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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비판하던 종편에 왜 출연하냐고요? 극단적 편파 않고 바뀌고있다 봤죠”

등록 2016-08-02 15:38수정 2016-08-02 21:00

정치BAR_‘TV조선’ 패널로 변신한 종편 저격수
최민희 전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민희 전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부터 조선일보 계열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로서 ‘안티조선 운동’을 이끈 언론운동계의 대모였던 그는 19대 국회의원 시절 ‘종편 저격수’를 자처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수도회 교육관에서 자신이 이사로 있는 ‘수수팥떡 가족사랑연대’ 단식 캠프에 참여 중인 그를 만났다.


19대 때 ‘종편 저격수’…낙선 뒤 TV조선 출연

Q. 선거 끝나고 어떻게 지내셨어요?

A. “쓰린 가슴을 안고 낙선인사를 오래했어요.”

지난 20대 총선에서 경기 남양주병에 출마한 그는 38.42%를 얻어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42.48%)에게 졌다. 국민의당 이진호 후보가 19.08%를 얻은 게 큰 타격이었다.

Q. 지역구 선거를 치른다는 건 현실정치의 최전선에 서 보는 것인데.

A. “비례대표 의원하면서 열심히 일했어요. 상대적으로 일을 적게 하는 지역구 의원이 왜 필요할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역구 선거를 치러보니 비례대표 의원은 미생이에요. 정책이나 법, 결국은 바닥 민심과의 소통 속에서 이루어져야 완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낙선 패배감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가요? 나라를 잃은 것 같나요?

A. “그것보다 더 해요.…이걸 알아야 해요. 나라를 잃은 설움은 다 같이 느끼지만 이 경우엔 나만 혼자 느껴요.”

Q. 지역구 선거 낙선 경험이 종편 출연 결정에 영향을 줬나요?

A. “글쎄요…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그 말을 듣고보니 계산을 해봐야겠네요. 출연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지난 5월부터 그는 TV조선 시사프로그램 ‘이것이 정치다’의 속코너 ‘맞짱’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여당쪽 인사 한명과 마주앉아 여러 주제로 일대일 토론을 벌이는 형식이다. 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과 사드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정치행보 토론도 했다. 그가 나오지 않는 날엔 진성준 전 더민주 의원이나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야권쪽 토론자로 나선다.

Q. 언제 섭외 연락을 받았나요?

A. “총선 직후에 아무 의욕이 없을 때, ‘객원해설위원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저에게만 연락한 게 아니라 야권인사 여러명에게 연락했더라고요.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했죠.”

‘나꼼수’로 유명한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도 이맘때 TV조선으로부터 섭외 제의를 받았다. 그는 “거기에 나갈만큼 비위가 좋지 않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지난 총선은 종편의 패배…변하고 있다”

Q. 일단 거절한 게 아니라 ‘생각해보겠다’고 했군요?

A. “네. 왜냐하면 상황이 바뀌었거든요.”

그는 변화의 상징으로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폐지된 점을 꼽았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역사상 가장 많은 심의 제재를 받아 종편 편향보도의 상징으로 불렸다. 지난 3월 18일 폐지됐고 뒤이은 ‘시사탱크 김광일입니다’도 지난 5월 20일 폐지됐다.

Q. ‘상황이 바뀌었다’…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A. “이번 총선은 종편의 패배에요. 지역구 가보면 50대 중반 이상은 전부 종편과 똑같은 이야기를 해요. 어딜가도 종편이 틀어져있어요. 시청률에 비해 열청률이 높은거죠. 근데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패했잖아요. 그래서 종편이 바뀌려고 한다고 봤어요.”

Q. 변하려고 하니까 이참에 나가서 변화에 참여하자?

A. “바뀐 환경이니까 공정한 포맷만 유지해주면 출연해서 우리 얘기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어요.”

Q. 내 건 조건이 있나요?

A. “딱 하나. 당신들이 해왔던 보도기조와 다른 얘기를 할 사람이다. 니들 맘대로 출연을 중지시키지 않을거냐.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럼 언제까지 출연계약이 유효하냐고 물었더니 제가 그만한다고 할 때까지래요. 그래서 다른 조건 안보고 했어요.”

최민희 전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민희 전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TV조선, ‘나쁜 종편’이었지만 박근혜 문제 파헤치고 있다”

2009년 7월 미디어법이 ‘날치기’ 처리됐고 이듬해 12월 정부는 4개 종편을 허가했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단식투쟁, 불매운동 등으로 격렬하게 저항했다.

Q. 종편이 처음 생길 때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종편을 특혜의 산물이라며 척결 대상으로 봤죠. 최 전 의원님은 그런 대열의 선두에 서 있었는데요.

A. “종편이 생기는 과정은 말도 안되고….”

Q. ‘종편이 자리를 잡게 되면 보수우위의 압도적 여론시장이 더욱 공고화돼서 사회에 큰 해악이 될 것이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지금 달라진 게 있나요?

A. “(생기기 전에 그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제가 국회에 왔을 때는 이미 종편이 존재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종편 전체를 척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나쁜 종편 솎아내기’를 주장했어요. 이미 4개의 종편이 개국했는데, 내가 인정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JTBC의 존재 때문에 ‘태생이 불법적이라도 결과까지 나쁜 건 아니다’는 여론이 형성된 영향도 있죠.”

Q. ‘나쁜 종편’이란 무엇인가요?

A. “두 가지에요. 주주구성을 불법적으로 한 것, 편파방송. 그런데 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심의를 안해서 법적으로 따지기가 어려워요. 결국 주주구성의 불법성을 밝히는 데 집중했죠.”

종편 재승인을 앞둔 2013년 12월 최 의원은 언론시민단체와 함께 주주 구성의 불법성을 문제삼아 채널A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듬해 4월 채널A는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Q. ‘나쁜 종편’에 지금의 TV조선이 들어가나요?

A. “들어갔죠, 그 당시에는. 극단적인 편파보도를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극단적인 편파보도를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잖아요. 지금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의 문제를 가장 파헤치는게 TV조선이에요.”

Q. TV조선에 출연하더라도 그들의 불법행위가 있으면 지적하면 된다?

A. “불법행위를 하면 그 불법에 따라 책임지게 해야죠. 문제 많은 자본주의가 수정자본주의로 나아가 발전해온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듯 저는 수정종편주의로 가겠다는 겁니다.”

Q. 이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대부분 ‘종편에 나가서 우리 얘기를 하자’는 입장이죠?

A. “네, 모두가. 그런 문제에 있어서 제일 강경한 입장은 저였잖아요. 나가서 잘하는 게 중요하죠.”

Q. ‘가서 잘해도 이용당하는 것밖에 안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A. “그런 극단론에 서서 생각하면 없어져야 할게 너무 많죠. 제가 종편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제 가족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 안했어요. 너무 ‘우리’ 논리로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에스엔에스에서도 반발이 크지 않던데요. 변한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거 같아요. ”


민언련 후배 “성급한 낙관론…당황스럽다”

최 전 의원을 만나고 돌아와 ‘후배’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과 통화했다. 그의 의견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 전 의원 출연이) 솔직히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것이 정치다’ 역시 막말과 편파적인 진행 등 기존 종편 프로그램과 다를 게 없어요. 다만 최 전 의원이 출연하는 ‘맞짱’이라는 코너는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은 맞췄어요. 이제까지 종편은 그 정도도 안했으니까, 그 점은 인정해요.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종편이 변했다는 건 성급한 낙관론이에요.” 민언련은 여전히 종편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도 원칙적으로 방송·문화면에서 종편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는다.

인터뷰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정리 김관주 교육연수생 sss021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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