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위민2관 직원식당에서 직원들과 오찬을 위해 식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뒤 행보에 대해 ‘소탈하고 소통하는 대통령’, ‘탈권위 대통령’이란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새로운 대통령상을 제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일각에서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에 견줘 온도 차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에 지친 시민들이 ‘비정상의 정상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취임식 첫날 아침은 5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과 뚜렷하게 달랐다. 2013년 2월25일 취임식 참석을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온 박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배웅하러 나온 삼성동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주민들은 임시로 설치된 울타리 밖에서 박 전 대통령과 1m 남짓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나온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유세와 다를 바 없이 주민들과 뒤섞여 인사를 나눴고, 아이들을 직접 안아주기도 했다. 11일엔 출근길에 주민들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청와대에서의 문 대통령 행보도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11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국무총리 후보자와 비서실장을 발표하자 누리꾼들은 “그냥 기자회견하고 말하고 대화를 한 것인데, 그게 신기하고 놀랍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신임 참모들과 와이셔츠 차림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과, “옷은 내가 벗겠다”며 경호원 시중 없이 자신이 직접 재킷을 벗는 모습엔 “사람 냄새 나는 대통령은 오랜만이다”는 긍정적 평가가 계속됐다. 12일엔 청와대 직원들과 직원식당에서 3000원짜리 점심을 들면서 직접 식권을 식권함에 넣고 식판에 밥을 덜어 먹는 모습에 대해 “식판의 정상화”란 유머러스한 댓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생활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뿐인데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동안 시민들이 얼마나 ‘인간적 대통령’에 목말랐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보인 ‘차가운 여왕’ 이미지와 국민들의 심리적 편차는 엄청났다. 그래서 지극히 당연한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따뜻한 대통령’의 행보가 계속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와 달라진 사회적 환경도 짚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파격 행보는 일부 국민들에겐 다소 거친 ‘마이너리티 대통령’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당시 사회가 노 전 대통령을 받아들이기에 준비가 덜 돼 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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