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31
“대통령 되면 곧바로 박근혜 장관들 사표 받겠다”
“실무에 강한 차관 체제로 몇달간 국무회의 운영”
차관은 국무위원 자격 없어 국무회의 구성 불가능
“대통령 되면 곧바로 박근혜 장관들 사표 받겠다”
“실무에 강한 차관 체제로 몇달간 국무회의 운영”
차관은 국무위원 자격 없어 국무회의 구성 불가능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4월1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될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장관들의 사표를 받는 것이고 차관 체제로 국무회의를 진행하겠다. 국방부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현안이 걸린 부서는 제외하겠지만 기존 장관들의 사표를 받은 뒤 총리 선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당선되면 5월1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박근혜 정부 장관 전원에게 사표를 받을 것이다. 정식 내각 출범 전까지 실무에 강한 차관 체제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도 명확히 밝혔습니다. “국회와 협치의 틀을 만드는 몇 달 동안 박근혜 정부 장관을 그대로 쓰는 문제와 차관 체제를 따져 본 결과 박근혜 정부 장관들과 그대로 일하는 게 리스크가 더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4월13일치 아침 신문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우리 헌법과 법률상 ‘차관 체제 국무회의’는 불가능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국무회의는 국무위원들로 구성되는 국가최고심의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관련 규정을 찾아보았습니다.
헌법 87조 1항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2항은 “국무위원은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88조 1항은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 2항은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 3항은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의장이 되고, 국무총리는 부의장이 된다”입니다. 89조에는 “다음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17개 사항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헌법은 대통령이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해야 하는 일의 대부분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조직법에도 국무회의 관련 규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무회의 규정’이라는 대통령령이 있습니다. 국무회의 의결정족수와 차관의 대리 출석이 여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자, 헌법과 법률, 시행령에 나와 있는 규정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차관은 국무위원이 아닙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장관들을 몽땅 자르고 차관들로 국무회의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차관은 국무회의에 대리 출석해 발언을 할 수는 있지만 표결에는 참가할 수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어떻게 정식 내각 출범 전까지 몇 달 동안 차관 체제로 가겠다는 것일까요?
헌법학자에게 ‘차관 체제 국무회의’가 과연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관은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무회의 구성원이 아니고 따라서 차관 체제 국무회의는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별 장관의 경우에는 한두 명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모든 장관ㅡ국무위원을 없애는 것은 헌법상 국무위원과 국무회의 제도 자체를 형해화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상희 교수는 “국무회의가 심의·의결을 하더라도 그 결정이 대통령을 구속하지 않는데 왜 극단적인 조처를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성낙인 교수(서울대 총장)의 헌법학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국무위원과 국무회의에 대해 이런 내용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안철수 후보가 말한 ‘차관 체제 국무회의’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는 어떻게 그런 위헌적 발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안철수 후보 쪽에 물어봤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 공약단장을 맡은 채이배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금 문화부처럼 장관이 없는 부처는 차관이 장관직무대행을 한다. 차관이 국무회의에 장관을 대신해 대리참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장관직무대행으로서 참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무회의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과도기적 조처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통과가 안 됐지만 30일 동안 인수위 체제를 두는 것으로 합의했으니 그 기간 안에 국무총리와 장관 임명 등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가요? 아닌 것 같습니다. 헌법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차관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안철수 후보 쪽 주장대로 ‘장관직무대행’이 국무회의에서 의결권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국무총리실에 물어봤습니다. 현재 장관 자리가 공석인 법무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례가 궁금했습니다. 법무부는 이창재 차관이, 문화체육관광부는 송수근 1차관이 장관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국무총리실 답변은 이랬습니다.
