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 기자실에서 부산저축은행 예금 부당인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거듭된 언론 취재에 불응하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하루 몇건씩 쏟아지는 언론의 의혹제기에 ‘억울함’과 ‘결백’을 주장하려 마련한 자리였지만, 일반인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다.
우 수석은 이날 오전 10시22분 충혈된 눈으로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와 휴게실에서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그는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 보도에 대해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참 가슴 아픈 부분”이라며 “유학 가 있던 아들더러 ‘들어와서 군대 가라’고 해서 간 거다. 병역의무 이행 중이잖나. 병역 기피했냐 제가 어디”라고 말했다. 병역을 기피하지 않고 유학을 중단하고 이행하고 있으니 상관 없지 않느냐는 인식이다. 그는 딱부러지게 사실관계를 해명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민정수석이 관장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특혜 근무 의혹을 확인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 특혜를 주고 있었다면 민정수석실은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
우 수석은 애초 처가의 서울 역삼동 땅 매매와 관련해 “땅 매매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었으나, 계약 현장에 갔던 사실이 언론의 취재로 드러났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장모님 위로차 갔던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우 수석은 “장모 입장에선 다리가 불편하신 장인이 열심히 일해서 번 땅이고, 그것을 본인이 지키지 못하고 판다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우셨다. 그래서 제가 그날 위로해드렸다. 이게 전부고…”라며 목이 메이는 듯 “어후” 한숨을 쉬기도 했다.
‘언론 취재에 모욕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우 수석은 “어떤 신문은 ‘(선임계 제출않고 변론했다는)기사 써놨다, 그러니까 이게 억울하면 우리 신문에다가 선임계 제출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 수석의 선임계 관련 의혹을 취재하고 기사로 쓴 언론사 중 우 수석에게 문자를 보낸 곳은 <한겨레>뿐이다. 전날 <한겨레> 기자는 우 수석에게 “수석님 예전에도 연락드렸던 한겨레 OOO입니다.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의혹 때문에 곤란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나도나 사건을 맡으셨을 때 선임계를 내셨는지에 대해서 그때(8일)도 여쭤봤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어서 이렇게 재차 문자 남기게 됐습니다. 그리고 당시 5000만원 정도의 수임료를 받으시고 청와대로 한 달여만에 가시면서 다시 수임료를 돌려주지 않았다는 얘기도 접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수석님도 하실 말씀이 있으실 거 같습니다. 보도 전에 이 내용 중 잘못된 게 있다면 저희가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답장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보냈었다. <한겨레>는 지난 8일에도 같은 취지의 문자를 보냈지만 우 수석은 답하지 않았다.
최근의 언론 보도에 대해 매번 보도자료를 내어 반박하고,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고소해온 우 수석은 당분간 언론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우 수석은 “(대응) 안 하면 뭔가 찜찜한 게 있으니까 그랬다는 식으로 비칠 것 아니냐. 그래서 (고소)했다”며 “기사 나오는 것마다 아침에 보도자료 쓰고 저녁에 고소하는 거 이제는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적 조치도 좀 보고 나중에 순차적으로 모아서 하겠다”고 했다.
우 수석은 “도저히 이런 상황에서 일 정상적으로 못한다. 대통령 보좌하는 업무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거취 문제를 거듭 물었으나 그는 “다 제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다. 이런 문제 갖고 공직을 그만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무적으로 책임지라는데, 그럴 생각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언니가 보고있다#27_우병우는 울지 않는다] [디스팩트 시즌3#12_넥슨 특혜? '리틀 김기춘' 우병우 집중 분석]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