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홍대앞 미디어카페후에서 20~30대 청년들이 대선 주자들의 청년·일자리 공약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청년 공약 평준화 시대다. 2012년 대선에서 반값등록금을 앞다퉈 공약했던 정치권은, 청춘의 계절로 앞당겨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도 청년들의 표심을 얻을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청년 주거문제 해결, 창업 지원 등 ‘청년’이 붙은 비슷비슷한 정책들 속에 기본소득이나 노동경찰관제 같은 논쟁적 대안들도 다듬고 있다.
<한겨레>가 시민들 삶의 눈높이에서 공약을 검증하기 위해 기획한 ‘시민정책 오디션’의 첫발은 청년이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에 “기가 막혔다”는 2030 청년 7명이 심사위원으로 뽑혔다. 비정규직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쫓기듯 대학원생이 됐지만 여전히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며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고, 전공자의 90%가 여성인데 교수진의 90%는 남성인 곳에서 졸업 이후 진로를 걱정하고, 뽑아쓰고 버려지는 ‘티슈 인턴’ 생활이 길어지다 ‘티슈 부장’으로 ‘승진’하면 어쩌나 하는 이들이 모였다. 나름 탄탄하게 창업을 준비했지만 실패할까 두렵고,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수년째 일용직과 단타 알바로 생활하는 이도 함께했다.
이들은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의 청년 정책과 공약에 쉽게 들뜨지도, 선뜻 마음을 주지도 않았다.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기본소득과 청년배당을 말할 때조차 으레 생각하듯 ‘공짜니까 일단 받고 보자’는 이들은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 유일하게 새로운 의제”, “청년 삶의 윤활유이자 청춘 행복의 조건”이라는 주장과 “청년의 구직 의지를 상실시킨다”, “다른 세대를 납득시킬 수 있느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을 두고도 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길”, “왜 청년을 공공부문에만 가두려 하느냐”고 타박했다. 매일매일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실전’을 치르는 청년들은 설익은 공약들을 향해서는 “비현실적이다”, “구체성이 없다”며 단박에 끊어냈다.
청년 심사위원들은 “정말로 대선주자들이 청년에 관심이 있느냐”고 확인하고 되물었다. 법정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키고 기존에 시행되는 청년 정책이라도 제대로 운영할 의지가 있느냐고 했다. 청년들이 직접 정책 형성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나의 행복과 후보들의 공약 사이에 아직 커다란 담이 있다”는 청년들에게 대선주자들이 답할 차례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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