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20대 청년의 새누리당 전당대회 참관기
방학 기간 동안 교육연수생으로 정치BAR와 함께 하고 있는 대학생 김관주씨가 지난 9일 열렸던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국민참관인단 자격으로 참여했습니다. 머리털 나고 처음 접한 정치 행사, 그것도 집권당의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본 느낌은 어땠을까요.
1시간 기다려 겨우 입장…축제가 시작되자 대통령이 등장했다 나는 이번에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게 됐다. 새누리당이 처음 실시한 국민평가단의 일원으로 뽑혔다. 10대 1의 경쟁율을 뚫은 50인중 하나라며 위촉장도 받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체육관 입구에서 계속 입장을 거부당했다. 위촉장도 소용 없었고 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는 이 하나 없었다. 새누리당 행사 주최자들 사이에서도 행사 진행 매뉴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거 같았다. 1시간을 노상에서 땀을 흘리다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식전 행사가 시작됐다. 주로 총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계파청산 의지를 보여주는 영상들이었다. 그런 의지를 표현하는 양, 그 다음 차례로 무대에 오른 태권도 시범단은 10분가량 줄창 송판 격파만 해댔다. 드디어 당대표 후보자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이정현 후보가 밀짚모자를 쓰고 무대에 올랐다. 이 후보가 밀짚모자를 손에 들고 흔들자 사방에서 플래시가 반짝반짝 터졌다. 이어서 이주영 후보가 긴 천쪼가리를 세로로 찢으면서 등장했다. 한 손에는 태극기가 그려진 부채를 흔들면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주호영 후보는 야구선수 복장으로 들어왔다. 헬맷과 야구방망이 모두 장난감처럼 보였지만 반응은 제일 좋았다. 기호 4번, 4번 타자라는 이미지를 주려는 것 같았다. 주 후보가 배트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도 함께 들렸다. 한선교 후보는 만세를 하며 무대 위로 걸어왔다. 제일 평범했다. 나중에는 주 후보의 배트를 뺏어 자신이 휘두르기도 했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였지만 이 날의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근혜!”, “박근혜!” 함성 속에서 빨간 자켓을 입은 박 대통령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렇게 행복한 표정은 근래에 처음이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던 중 박 대통령을 가리키자 사람들은 또 ‘박근혜’를 연호했다. 이에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분위기 좋았다.
‘머슴’의 포효, 그리고 당선
“전라도 사투리로 크게 말해 죄송”…여기는 ‘새누리 월드’ 처음으로 전당대회를 가본 나는 사실 가기 전만 해도 당 대표는 당의 고위간부들이 알아서 뽑는 줄 알았다. 최고위원도 같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눈으로 목격하고서야 알게 됐다. 그리고 당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나름 민주적인 절차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다른 당이 아닌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온 걸 실감하게 된 사건도 있었다. 내 주변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사드를 성주가 아니라 내 고향 예천에 놓았으면 대통령님이 고생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는 분위기도 이곳이 ‘새누리당판’임을 느끼게 했다. 마이크를 잡은 모든 이들이 박 대통령의 이름을 부르고 객석에서 반응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에 온 느낌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가만히 있으면 큰일 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열렬히 환호를 했다. 전당대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당원들의 면면도 의외였다. 새누리당이라고 하면 경상도, 나이든 아저씨·할아버지들이 연상되는데, 전당대회에는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은 내게 “전라도 사투리로 크게 말해서 죄송해요~”라는 이상한 사과도 했고 제일 열심히 응원하는 사람들은 특히 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화요일이고 일과시간에 행사가 진행됐는데 퇴근시간도 아니었는데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뜨겁게 반응한다는 자체가 제일 낯설었다. 다른 정당의 전당대회도 이럴까 궁금해졌다.
“혁신·화합 잘 구현됐냐”는 질문에…축제 끝나고 숙제만 남아 투표시간에 국민평가단 설문지를 받았다. 설문지 내용은 ‘혁신, 화합이라는 전당대회 목표가 잘 구현되었습니까?’, ‘행사장 시설은 안전하였습니까?’, ‘행사장 장내질서는 잘 유지되었습니까?’, ‘행사장의 음향, 조명, 안내표지 등은 적당하였습니까?’, ‘행사요소(무대, 식전공연, 영상 등)가 대회 컨셉(2016 새누리-새로운 시작)에 부합했습니까?’,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절차가 원만하게 잘 진행되었습니까?’ 등이었다. 그 중 ‘혁신, 화합이라는 전당대회 목표가 잘 구현되었습니까?’라는 문항에 눈길이 갔다. 이번 새누리당에서 ‘새로운 시작’을 슬로건으로 걸었던 만큼 나는 새누리당의 혁신에 기대를 하고 갔다. 사실 반신반의했던 거 같다. 그런데 결과는 혁신도 화합도 아니었다. 당대표는 물론이고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친박이었으니…. “혁신·화합이라는 전당대회 목표가 잘 구현되었냐”는 문항에 대해 내가 어떤 점수를 줘야 할까. 심지어 대통령의 깜짝 등장으로 막상막하였던 현장 분위기가 이정현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한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이정현이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느낌적 느낌’이 내겐 있었다. 그래서 모두의 축제여야 하는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축제로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했다. 예감은 적중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친박이 승리했지만 당원들의 지지가 국민들의 지지로 이어질진 미지수다. 이변이 없었던 전당대회. 친박의 선전이 대선에서 과연 어떻게 작용할까. 총선에서 계파싸움으로 패한 새누리당을 친박이 장악하는 상황이 이해가 잘 안 될뿐이다. 가수 싸이의 챔피언이라는 노래 중 이런 가사가 있다. ”우리의 축제, 서로 편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축제는 끝났다. 이제 숙제만 남았다. 김관주 교육연수생 sss02120@naver.com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