“차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면 발언권만 있고 의결권은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국무위원들도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일이 거의 없다. 대체로 안건 상정하고 의장이 ‘이의 있으십니까’라고 물어서 없으면 통과되는 식이다. 장관 궐위 상태에서 차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했을 때 의결권 행사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 오전에 여는데 안건은 그 전주 목요일 오후에 열리는 차관회의에서 다 논의가 끝난다. 국무회의는 헌법상 최고 심의·의결기관이긴 하지만 사실상 사후 추인만 하는 셈이다. 간혹 부처 간 이견이 있는 경우엔 표결에 부치지 않고 차관회의 등 하부 기관에서 논의하도록 하고 안건을 미룬다. 그래서 현재 법무부 차관, 문체부 차관도 국무회의에 참석하긴 하지만 의결권 문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좀 더 분명한 답변은 행정자치부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행자부 의정담당관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국무총리실과 행정자치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모든 장관의 사표를 받은 뒤 차관 체제로 국무회의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일을 실제로 벌인다면 명백한 헌법 위반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최근 ‘국민의당 40석 국회 의석으로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 가려고 하느냐’고 물어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었지만 국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이번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다. 대선 후엔 협치를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답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자마자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장관들을 다 자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헌법에서 규정한 국무위원과 국무회의 제도를 무너뜨리면서 말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법적으로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대선 전에 기회가 되면 안철수 후보에게 이에 대한 답변을 직접 듣고 싶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언니가 보고 있다 60회_문재인이 볼펜 한 자루만 들고 토론회 간 이유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1. 국정의 기본계획과 정부의 일반정책
2. 선전·강화 기타 중요한 대외정책
3. 헌법개정안·국민투표안·조약안·법률안 및 대통령령안
4. 예산안·결산·국유재산처분의 기본계획·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 기타 재정에 관한 중요사항
5. 대통령의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 또는 계엄과 그 해제
6. 군사에 관한 중요사항
7. 국회의 임시회 집회의 요구
8. 영전수여
9. 사면·감형과 복권
10. 행정각부간의 권한의 획정
11. 정부안의 권한의 위임 또는 배정에 관한 기본계획
12. 국정처리상황의 평가·분석
13. 행정각부의 중요한 정책의 수립과 조정
14. 정당해산의 제소
15. 정부에 제출 또는 회부된 정부의 정책에 관계되는 청원의 심사
16.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의 임명
17. 기타 대통령·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이 제출한 사항
제12조(국무회의)
①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장으로서 회의를 소집하고 이를 주재한다.
② 의장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장인 국무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하고, 의장과 부의장이 모두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및 제26조제1항에 규정된 순서에 따라 국무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개정 2014.11.19.>
③ 국무위원은 정무직으로 하며 의장에게 의안을 제출하고 국무회의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④ 국무회의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6조(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 등)
①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開議)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② 국무회의는 구성원이 동영상 및 음성이 동시에 송수신되는 장치가 갖추어진 서로 다른 장소에 출석하여 진행하는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무회의의 구성원은 동일한 회의장에 출석한 것으로 본다.[전문개정 2011.11.7.]
제7조(대리 출석)
① 국무위원이 국무회의에 출석하지 못할 때에는 각 부·처의 차관이 대리하여 출석한다.<개정 2013.3.23., 2014.11.19.>
② 대리 출석한 차관은 관계 의안에 관하여 발언할 수 있으나 표결에는 참가할 수 없다.[전문개정 2011.11.7.]
“국무위원은 국무회의의 구성원을 말한다. 따라서 국무회의의 법적 성격·지위 여하에 따라 국무위원의 지위·권한·책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무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국무위원은 국무회의 제도와 연계되어 있으며, 그 국무회의 제도는 정부 형태와 연계되어 있다.”
“국무위원은 국가최고심의기관의 구성원일 뿐만 아니라 특정 행정부처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행정각부의 장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다. 즉 국무위원은 정치와 행정의 중심축에 위치해 있다. ‘권한(권력)이 있는 곳에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라는 명제는 바로 국무위원(장관)으로부터 연유한 것이다.”
“국무회의는 헌법상 독립된 기관이자 합의제 기관이다.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상호간의 합의에 의해 회의를 운영하는 합의기관이다. 따라서 비록 헌법상 대통령이 의장이고 국무총리가 부의장이긴 하지만, 모든 위원은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자격을 가진다.”
“장관이 공석이 되면 차관이 장관의 직무를 대행한다. 그런데 장관직무대행은 국무위원이 아니다. 당연히 국무회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 장관이 없으면 차관이 참석해도 국무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처리한다. 차관이 발언할 수는 있지만 의결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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