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보수세력의 사상 첫 도전? 단일화는 아무나 하나

등록 2017-04-27 17:06수정 2017-04-27 17:27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35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단일화 추진 원탁회의
3당 대선후보 초청 실패…주호영 원내대표만 참석
1987년 6월항쟁에서 넥타이 부대는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습니다.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는 6·29 선언으로 대통령직선제를 받아들였습니다. 국회 개헌특위에서 임기 5년의 단임제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이나 김대중 둘 중의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영삼이나 김대중 둘 중의 한 사람’이라는 바로 그 지점에 함정이 있었습니다. 양김씨는 단일화에 실패했고 대통령 선거에 각각 출마했습니다. 양김씨는 서로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습니다. ‘4자 필승론’이라는 궤변도 나왔습니다.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오른쪽)과 김영삼(왼쪽)은 가을부터 야당 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동시 출마했다. 사진은 9월29일 남산 외교구락부에서 첫 공식 협상 중인 ‘양김’. <한겨레> 자료사진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오른쪽)과 김영삼(왼쪽)은 가을부터 야당 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동시 출마했다. 사진은 9월29일 남산 외교구락부에서 첫 공식 협상 중인 ‘양김’. <한겨레> 자료사진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 36.6%,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 28%,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 27%였습니다. 먼저 대통령을 하겠다는 양김씨의 정치적 욕심이 6월항쟁의 성과를 민주정의당의 전리품으로 상납하고 만 것입니다.

양김씨의 단일화 실패는 이후 1990년 3당 합당, 영호남의 지역대립 격화로 이어지며 우리나라 정치를 심하게 왜곡시켰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지역주의 바람이 충청권까지 불어닥쳤습니다.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은 무너져 내렸고 결국 국가부도 사태가 터졌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가장 정확히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정치입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김대중-김종필 후보의 디제이피 연합은 사상 최초의 정권교체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없었다면 민주정부 연속 집권이라는 신화는 탄생할 수 없었습니다.

2012년 11월18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단일화방식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2년 11월18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단일화방식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물론 후보 단일화는 선거 승리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박근혜 후보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1987년 이후 후보 단일화는 언제나 민주·개혁 세력의 의제였습니다. 후보 단일화 실패도 후보 단일화 성공도 늘 민주당 쪽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진 보수 정당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정치적 의제로 떠오른 일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대신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이냐 불복이냐’가 쟁점이었습니다. 1997년 이인제 후보의 경선 불복 및 탈당은 보수 기득권 세력의 패배로 귀결됐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보여준 박근혜 후보의 깨끗한 승복은 2012년 보수 기득권 세력 정권재창출의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랬던 후보 단일화가 2017년 5·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드디어 보수 세력의 정치적 의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문입니다. 보수 정당은 분열하고 보수 정당의 대선후보들은 여론조사에서 각각 3위(홍준표)와 4위 또는 5위(유승민)를 달리고 있습니다. 보수 정당의 유력 후보가 2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4월26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중도·보수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라는 긴 명칭의 회의가 열렸습니다.

‘원탁회의’는 회의 참석자들이 대등한 지위에서 참석하는 회의입니다. 과거 재야 민주화운동 활동가들이나 시민사회 인사들이 민주적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선호하던 방식입니다. 원탁회의라는 형식을 보수 성향 단체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지, 왜 모이는지 궁금해서 회의장에 가 보았습니다. ‘대한민국국민포럼’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의 500여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들은 이미 3월20일 국가원로 100인 기자회견, 4월5일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 4월18일 3당 원내대표 초청 한반도 안보정책 토론회를 연 일이 있습니다. 원탁회의의 목적은 한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한미 동맹으로 대한민국의 굳건한 안보를 유지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좋은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사심 없이 단일화에 동참하여 진보?좌파 후보인 문재인 후보와 양자 대결하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진보·좌파인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대선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원탁회의 참석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후보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고,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가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원탁의 가운데 자리에 앉고 대한민국국민포럼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대표들이 둘러앉았습니다.

회의는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습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 정재영 대한민국국민포럼 대표 등 7~8명이 후보 단일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 안보가 위험해진다”, “빨갱이 세상이 된다”, “민주노총, 전교조, 좌파시민단체 세상이 된다”는 등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단일화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첫째, 3당 지지도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둘째, 문재인 후보 대항마로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지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셋째, 100인 위원회 배심원단을 구성하겠다고 했습니다. 100인 위원회는 세 후보가 각각 20명씩,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40명을 추천해서 구성한 뒤 끝장토론과 투표로 세 후보의 점수를 매기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세 가지를 합쳐서 누구로 후보 단일화를 할 것인지 발표하겠다는 것입니다.

후보 단일화의 시한도 제시했습니다. 1차 시한은 투표용지 인쇄 전날인 4월29일, 2차 시한은 사전투표 전날인 5월3일이라고 했습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중도 보수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에 참석,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중도 보수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에 참석,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세 정당의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한꺼번에 모으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26일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에 이어, 27일에는 자유한국당의 이철우 사무총장, 28일에는 손학규 국민의당 선대위원장을 각각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변경된 회의 일정을 공지했습니다.

