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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보좌관, 촛불을 들다

등록 2016-11-16 10:36수정 2016-11-16 10:55

정치BAR_보좌관Z의 여의도 일기_“새누리당 해체” 구호와 함께한 까닭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머슴이 되고픈 의원의 손과 발과 머리가 되는 사람들이 보좌관입니다. 정치부터 정책까지 의원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치 현장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익명의 여러 보좌관들이 보고 듣고 느낀 ‘정치의 속살’을 전합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규탄하는 2차 범국민행동 '이게나라랴 박근혜 퇴진하라' 집회. ”새누리도 공범이다”라는 피켓이 눈에 띄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규탄하는 2차 범국민행동 '이게나라랴 박근혜 퇴진하라' 집회. ”새누리도 공범이다”라는 피켓이 눈에 띄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가슴이 뭉클했다. 울컥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내 직업은 새누리당 보좌관. 동시에 새누리 당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의 100만 촛불 인파에 섞여 새누리당 해체 구호에 함께한 나는 직업에 앞서 대한민국 시민이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웃으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자리에 깔고 앉으라며 내게 신문지를 내준 어떤 커플에게 나는 주머니에 넣어 간 귤 두 알을 건네주었다. 아스팔트에 앉아 촛불을 들고 사람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나는 대학 시절 가투를 벌이느라 강의실보다 더 많이 헤집고 다녔던 광화문 네거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새누리당 해체’를 목놓아 외쳤다.

자기비판보다는 진영결집에 골몰했던 ‘우리들’

그날 광화문에 나가기 직전까지, 나는 새누리당 보좌관 직분에 성실하게 임했다. 우리 영감(국회의원)은 그날 방송사 인터뷰가 잡혀 있었다. 여당 의원으로서 촛불 시위를 바라보는 심경은 어떠한지, 향후 해법은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는지 등등. 나는 인터뷰를 담당한 기자에게 가급적 답변이 곤란하거나 궁색하지 않을 질문을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고, 같이 질문과 답변 수위를 조절했다.

이번 사태에 이르기까지 ‘골수 친박’을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스탠스 잡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것이 적절한 수위를 조절해서 입장을 정리하는 것, 즉 스탠스 잡기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열리자, 스탠스가 꼬이지 않게 풀어가는 능력이 절실해졌다. 지난달 국정감사 기간만 해도,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정유라씨 이화여대 특례입학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때만 해도, 비박계 의원들조차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잘못은 좀 했지만 이전에도 있었던 권력남용이나 특권의 한 사례려니’ 한 것이다. 국회의장의 말꼬투리를 잡아 당 대표가 단식을 하는 심각한 오버액션이 벌어지고, 여당이 나서서 국감을 보이콧하는 진풍경이 연출됐지만 부끄럽다는 자기비판보다는 진영의 결집이 더 강해졌다. 반대 논리를 찾거나 송민순 회고록 등으로 맞불을 놓으려던 시도가 무너진 건 ‘최순실 태블릿피시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새누리당 보좌진 내부에서도 “끝났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친박도 비박도 아니었던 다른 의원들은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나와 가까운 한 중립 성향 의원은 비박계 모임에 참석하고 온 날, 친박 핵심 의원으로부터 항의와 경고를 곁들인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래도 계속 비박계 모임에 나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최경환·윤상현은 사라지고 돌쇠만 남아…‘한지붕 두가족’은 결별 준비중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이 당 수습을 위해 구성한 비상시국위원회 준비위원회가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날 비상시국위는 공동대표에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등 12명을 선정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이 당 수습을 위해 구성한 비상시국위원회 준비위원회가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날 비상시국위는 공동대표에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등 12명을 선정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그러다가 지난 4일 박 대통령의 ‘2차 담화’가 나온 직후, 비박계의 목소리도 잠시 잦아드는 듯했지만 착시였다. 최경환·윤상현·서청원 의원 등 온데간데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춰버린 몇몇 ‘진박’들을 제외하곤, 멋도 모르는 돌쇠형 친박들만 남아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그러니 분노로 타오르는 민심을 접한 비박계 의원들은 좀더 강경한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간 의원총회에서 이미 새누리당은 ‘한 지붕 두 가족’이었다.

이제 비박계 의원들은 야당보다 앞장서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고 있다. 새누리당 보좌관으로서 가까이 지켜보기에, 이제 한 지붕 두 가족은 완전한 결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보수는 분열하지 않는다’는 신화도 100만 촛불 민심 앞에선 무기력해 보인다. 누가 나가고 누가 남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지난 13일 비박계 주도로 열린 비상시국회의를 앞두고, 박근혜 정권의 끝까지 함께할 ‘순장조’로 지목된 친박계 일각에서 열심히 전화를 돌렸다. 정치생명이 촌각에 달린 이들로선 원내외 초재선들을 어르고 달래는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지금 여당의 당내 투쟁이 ‘왕따시키고 나가기’ 방식으로 환골탈태에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누리당이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는 순(純)한 열정으로, 옹골차게 질서를 바로잡는 실(實)한 각오로 엉망진창 돼버린 분열적 자아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새누리당 당원에 앞서 시민인 한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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