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長以下俸給白(병장이하봉급백)%인상(1966년7월11일 동아일보)
11일 국방부는 67년 1월부터 병장이하사병의 봉급을 1백%, 그밖의 하사관·장교 등 직업군인(군속포함)의 봉급을 30% 각각 올리기로 결정, 67년도 예산안에 반영키로 했다.(중략) 현재 병장 이하 사병들의 봉급액은 다음과 같다.
▲병장=4백원 ▲상병=3백60월 ▲일병=3백원 ▲이병=1백60원
‘신세대 士兵(사병) 필수품 1號(호)는 「예금통장」’(1994년 6월10일 동아일보)
요즘 사병들은 대부분 예금통장을 가지고 있다. 사병들이 온라인을 이용해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는 것이 병영의 새 풍속도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사병들의 한달 용돈은 얼마쯤 될까. 국방부가 최근 사병 1472명을 대상으로 용돈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많고 적고 간에 월급 외에 부모들이 주는 용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월 3만~5만원을 쓰는 사병이 전체의 45%인 6백62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략)
사병들이 이처럼 용돈을 많이 쓰는 이유는 단적으로 이들의 봉급이 배우 적기 때문이다. (1994년 병장 월급은 1만1700원)
사병봉급·간식도 줄어든다. (1998년3월28일 매일경제)
IMF경제위기로 사병들의 월급이 줄어들게 됐으며 간식인 건빵, 컵라면 지급도 줄게됐다. 국방부는 27일 올해 추경예산심의결과 사병을 포함한 군인과 군무원, 일반직원의 인건비 예산 중 1896억원을 삭감키로 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매월 받는 월급은 현행처럼 지급하고 연간 400%인 분기별 기말수당에서 삭감액을 떼기로 했다. (중략) 병장은 1만3300원에서 7890원으로 분기별 수당이 각각 삭감된다.
1994년 6월10일 <동아일보>신문. 네이버 옛날신문 갈무리
국방부가 지난 8일 '2018년 국방예산 요구안' 자료를 통해 내년에 병장 기준 월급을 21만6000원에서 40만5996원으로 인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17년 20만원을 돌파한 병장 월급은 2018년 두배 가까이 껑충 뛰는 셈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른 조치로 이번 인상안은 최저임금의 30%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의 30%, 40%, 50% 수준으로 연차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애국심으로 청년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애국페이’논란이 불거지며 병사 월급의 현실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은 ‘안보’를 앞세우며 병사 월급 인상 등 처우개선 공약을 앞다투어 내놓기도 했다. 물론 병사 봉급 인상이 군 인권 향상과 처우개선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병사들의 저임금으로 국가안보를 지탱하고 있다”는 비판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애국페이’의 역사와 논란을 짚어본다.
자장면 5그릇 월급, 경제위기 때는 동결
병사들의 월급 역시 사회의 변화와 경제 상황에 따라 출렁였다. 과거에는 “먹고 자는 거 다 해결해주는데 군대 가서 돈 쓸 데가 어디 있느냐”며 병사들의 ‘쥐꼬리 월급’이 당연시됐다. 1965년 병장 월급은 200원이었는데, 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대한민국>을 보면 당시 자장면 가격은 35원이고, 목욕탕 이용료는 30원이었다. 외출이나 휴가를 나와 친구와 자장면을 먹고 목욕탕에 가면 월급 절반이 사라졌다.
병장 월급은 1971년 1000원대를 넘어섰고, 20년 만인 1991년 1만원대를 돌파했다. 1991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20원이었다. 한 달 25일 8시간 근무한다고 가정해서 당시 병장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50원이다. ‘군복 입으면 춥고 배고픈’ 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때는 봉급뿐만 아니라 건빵과 컵라면 지급이 줄기도 했다. ‘신세대 장병’이란 말이 나오면서 ‘월급 현실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인상 폭이 올랐지만 2009~2010년에는 2008년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인상이 동결됐다. 금연과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2005년까지 1인당 15갑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던 연초(군 면세담배)도 2010년부터 병사들에게 보급이 중단되며 흡연 병사들을 고민에 빠지게 했다.