그러나 이철우 사무총장은 27일 원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28일 손학규 위원장 참석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갑산 대표는 “자유한국당에서는 국민의당에 친북좌파가 많기 때문에 이들과 손을 잡으면 태극기 부대가 몰려올 것을 걱정하고 있다. 또 국민의당에서는 자유한국당에 있는 박근혜 적폐세력과 함께 하면 호남 지지층을 잃는다고 걱정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제각각 당리당략 때문에 지지층을 잃을까 걱정만 하면 후보 단일화는 실패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원탁회의를 마친 뒤 이들은 성명을 낭독했습니다. 성명의 내용은 온통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대한민국국민포럼’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지, 왜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길지 않은 분량이니 여러분께서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내용에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 일각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 나름의 애국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애타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나눠준 성명을 원문 그대로 소개하겠습니다.

포기할 수 없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후보 단일화

3당 후보와 당 지도부에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는 헌신적인 결단을 촉구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이기주의와 아집, 독선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핵·미사일 도발로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주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문재인 정권 출현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밖에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순수한 열정과 충정으로 마련한 후보 단일화 논의를 위한 3당 원탁회의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자기 지지만을 요구하는 것은 시대정신인 소통과 협치라는 대의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선거전략적인 실리도 기대할 수 없는 근시안적 욕심일 뿐이다.

특히 후보 단일화가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은 과학도, 전략도 아 닌 민심과 내일을 못보는 청맹과니 허풍에 불과하다.

현재 대선중인 프랑스는 극우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중도와 우파, 좌파 대선주자들이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지지선언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결선투표제라는 제도가 있어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이념과 정당 후보들이 힘을 모으는 것은 자당의 이익보다 프랑스의 지성과 자유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선공후사의 정신의 발현인 것이다.

한반도 중대위기 속에서 북한 김정은에게 평화를 구걸하려는 문재인 정권의 출현을 막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또 절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문재인 정권에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절실한 심정이다.

이같은 국민의 염원과 시대정신을 외면한 채 오로지 후보 개인과 자당의 이익만을 이해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책임질만한 역량도 자질도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국민포럼과 범시만사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중도·보수 세력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해왔다. 오늘 이 자리 역시 각 당의 입장과 계획을 듣고 후보 단일화, 즉 문재인 정권 출현 저지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동안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시민단체의 후보 단일화 추진에 대해 적폐세력 연대라고 비난하고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후보 단일화가 되었을 때 패배할 것을 두려워한 민주당이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 벌이는 정치음해 선전공작이요 꼼수에 불과하다. 대통령직선제 이후 역대 어느 선거가 연대와 협력 없이 대선에 승리한 적이 있는가.

정작 더불어민주당이 계승한다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디제이피연합,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았는가.

다시한번 밝힌다.

북한 김정은에게 평화를 구걸하려는 문재인 정권의 출현을 저지하고 미래를 위한 개헌을 조기에 실시하는 방법은 후보 단일화 밖에 없다. 우리 시민단체들은 흔들림 없이 3당의 후보 단일화를 마지막까지 추진할 것이다. 우리는 열려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면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다시한번 촉구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비록 오늘은 무산됐지만 4월30일과 5월3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3당 후보들을 기다릴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다릴 것이다. 만약 후보와 당의 사사로운 이해 때문에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협하는 문재인 정권의 출현을 막지 못한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각 당 후보와 당 지도부는 3당 후보 단일화 만이 작금의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고 선진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인식하고 오로지 대한민국과 국민만을 생각하고 결연한 의지로 후보 단일화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여하길 간절히 촉구한다.

2017년 4월26일

대한민국국민포럼·범시민사회단체연합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국힘, 선 넘은 ‘헌재 흔들기’…“탄핵안 인용 대비해 여론몰이” 1.

국힘, 선 넘은 ‘헌재 흔들기’…“탄핵안 인용 대비해 여론몰이”

내란특검법 또 거부한 최상목…민주, 탄핵은 안 꺼냈다 2.

내란특검법 또 거부한 최상목…민주, 탄핵은 안 꺼냈다

최상목, 공관장 인사는 했다…대사 11명에 신임장 3.

최상목, 공관장 인사는 했다…대사 11명에 신임장

쪼개진 개혁신당, 최고위도 따로…‘허은아 대표 해임’ 놓고 팽팽 4.

쪼개진 개혁신당, 최고위도 따로…‘허은아 대표 해임’ 놓고 팽팽

국힘 논리대로면 ‘다 법조 선후배’ 윤석열은 누가 재판하나 5.

국힘 논리대로면 ‘다 법조 선후배’ 윤석열은 누가 재판하나

이재명 “국민연금, 2월 중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초당적 협조” 6.

이재명 “국민연금, 2월 중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초당적 협조”

황운하 “민주, ‘괴물 윤석열’ 교훈 잊지 말아야”…검찰개혁 입장 촉구 7.

황운하 “민주, ‘괴물 윤석열’ 교훈 잊지 말아야”…검찰개혁 입장 촉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