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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박 대통령, 부끄러움 몰라…모르면 짐승”

등록 2017-01-04 11:46수정 2017-01-04 14:02

세월호 변명에 “대통령 이전에 사람일 수 있나”
“개헌은 ‘이승만·박정희 체제’ 극복하는 것이어야”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통일·교육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짐승”이라고 일갈했다.

한 명예교수는 4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들을 격앙케 한 가장 큰 요인으로 무치(無恥),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를 꼽았다. 한 명예교수는 ‘세월호 참사 때 관저에서 할 일을 다했다’는 박 대통령의 변명에 “그게 무치의 절정이다. 지난 일요일 청와대 간담회를 보고서 자기가 잘못한 걸 전혀 모르는, 어떻게 이런 분이 사람일 수 있는가? 대통령 이전에 사람일 수 있는가?”라며 “동물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사람만이 부끄러워한다”고도 했다. 한 명예교수는 “무책임, 무능은 봐줄 수 있으나 최고지도자가 무치(無恥)를 가졌으면 이건 국가의 기본 바탕이 무너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명예교수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응,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테러방지법 제정,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등을 조목조목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자괴감이 많았습니다. 우선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지난 3년 10개월간 국민이 전혀 몰랐던 박근혜 정부의 민낯, 그 본질을 보면서 어찌 이 정도의 수준 낮은 분을 우리가 대통령으로 뽑았는가 하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어요. 그러니까 그분에 관한 국가를 경영하는 모든 철학과 방식, 이런 것을 매일 듣는 국민으로서는 어떻게 이렇게 낮은 수준의 사람을 우리가 대통령으로 뽑았는가 하는 그 부끄러움을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으로 있던 3년 10개월 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것을 한 가지씩 말씀드리자면, 세월호 참사로 17세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 수백 명이 죽었는데, 그 참사에 대한 국가의 대응, 그 무책임, 무능은 말할 것도 없고, 제일 우리를 격앙시킨 것은 거기에 대해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대통령입니다. 무책임, 무능은 우리가 봐줄 수 있어요. 그러나 최고지도자가 무치(無恥)를 가졌으면 이건 국가의 기본 바탕이 무너진 겁니다. 옛날 왕조시대도 가뭄이 들면, 왕하고 가뭄하고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만 왕이 최고 지도자로서 ‘이것이 내 부덕이다’ 하는 게 최고지도자의 마음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무치, 부끄러움을 몰라요.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죠. 짐승이죠. 그런 아주 두려움을 느꼈죠.

그리고 또 하나 보면, 국정교과서는 자기 아버지가 독재 할 때 쓰던 방식인데, 그것을 또 채택하겠다고 한 것, 이것은 정말 유신 망령으로부터 벗어난 게 아니고 유신 망령을 드높이려고 하는, 그런 몸짓을 보고 저희들이 분노를 안 할 수 없었죠.

그리고 테러방지법을 제정했는데, 이것은 국가 통제력이 국민의 침실과 부엌과 서재로 들어오고, 심지어 온라인 공간까지도 들어오겠다는 것을 말하는 건데, 지금 우리가 전체주의 사회에 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조지 오웰의 ‘1984’가 한국에 다가오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죠.

그리고 어느 날 갑작스럽게 개성공단이 폐쇄되는데, 개성공단만 갑작스럽게 폐쇄되는 게 아니라 사드 배치도 갑작스럽게 성주에 배치되는 것을 보고, 갑작스러운 한반도의 위기와 남북관계 악화를 보고 이 갑작스러움이 왜 생겼을까 했는데, 이번 비선실세가 폭로되니까 국민들이 이해를 하게 되죠. 국가의 공권력을 아주 수준 낮은 비선 라인에 의존해서 안보에 영향을 주는 엄청난 결정을 하는구나, 하니까 이제 실망이고 뭐고 간에 경악하는 거죠.”

한 명예교수는 개헌은 87년 체제가 아닌 5·16 군사쿠데타로 구축된 60년 체제, 나아가 이승만 권위주의의 48년 체제를 극복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한 명예교수는 “이 체제를 말끔히 청산해야 하는데 이 이야기를 하는 정치 세력은 없고, 기껏해야 87년을 이야기하고 조그마한 권력 구조의 문제에 매달려서 이야기하는데, 이건 촛불의 열망하고는 별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명예교수는 “구조적인 양극화와 남북 분단이라는 엄청난 우리의 과제를 해결하려면 정파 간에 이합집산 하는 내각제는 맞지 않다”며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통해 창조적인 마이너리티가 (국회에) 들어오게 하면서 4년제 대통령 연장하는 정도로 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명예교수는 “탄핵 끝나면 바로 대선 정국으로 들어가니까 이 다음 정부가 반드시 국민 앞에 탄핵 정신을 존중해서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그걸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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