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취향은 달랐지만 청년정책에 대한 관심과 변화에 대한 욕구는 한결같이 뜨거웠다. 대선주자들의 청년과 일자리 구상에 대해 검증하는 시민정책오디션에 모인 청년 일곱 명은 지지하는 후보와 마음에 드는 공약 간 불일치를 진솔하게 드러냈다. 옳다고 믿는 가치와 자신의 이해관계도 냉철하게 구분했다.
지지하는 후보로는 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꼽았지만, 공약으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더 좋다고 했다. 페미니즘 활동에 관심이 많은 참석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지지한다고 했다.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얻은 공약으로는 ‘청년 기본소득’이 단연 두드러졌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가가 청년들을 위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최저임금과 주거문제도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문제였다. 이재명 시장의 ‘노동경찰’(근로감독관) 확대는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던 청년들에게 공감도가 높은 공약이었다. 유승민 의원의 ‘칼퇴근법’ 공약도 시간에 쫓기는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으로 평가됐다. 자신들에게는 돈 이상으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노동’을 강조하는 심상정 대표의 ‘슈퍼우먼 방지법’은 여성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모두를 위한 공약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공약이 가진 허상에 대해서도 비교적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참석자 중에는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청년이 두 명이나 있었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은 지나치게 안이하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 취업과 창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진부하게 들린다고 했다.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도 일회성 보조금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비전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시에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필요하고 중소기업 지원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취업자’ 지원과 ‘미취업 청년’ 지원 정책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청년수당이나 실업부조는 기존의 취업성공 패키지와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청년들은 무엇보다 각 후보가 어떤 철학과 배경 아래에서 청년 공약을 내놓은 것인지 제대로 밝혀주기를 바랐다. “전문가들이 만들어준 내용을 그냥 옮기는 식이라면 제대로 된 공약이 아니다”라는 한 참석자의 지적은 각 정당이 아프게 들어야 할 대목 같았다.
지방에서 은행권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서울에 올라온 뒤 아르바이트로 월세와 등록금을 감당하고 있다는 한 참석자는 ‘계속되는 업무에 비정규직을 바꿔 쓰는 관행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유심히 봤다고 했다. 시민정책오디션 내내 청년들은 “차기 정부는 청년이 처한 상황과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박영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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