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 창’ 회원사 임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병덕 코리아스픽스 대표,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함효건 휴먼리서치 대표, 유봉환 우리리서치 이사, 문상현 피플네트웍스 이사, 최정묵 자치행정데이터연구소 부소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선거가 휩쓸고 간 자리. 가장 타격을 입는 쪽이야 당연히 낙선자들이지만 한숨이 터져나오는 곳, 또 있다. 선거 전 판세를 제대로 짚지 못한 여론조사기관들이다. 지난 4·13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들은 야권 분열로 인한 여당의 압승을 점쳤지만 유권자들은 여소야대라는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판세를 잘못 예측한 전문가들은 뭇매를 맞았다. 비난의 화살이 아프기도 했지만 물음표가 꼬리를 물었다. 여론조사가 과연 필요한 것일까? 정확한 여론조사란 가능한가? 현실을 왜곡하지 않는 방법론이 있을까? 선거 이후 수많은 질문을 거듭하던 여론조사쟁이들이 뭉쳤다. 이달 초 출범한 ‘공공의 창(窓)’이다.
중소 여론조사기관 10곳, 비영리 네트워크 ‘공공의 창’ 출범
공공의 창은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인텔리서치·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휴먼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피플네트웍스 등 정치사회 여론조사를 실시해온 중소규모 업체 10곳이 참여한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여론조사기관들끼리의 처절한 경쟁과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이들을 묶어준 건 어떻게 하면 여론조사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할 수 있는 조사,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조사. 이상적 목표지만 함께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여론조사의 의뢰자가 정부나 기업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론조사기관이 직접 비용을 들여 평소 해보고 싶었던 공공조사를 해보면 어떨까? 공공의 창 회원사들은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우리로 보자면 출혈이자 사회적으로 보면 보시인 셈”이라고 말했다.
교육·안전·복지 등 공동조사…“여론조사로 보시”
공공의 창은 세가지 원칙을 정했다. 대통령·대선주자·정당 지지도 조사는 지양한다. 교육·안전·복지·평화·정치제도 등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사를 한다. 조사 결과와 과정은 모두 공개해 누구나 이용가능하도록 한다.
우리리서치가 지난 12~13일 진행한 1차 조사는 공공성을 화두로 전국의 1000명 성인남녀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교육 불평등과 빈부 격차 등에 대해 민감했다. 헌법으로라도 사교육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극단적인’ 질문에 59%가 찬성했다. 반대는 30%에 불과했다. 사교육 규제에 대한 여론은 소득이나 이념 성향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 사회를 가장 위협하고 있는 문제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불평등 47.3%, 북한 도발 18%, 치안·교통사고 17.4%, 환경오염 9.1% 순으로 나타났다.
공공의 창은 앞으로 최소한 한달에 한번씩 돌아가며 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간사를 맡고 있는 최정묵 자치행정데이터연구소 부소장은 “조사 기법은 각 회사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의 창 회원사들 대부분은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에 익숙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표적집단면접조사(FGI), 특정 주제에 대해 정보를 제공한 뒤 의견을 묻는 공론조사, 대규모로 모여 특정 안건에 대해 토론하는 타운미팅 조사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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