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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전문가’와 만난 총리의 답없는 ‘희망찾기’

등록 2016-06-10 14:55수정 2016-06-10 15:07

정치BAR_‘긍정 희망 분위기 조성 전문가’ 간담회
황교안 국무총리가 6월10일 오전 방송인 이상용, 산악인 허영호씨 등 긍정·희망 분위기 조성 전문가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황교안 국무총리가 6월10일 오전 방송인 이상용, 산악인 허영호씨 등 긍정·희망 분위기 조성 전문가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늘날 사회 곳곳에 긍정과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시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교안 총리는 10일 낮 ‘긍정과 희망 바이러스 전파자’들을 불러 점심식사를 나누며 이렇게 말했다. 침체된 사회에 ‘긍정과 희망’을 불어넣을 방안을 들어보겠다며 각계 인사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했다.

총리실이 선별한 ‘긍정 희망 분위기 조성 전문가’는 고도원(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김난도(서울대소비자학과 교수)·김범일(가나안농군학교 교장)·김병후(정신건강의학과 의사)·김소희(토닥토닥연구소 소장)·서경석(방송인)·용혜원(시인)·유길선(전 경찰관)·유영만(한양대교육공학과 교수)·이배영(성산효대학원 교수)·이상용(방송인)·이호선(숭실사이버대 교수)·정목(정각사 주지 스님)·한광일(국제웃음치료협회 회장)·허영호(산악인)씨 등 15명이다. “저술, 강연,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등 국민들과 교감하는 주요인사”라는 게 총리실 설명이다.

‘독특한’ 오찬 행사가 열린 배경에는 박근혜 정부의 자못 심각한 현실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는 간담회에서 “최근 사회가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고 있다”고 걱정했다. 시기는 늦었을지언정 적절한 판단이다. 최근 각종 여성 대상 강력 사건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사고, 노동자들의 희생을 발판 삼은 대규모 구조조정,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실업난 등 시민들의 삶은 위태롭고 팍팍하고 불안하다. 총체적 불평등에 서민은 고달픈데 정·관·재계의 탐욕이 빚어낸 부패·비리는 이어진다. 백남기씨 가족, 가습기 피해자 유족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눈물은 마를 새 없다. 개성공단 피해기업 관계자들이, 서해 꽃게잡이 어부들의 좌절과 절망은 앞이 보이질 않는다. 나라 안팎의 총체적 위기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6월10일 오전 방송인 이상용, 산악인 허영호씨 등 긍정·희망 분위기 조성 전문가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국무총리가 6월10일 오전 방송인 이상용, 산악인 허영호씨 등 긍정·희망 분위기 조성 전문가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처방이다. 황 총리가 “긍정·희망 바이러스”를 퍼뜨리겠다고 나선 것은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침체된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처방은 방향이 한참 잘못돼 보인다. 황 총리는 “보다 역동적인 사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많은 분들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어가던 시절을 회상”한다거나 “과거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일군 배경에는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사고와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에 활력을 되찾도록 ‘긍정·희망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도 어렵게 힘든 가정에서 자랐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고 황 총리는 기억을 꺼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6월10일 오전 방송인 이상용, 산악인 허영호씨 등 긍정·희망 분위기 조성 전문가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 환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황교안 국무총리가 6월10일 오전 방송인 이상용, 산악인 허영호씨 등 긍정·희망 분위기 조성 전문가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 환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늘 간담회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뜻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황 총리의 기대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침편지’(고도원)를 읽고 “아프니까 청춘”(김난도)이라고 위로 받는다 해도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청년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노인들에겐 영정사진(유길선)도 중요하지만 사람답게 살다 생을 마칠 권리가 더 시급하다. 심리상담·코칭(김병후·김소희·이호선·이배영)과 종교(김범일·정목스님), 도전 정신(유영만·허영호), 웃음(이상용·서경석·한광일·용혜원)으로 얻을 수 있는 ‘치유’는 현실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한 신기루일 뿐이다. “간절하게 바라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믿고 싶지만,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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