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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불출마 선언 뒤 “내가 너무 순수했다”

등록 2017-02-01 17:46수정 2017-02-01 22:46

“정치꾼이 아닌데 왜 왔냐고…정치가 이런 거였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일 전격적으로 대선 출마를 포기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캠프 식구들과의 작별 인사에서 대선 행보 중 ‘정치권에 치인’ 그간의 소회를 솔직하게 밝혔다.

반기문 캠프가 제공한 ‘보도 참고자료’를 보면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 뒤 사무실로 와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을 너무 허탈하게 만들고 실망시켜 드려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발표문을 만들었다.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여러분과 미리 상의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아마 한 사람이라도 상의를 했다면 뜯어말렸을 것이 분명하다. 한 발 더 디디면 헤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치권의 생리가 자신을 힘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너무 순수했던 거 같다”며 “정치인들은 단 한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더라. 정치는 꾼에게 맡기라고도 하더라. 당신은 꾼이 아닌데 왜 왔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치가 정말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는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의 눈에서 사람을 미워하는 게 보이고 자꾸만 사람을 가르려고 하더라”며 불편했던 심경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표를 얻으려면 나는 보수 쪽이라고 확실하게 말하라는 요청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 말하자면 보수의 소모품이 되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정치인이면 진영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하더라”며 “그러나 보수만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나는 보수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내 양심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다. 양쪽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자신의 순수한 양심과 표를 얻겠다는 정치권의 불순한 정략이 부딪쳐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37회

반 전 총장의 작별인사에 한 참모는 “총장님을 존경해 왔지만 직접 모시면서 더 존경하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총장님 덕분에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신명나게 일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총장님의 회견문이 국민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거 같다”, “총장님이 우리 마음에 정치교체라는 씨를 뿌렸고 우리가 이것을 잘 가꿔 나가겠다”, “정치 외 다른 분야에서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일 하신다면 저희들도 계속 도움을 드리겠다”는 말들이 뒤를 이었고 눈물을 흘리는 참모들도 있었다고 ‘보도 참고자료’는 전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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