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시민평가단 23일 토론회 평가-
유 ‘색깔론에 묻힌 보수의 품격’
홍 ‘대선후보 자격 있는지 의문’
유 ‘색깔론에 묻힌 보수의 품격’
홍 ‘대선후보 자격 있는지 의문’
중앙선거방송토론회 주관으로 열린 23일 밤 텔레비전 토론회를 본 지켜본 시민들의 평가는 어떠할까.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모집한 ‘시민평가단’은 지난 19일 토론회 평가에 이어 이번에도 ‘냉정한’ 시선을 유지했다. 시민평가단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로 평가하는 ‘한겨레 시민정책오디션’ 참가자들로, 20~50대의 학생·취업준비생·주부·자영업자·회사인·생활협동조합 활동가·보험설계사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으로 구성됐다.
평가단은 이번에도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반응도 더 뜨거워졌다. “제대로 된 정책토론을 보여줬다. 진심으로, 지지율이 아쉽다”, “노동자·청년의 입장에서 정책을 펼칠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으며, 홍준표 후보가 과거 성범죄 모의를 저지른 데 대해 사퇴해야 한다고 소신 있게 발언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회자 역할까지 한 오늘의 승자”, “언제나 그렇듯이 진실과 진보로 팩트폭행”, “수준미달 초딩 반장선거에서 일침”, “왜 심크러쉬인가 했더니 시원한 발언으로 유권자의 심장을 쥐락펴락해서 그런 거였다”, “거침없는 개혁은 무엇인가? 앞으로 주목된다” 등등 칭찬이 쏟아졌다. 한 시민평가위원은 “문재인 저격수에서 전천후 공격수로. 유일하게 딴 길로 새지 않은 ‘마이웨이 후보’”라고 평해, 심 후보가 지난번 토론과 달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살살’ 공격했다는 일반적 평가와 궤를 같이했다. 그러나 “자신의 입장이 명확한 것은 장점이나 타협하는 모습도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19일 토론회에서 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등 4명의 후보에게 집중 견제를 당했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이번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1차보다 정리된 토론…강한 후보의 모습을 보았다”, “저번보다는 변론을 잘했던 것 같다”, “오늘은 준비를 좀 하셨네요!”, “예상된 공격에 무난하게 대응했다”, “지난번보다 성공적이었던 수비”, “동네북이었던 문 후보, 드디어 다른 후보들에게 북채를 들다” 등 긍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문 후보가 다른 후보의 질문을 일축하는 태도에 대해선 “‘고마합시다’ 발언 좀 고마합시다”, “남의 말 무시하는 태도로는 불통 대통령이 되기 쉽다”는 부정적 반응도 있었다.
안철수 후보는 예전보다 더 평가가 박해졌다. “감정적 대응을 많이 보여서, 약간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후보들이 자신에게 자꾸 말(공약)을 바꾼다는 비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다”, “‘상황이 변해서’라며 점점 우로만 가네”, “토론 정책 설정 실패로 품격 하락” 등의 비판이었다. 안 후보가 두 차례나 ‘갑철수냐 안철수냐’를 꺼내고 ‘내가 MB아바타로 보이냐’며 따졌던 것도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갑철수와 MB아바타만 남은 최악의 토론”, “뜬금없는 질문으로 뜻밖에 웃음을 선사했다”, “‘셀프디스’와 네거티브에 갇철수” 등의 평가였다.
논리적 화법과 스킬로 ‘토론교사 같다’는 칭찬과 동시에 색깔론이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들었던 유승민 후보는, 이번엔 좀 더 부정적인 반응이 강해졌다. “말 잘하는 소피스트,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멍 뽕뽕. 안보·전쟁 빼면 존재감 없음”, “보수의 품격이 사라졌다” 등의 혹평부터, “보수의 희망을 보는 듯했는데 정책 실정 무한 비난…매우 실망스럽다”, “색깔론이 아닌 정책을 두고 경쟁해도 충분할 텐데 아쉽다”는 점잖은 비판이 나왔다.
‘돼지 흥분제’ 논란 등으로 초장부터 후보 사퇴 요구가 빗발쳤던 홍준표 후보에 대해, 평가단 역시 ‘성범죄를 공모한 이에게 무슨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는 등의 가혹한 비판을 던졌다. 홍 후보가 한반도 안보 위기론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거듭 ‘전쟁’ 키워드를 강조하며 국가안보로 국민들을 위협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색깔론에 편승했다” 등의 지적이 있었고, “노선이 확실해 자기 표는 지키겠다”는 냉소적 반응도 눈에 띄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 ‘시민평가단’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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