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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삥뜯기’ 사건의 전말

등록 2016-07-01 17:16수정 2016-07-04 15:45

전직 보좌관이 말하는 불법 ‘월급 상납’ 실태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를 보좌관 월급으로 감당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의원들이 ‘관행’에 물들어
보좌진 월급에서 ‘특별당비’ 납부케 하는 정당도
월 100만원 상납하던 보좌관은 의원 고발하기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좌진 월급을 상납받았다’는 의혹 등으로 당의 징계를 받게 됐다.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보좌진 월급 2억여원을 돌려받아 국회에 등록되지 않은 보좌진 급여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됐다. 이런 관행은 국회에 얼마나 퍼져 있을까? 17~19대 국회에서 일한 전직 보좌관의 경험담을 싣는다.

나는 국회의원 4급 보좌관이었다. 의원마다 4급 보좌관이 둘씩 있으니, 총 600명이다. 의원 중 상당수가 4급 보좌관 중 한 명을 지역구 사무실에서 일하게 한다. 우리방(국회에서는 의원실을 ‘누구누구방’이라고 부른다)도 그랬다.

나와 같은 4급 보좌관인 그는 지역에서 일했다. 나이 쉰을 족히 넘겼으며, 지역 마당발이다. 그는 아침에 지역구 사무실 문을 열고 수시로 드나드는 지역주민이나 당원들을 응대했다. 영감(국회 보좌진들은 모시는 의원을 이렇게 부른다)이 참석하는 지역행사가 있을 땐 수행과 의전을 맡았다. 그의 업무는 대부분 사무실이 아닌 지역 현장에서 이뤄졌다.

나는 국회에서 일했다. 회기가 시작되면 상임위 질의서를 쓰고, 언론사에 배포할 보도자료를 만들고, 법 개정안을 작성하고, 국가 예·결산을 검토했다. 영감이 지역에 있을 땐(주말) 그가, 국회에 있을 땐(주중) 내가 바빴다.

우리는 똑같은 4급 공무원이었지만 월급이 달랐다. 영감은 그에게 4급 보좌관 자리를 주는 게 조금 아까웠다. 배려심이 크지 않은 영감이 4급 자리를 흔쾌히 내주기로 결정한 것은 꿍꿍이가 있어서다. 그것은 바로 4급 보좌관 자리를 주는 대신 월급의 일부를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로 쓰라고 하고 싶어서였다. 한 달에 백만원이 되기도 하고 넘기도 했다. 지역구 사무실 임대료까지는 아니어도, 손님이 오면 접대하는 비용이나 식사비, 술값은 물론이고 사무용품 구입비, 남몰래 줘야 하는 경조사비 등도 그의 월급으로 감당해야 했다. 일명, ‘보좌관 월급 삥뜯기’다. 꼭 상납을 받아야만 ‘삥뜯기’인 것은 아니다.

그나마 우리방은 양심적(?)이었다. 대놓고 돈을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옆방의 4급 보좌관은 따박따박 영감에게 매달 백만원을 상납했다. 불만은 많았지만 일을 그만두면 어디 취직하는 것이 쉬운가. 울며 겨자 먹기로 참고 다녔는데, 영감과 대판 싸운 뒤 잘린 그는 영감을 선관위에 고발했다. 그 영감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국회에 있으면 이런 이야기는 너무나 쉽게 들린다. 우리방이나 옆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당은 아예 대놓고 ‘4급 보좌관은 50만원, 5급 비서관은 30만원’, 이런 식으로 ‘보좌관 삥’을 뜯었다. ‘특별당비’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이것도 광범위하게 정치활동비 명목으로 ‘삥뜯기’를 하는 경우다. 이미 마련된 당의 규정이 있다고 하지만 다 그게 그거다.

이런 불법 관행은 정치자금을 지나치게 엄격히 통제하는 정치제도 탓일지도 모른다. ‘이렇게라도 현찰을 만들지 않으면 정치자금이 너무 부족하다’는 의원들의 항변이 영 틀린 것만도 아니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의원들이 보좌관 ‘삥듣기’ 관행에 동참하는 걸 보면서 잘못된 제도 탓만 할 순 없었다.

50대 가장이었던 지역 보좌관, 그는 굉장히 과묵했다. 자신보다 어린 영감이지만 머리를 조아리고 명령에 복종했다. 그에게는 대학생 자녀가 있고, 그 아이가 결혼까지 하려면 아직 한참 더 벌어야 했다. 보좌관 생활 10년을 채우면 공무원연금도 받을 수 있다. 어쩌면 그는 영감이 정말 고마울지도 모른다.

나와 그가 다른 월급을 받은 이유. 옆방 보좌관이 영감을 고발한 이유. 일 좀 한다는 보좌관들이 특정 당의 보좌관 자리를 회피하는 이유. ‘보좌관 삥뜯기’의 악순환 때문 아닐까.

[언니가 보고있다 #24_우리가 안철수를 너무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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