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원희룡 제주지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상식적인 판단력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정국 수습책이라고 내놓는 걸 보며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9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 우수한 공무원들, 모든 사람의 조력을 다 받을 수 있는 자리 아니겠나”라며 “그런데 일반적인 국민들의 도덕성이나 최소한의 상식, 그 수준에도 미달하는, 정말 탐욕밖에 없고 오만방자한 사람들에게 국가의 중요한 여러 분야의 일들을 맡기거나 부탁을 하고, 또 그것에 대해서 맹목적인 신뢰를 주면서 거기에 대해서 견제하는 부분에 대해서 보복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황당하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통령의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됐었나? 거기에다가 지금 재벌들한테 돈을 걷은 게, 만약에 대통령께서 직접 주도하고 세세하게 다 챙긴 거라면 그게 역대 정권에서의 재벌 모금하고 뭐가 다르겠냐”며 “그런 기본적인 상식에 대한 판단이 안 되시는가? 이 부분 때문에 국정을 챙겨가는 판단과 권위에 대해서 국민들이 신뢰할 엄두가 안 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우리 헌법에 대통령이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외교사절에 대해서 신임장을 제정한다든지, 이런 부분들은 대통령이 직접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방행정이든 외교행정이든 이런 부분까지 지금 대통령이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위와 국민의 신뢰가 있느냐? 이 부분에서 저는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본다. 내려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외교·국방의 외치, 총리가 내치를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원 지사는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는 초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대통령이 재벌들을 상대로 모금한 것에 대해서 과연 어떻게 되어 있느냐? 자기 고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진실에 입각한 자기 고백을 해서, 한 걸음, 두 걸음, 국민들이 내딛으라고 허용하는 부분까지라도 갈 수 있는 힘을 회복하는 것, 그것 없이는 내딛는 발걸음마다 신뢰가 없기 때문에 참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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