기도 양주시 한 농장에서 양주시청 직원들과 농장관계자들이 달걀 전량을 폐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살충제 달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미 지난해부터 살충제 문제를 수차례 경고를 받았음에도 안일하게 대응해왔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부 계란 농가들이 닭의 진드기 발생을 막는다면서 맹독성 농약을 닭과 계란에 살포하고 있다”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관련기사:
‘살충제 달걀’ 지적에 “대책 마련하겠다” 말뿐이었던 국정감사 https://goo.gl/zwhus4)
기 의원이 21일 ‘살충제 달걀’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계기를 공개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양계농민들이 찾아와 “진드기를 잡기 위해 독한 살충제를 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잔류농약 허용치를 넘기는지, 안전한지 검사받는 절차가 어렵다”고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즉 ‘살충제 달걀’ 문제는 오래전부터 축산 농가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었고, 이전 정부가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것이다.
기 의원은 이날 <엠비시>(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 집중’에 나와 지난해 국정 감사를 앞두고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온 양계업자들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이들은 기 의원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저희가 생산한 계란이 안전한 건지 잔류농약 허용치를 감당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더 초과하고 있는 건지 농식품부나 식약처에 의뢰를 해도 검사받기가 쉽지 않다. 절차가 많이 복잡하다. 그래서 국회 차원에서 좀 이런 문제들에 관해서 관심을 갖고 국민들께 보고해줄 수 없는 거냐”
”양심상 거리끼는 일이 있다. 진드기나 벼룩을 잡으려면 이제 자꾸 독한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다. 한 가지로 안 돼서 혼합해서 쓰고 있다. 주변 양계농장도 그런 데가 꽤 있다, 이런 말씀을 주셔서 거기에 대한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잔류농약 허용치에 해당되는지 검사를 받을 길도 요원하고 답답하다. 이래도 되는가 하는 그런 자괴감도 들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있다.”
양계농민들이 먼저 진드기 살충제 문제를 인지하고 정부 부처에 문의했지만 사실상 ‘거부’당하자 국회를 찾아와 하소연한 셈이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양계농민들의 ‘양심 고백’과 ‘호소’에 기 의원은 식품의약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자료를 요구했다. 기 의원은 “답답한 건 최근 3년 동안 전혀 뭐 계란에 대한 잔류농약, 기준치를 초과했는지 아니면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검사 자체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작년에 국감이 진행될 때 9월, 10월에 한 번 하고 올해 4월, 5월에 또 한 번 했다는 것이다”며 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했다.
“작년 국정감사 때 해당 농가에서 지적하신 부분 때문에 (검사)의뢰를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했고 또 올 4월에도 두 차례 이런 문제가 제기됐는데 안전하다는 발표가 나왔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기 의원은 “국민불안감이 이렇게 높을 때는 잘못된 조사나 아니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없는 통계, 자료, 이런 부분 가지고 섣불리 불을 끄려고 하면 오히려 더 불신이 증폭되고 정부에 대해서 신뢰도가 추락하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발생한다”며 “지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과정이니까 외양간이라도 잘 고치려면 한번 발표할 때 정말 신중을 기해서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지 않고 불신들을 자극하지 않는 차분한 행정들이 필요하다”고 현 정부의 대응도 꼬집었다.
그는 “농식품부나 식약처나 뭐 또 그 전에 3년 동안 조사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누구 책임이냐 어느 정부의 책임이 크냐, 이런 얘기는 국민들은 아무 관심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라는 생각 속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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