그랜드백화점이 1998년 4월 29일 개점 12돌을 맞아 3000원인 자장면을 12년 전 가격인 12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한겨레>자료사진
참여정부 들어 큰 폭 인상, 박근혜 정부에서도 꾸준히 인상
평균 사병 월급이 2만원대로 오른 것은 참여정부 때였다. 평균 병사 월급은 2만75원이었고 병장 월급은 2만3100원이었다. 특히 2004년 47%의 인상률을 보이며 큰 폭으로 올랐다. 2004년~2007년 연평균 39.75%의 인상률을 보이며 2006년에는 이병의 월급도 5만원대(5만4300원)를 넘어섰다. 당시 국방일보에는 “월급을 저축해서 어머니 선물을 사드렸다”, “적금 들어서 전역 때 목돈을 마련했다”는 미담(?)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대선 공약으로 병사 월급 두배 인상을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도 연평균 16.25%(2013~2016년)씩 인상됐다. 박 전 대통령의 병사 월급 두배 인상 공약은 2017년에 실현됐다. (2012년 병장 월급 10만3800원→2017년21만6000원)
계급별 병사 월급 변화 추이. e-나라지표(인사혁신처 ‘공무원 보수규정’ 근거)
엄마 체크카드가 필요한 병사들
병사들 월급은 꾸준히 인상됐지만, “장병들이 부모 체크카드를 쓴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나온다. 이러한 배경에는 달라진 장병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군 보급품은 젊은 장병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실제로 병사들은 보급품 대신 클렌징폼, 바디클렌저 샴푸 등을 쓰고, 선크림과 핸드크림을 사용한다. 결국 국방부는 장병들의 선택권과 기호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2015년 면도날, 세탁비누, 구두약, 세제, 화장지, 세숫비누, 치약, 칫솔 등 8종류의 생필품을 현품 대신 병사 1인당 월 5010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매달 지급한 돈으로 피엑스(PX·국방마트) 등에서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급액이 적다는 비판과 격오지 근무 병사들이 제때 생필품을 구매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2016년부터 세숫비누, 치약, 칫솔 등 3종만 1인당 월 3000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는 턱없이 적은 돈이다. 게다가 전화비용, 인터넷 피시(PC) 사용료, 휴가시 교통비용, 건조기·세탁기 사용비용(일부 부대)도 장병들이 부담하고 있다.
국방부는 2005년 ‘내무반’을 ‘생활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2009년부터 침상형 생활관(왼쪽 사진)을 침대형 생활관(오른쪽 사진)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했다. 군대 내 구타·가혹행위가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젊은 장병들의 문화가 달라진 것을 고려한 조처다. <한겨레>자료사진
이렇다 보니 병사들의 주머니는 늘 가볍다. 2012년 국방부 설문조사에서 병사들은 한 달 평균 9만~12만원을 집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15년 국회 대정부 질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이 현역 병사 중 무작위로 표본 조사를 한 결과 흡연하는 일병의 경우 한 달 지출비는 27만1140원으로 당시 일병 월급 14만원보다 약 13만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이는 다소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3월29일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이 주최한 ‘미래안보포럼’ 세미나에서 국방 전문연구위원인 문채봉 박사는 ‘병 봉급인상의 적정 수준과 한계’라는 발표를 통해 현재 병사들 월평균 지출금액은 약 20만원(간식·군것질이 5만1801원, 저축·부모님께 송금 4만2539원, 담배 3만3576원, 일용품 구입 1만4927원, 통신비 1만4197원 등)이라고 분석했다. 계급에 상관없이, 병사들이 필요로 하는 병영생활 비용은 월 25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분명한 건 취업난이 심각해질수록 청년들에게 군 생활이 ‘국방의 의무’ 대신 ‘무의미한 시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춥고 배고파도 배우는 게 있다”는 부모세대의 추억담을 청년들에게 강요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애국페이 근절법’도 발의
이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병사 봉급액을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시되는 최저임금액의 40% 이상 수준으로 정하는 ‘군인보수법 개정안’, 이른바 ‘애국페이 근절법’을 지난해 12월 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재 징병제를 시행 중인 9개 국가와 한국의 병사 월급을 분석하면 한국군 병사는 가장 열악한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2016년 최저임금은 월 환산액 126만원으로 19만7000원을 받는 병장 월급은 최저임금 대비 15% 수준이다. 중국(34%), 대만(33%), 베트남(27%), 브라질(80%), 싱가포르(최저임금액 없음), 이스라엘(34%), 이집트(100%), 태국(100%), 터키(15%) 등 징병제를 시행 중인 국가들의 최저임금액 대비 병사 월급 비율과 비교할 때 최저 수준이라는 게 김 의원의 분석이다. 최저임금제도가 없는 싱가포르도 매달 42만~51만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김 의원은 병사들의 월급을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3대 요소, 사기(morale), 복지(well-fare), 오락(recreation)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현행 병사들의 월급은 생명유지 비용만을 산정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병사 월급 인상은 수천억원의 국가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2015년 국방부 군인 인건비 결산내역을 보면 총병력의 66%를 차지하는 병사 월급은 전체 군인 보수의 9.5%에 불과하다”며 “국가안보를 애국페이라 부르는 병사들의 저임금으로 지탱하며 병력 규모 유지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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