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변명에 “대통령 이전에 사람일 수 있나”
“개헌은 ‘이승만·박정희 체제’ 극복하는 것이어야”
“개헌은 ‘이승만·박정희 체제’ 극복하는 것이어야”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자괴감이 많았습니다. 우선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지난 3년 10개월간 국민이 전혀 몰랐던 박근혜 정부의 민낯, 그 본질을 보면서 어찌 이 정도의 수준 낮은 분을 우리가 대통령으로 뽑았는가 하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어요. 그러니까 그분에 관한 국가를 경영하는 모든 철학과 방식, 이런 것을 매일 듣는 국민으로서는 어떻게 이렇게 낮은 수준의 사람을 우리가 대통령으로 뽑았는가 하는 그 부끄러움을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으로 있던 3년 10개월 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것을 한 가지씩 말씀드리자면, 세월호 참사로 17세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 수백 명이 죽었는데, 그 참사에 대한 국가의 대응, 그 무책임, 무능은 말할 것도 없고, 제일 우리를 격앙시킨 것은 거기에 대해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대통령입니다. 무책임, 무능은 우리가 봐줄 수 있어요. 그러나 최고지도자가 무치(無恥)를 가졌으면 이건 국가의 기본 바탕이 무너진 겁니다. 옛날 왕조시대도 가뭄이 들면, 왕하고 가뭄하고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만 왕이 최고 지도자로서 ‘이것이 내 부덕이다’ 하는 게 최고지도자의 마음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무치, 부끄러움을 몰라요.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죠. 짐승이죠. 그런 아주 두려움을 느꼈죠.
그리고 또 하나 보면, 국정교과서는 자기 아버지가 독재 할 때 쓰던 방식인데, 그것을 또 채택하겠다고 한 것, 이것은 정말 유신 망령으로부터 벗어난 게 아니고 유신 망령을 드높이려고 하는, 그런 몸짓을 보고 저희들이 분노를 안 할 수 없었죠.
그리고 테러방지법을 제정했는데, 이것은 국가 통제력이 국민의 침실과 부엌과 서재로 들어오고, 심지어 온라인 공간까지도 들어오겠다는 것을 말하는 건데, 지금 우리가 전체주의 사회에 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조지 오웰의 ‘1984’가 한국에 다가오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죠.
그리고 어느 날 갑작스럽게 개성공단이 폐쇄되는데, 개성공단만 갑작스럽게 폐쇄되는 게 아니라 사드 배치도 갑작스럽게 성주에 배치되는 것을 보고, 갑작스러운 한반도의 위기와 남북관계 악화를 보고 이 갑작스러움이 왜 생겼을까 했는데, 이번 비선실세가 폭로되니까 국민들이 이해를 하게 되죠. 국가의 공권력을 아주 수준 낮은 비선 라인에 의존해서 안보에 영향을 주는 엄청난 결정을 하는구나, 하니까 이제 실망이고 뭐고 간에 경악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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